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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Jan 09. 2023

오늘 뭐 먹었지 16

닭가슴살과 묵은지





 어릴 때는 치킨이 특별했다. 엄청나게 귀한 것은 아니었지만, 매일 먹을 수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명실상부 특식이었다. 우리 집은 딸이 셋인데 엄마가 치킨을 한 마리 시켜주시면 막내인 동생은 닭다리 하나를 꼭 차지했다. 그러면 남은 하나는 언니와 내가 번갈아 먹었다. 어느 날은 언니가 양보를 하고 어느 날은 내가 양보를 했다. 동생은 체구가 작고 입이 짧아 밥이고 간식이고 거의 먹지를 않았는데 치킨을 주문해도 닭다리만 한 개를 겨우 먹었다. 가끔은 그마저도 제대로 안 먹었다. 다 먹은 후 덩그러니 남는 다 식어빠진 닭다리 반쪽을 나는 꾸역꾸역 먹었다. 엄마는 왜 이 맛있는 닭다리를 먹지도 않는 애에게 주는 거냐 투덜거리면서. 그래도 엄마는 다음에도 또 다음에도 막내에게 닭다리를 챙겨주었다. 기껏 먹어봐야 닭다리 한 개를 먹는 그 아이에게 엄마는 늘 그 한 개나마 두 딸의 눈치를 보면서 챙겨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닭다리를 늘 차지하는 동생에게 불만이 있었는데 커보니 엄마가 왜 그랬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같은 자식인데도 누구는 많이 먹어 탈, 누구는 너무 먹지 않아 탈이라니. 인간이 이렇게 다르다.

 어릴 때는 뻑뻑해서 먹기 싫던 찬밥취급을 당한 닭가슴살은 이제는 따로 주문까지 해서 먹는다. 마음이 내킬 때는 (주로 다이어트를 생각할 때다) 닭가슴살을 여럿 사서 냉동실에 얼려놓는다. 그냥 오리지널 닭가슴살도 좋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후추가 뿌려진 것인데 그러다 보니 늘 빨리 먹어버린다. 늘 냉동실을 열고 후추가 없다고 실망한다. 그러면 그냥 다 후추로 사면될 텐데 굳이 골고루 골라서 주문한다. 다리와 날개 콤보가 생겼는데 굳이 한 마리를 주문하는 심리와 비슷하달까. 다리도 먹고 싶고 몸통도 먹고 싶은 욕심쟁이의 선택이다.

 오늘의 반찬은 냉동실에 있는 닭가슴살 큐브. 사놓고 몇 달이나 안 먹었다.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현미밥에 묵은지를 굳이 물에 씻어서 먹었다. 가끔 있는 다이어트의 의지를 담은 한 끼. 그러다 저녁은 푸짐하게 먹어버리고 마니까, 고작 한 끼를 이렇게 먹는 게 무슨 의미가 싶어진다. 그래도 노력은 해보는게 하지 않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여담으로 동생은 아직도 치킨을 시키면 닭다리 한두 개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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