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하늘과 코스모스
푸르른 하늘과 코스모스가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아침저녁에는 쌀쌀한 바람이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고 빼꼼 인사하는 것 같다. 대학병원 진료를 마치고 아쉬운 마음에 시골에 있는 멋진 한 카페에 가기로 했다. 직원들이 친절하고, 음식이 맛있다는 후기를 보고는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딜 가나 우리 바리는 인기쟁이구나. 무엇보다 요즘처럼 아가들을 만나기 어려운 때에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아기가 있으니 주목받는 건 당연하겠다.
이 카페에서는 매콤 로제 파스타를 주문했다. 함께 동행한 친구가 바리를 안고 나는 나의 음식을 먼저 맛있게 흡입했다. 접시를 싹싹 비우진 않았지만 허기를 채운 후 얼른 바리를 안았다. 친구가 친구의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친구의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 긴 머리였다. 도저히 음식에 다시 손댈 수 없었다. 직원에게 이야기했다. 머리카락이 나온 음식을 가져가고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오겠다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먹으라며 '디저트'를 내주었다. 그런데 그 디저트가 내가 돈 주고 주문한 파스타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우리 집에서 먼 곳이지만 그 디저트를 다시 먹기 위해 그곳에 또 찾아가고 싶어졌다. 실수를 이렇게 만회하다니! 이 카페는 큰 실수를 하고도 고객을 잃지 않았다.
식사 내내 흘겨봤다. 창문 밖에 찾아온 가을. 만끽하고 싶었다. 2023년의 이른 가을을. 온도는 30도 이하였으나 뜨거운 햇살이 살포시 찾아온 가을을 연신 밀어내고 있었다. 아직 햇살아래는 서 있을 수 없이 따가웠다. 다행히 그늘은 선선했다. 코스모스 앞에서 바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푸르른 하늘과 코스모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자니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 못지않았다. 그런데 이럴 때 생각나는 건 뭐다? 바로 함께 오지 못한 가족이다. 나의 공주, 하트와 셰프와 다시 와서 가족사진을 찍어야겠다. 남는 건 사진이니까. 올해 가을은 조금 길게 머물렀다 가줬으면 좋겠다. 아가아가한 0세 아가들과 함께하는 첫가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