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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헌 Oct 27. 2022

앞으로도 못 가고 뒤로도 못 가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이의 간절한 고백

앞으로도 못 가고 뒤로도 못 가네


주영헌          



앞으로도 못 가고 뒤로도 못 가네*


멈춰 서 있다네 움직일 수도 없다네

여린 숨만 붙어 있을 뿐 산 것이 아니라네


깨금발로도 안 되고

뒷걸음으로도 안 되네


잊은 것도 아니라네

기억하는 것도 아니라네


산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내 몸

당신의 이름 잊을까 오늘도 수십 번을 더 불러 보네


지난밤 꿈속에 찾아왔던 당신

아무 말 없이 지켜만 봤던 당신


꿔준 정 없으니 받을 정도 없는 것인가요


저 달 뒤편에 숨은 내 사랑 나를 데려가 줘요

앞으로도 못 가고 뒤로도 못 가는 내 몸

당신 옆으로 데려가 줘요


*내가 찾아간 날 병상에 누운 할머니는 '앞으로도 못 가고 뒤로도 못 가지'라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주영헌 시인은...          

∘ 시 낭독에 진심인 시인.

∘ 2009년 계간 시인시각 신인상(시), 2019년 불교문예 신인상(평론)으로 등단

∘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외

∘ 김승일 시인과 함께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 낭독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평일 아침 6시 30분 소셜앱인 <클럽하우스>에서 「시로 시작하는 아침」을 진행하는 등, 시·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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