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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릭아낙 Sep 04. 2023

남매둥이 육아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야

남매둥이 육아를 친정엄마가 도와주시고 있다. 화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봐주신다. 이번 주는 특별히 일이 있으셔서 토요일 저녁부터 나 혼자 남매둥이를 돌봐야 했다. 한 시간 후 셰프가 돌아올 때까지 아가 둘과 나 이렇게 셋이서 시간을 보냈다. 처음으로 남매둥이와 혼자 있게 된 시간이었다. 왜 설렜는지는 모르겠지만 심장이 두근거리면서도 뭔가 자신이 있었다. 내면 깊은 곳에서 셋만 있는 시간을 원하고 있던 것 같다.


남매둥이를 키우면서 둘이 동시에 울 때가 가장 두렵다. 레벨 0부터 레벨 11까지 측정가능한 아가들의 울음소리 측정기계가 있다면, 하트와 바리의 울음소리는 11까지 도달가능하므로 울기 시작하면 마음을 졸이게 된다. 동시에 11로 도달하기 전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적당한 때(당연히 즉시) 해소되지 않으면 울음 데시벨이 11까지 올라간다. 아가들과 눈 맞추고, 수유를 하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안아주길 바라는 울음이면 내 손이 두 개뿐인 것이 참으로 속상하다.

오늘 아침, 셰프는 일하러 갔다. 소파에 기대어 앉혀놓고 남매둥이 사진을 찍고, 눈을 맞추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바리가 울기 시작했다. 안아달라는 울음이었다. 하트도 울기 시작했다. 하트도 안아달라는 울음이었다. 요즘 부쩍 바리가 내 품을 찾기 시작했는데 하나만 안느니, 둘 다 안아주지 않기로 했기에 양손을 사용하여 왼손으로 바리를, 오른손으로 하트를 토닥여줬다. 하트는 웃음을 찾았는데 바리의 울음소리 데시벨은 11에 달했다. 하트와 눈을 맞추며 바리를 안았다. 잠투정이었다. 혼자다 보니 진땀을 뺐다. 그렇게 남매둥이를 재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도어벨이 울렸다. 누구인가 궁금하면서, 동시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누군가가 날 구하러 온 것이다! 누구겠는가, 우리 남매둥이 옷도 사주고, 장난감도 사주고, 쪽쪽이도 사주고, 흔들의자도 사주는 멜이모지. 멜이모가 나를 구하러 척삼촌과 함께 온 것이다. 분명 자신 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오늘도 혼자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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