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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경 Apr 06. 2017

일본 Japan

01  밤이 어울리는 도시 오사카 



해외여행은 국내 여행과는 달리

준비할 것도 많고 

(마음의 준비 그리고 돈)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다 

(언어, 문화, 교통..)

그래서 회사 생활하면서는 

해외여행은 가지 않을 것이고
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나에게 

5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물론 주말 껴서. 

막상 긴 휴가가 주어지니 

스믈스믈. 여행 욕구가.
싱가포르나 홍콩을 다녀올까 하다
그냥은 아니지만 그냥으로 해두자.
'그냥' 교토가 가고 싶었다 

일본 가는 항공권만 끊고 
여행 가는 날까지 아무것도 한 게 없다

그래서일까. 

너무너무 가기 싫었던 여행 




여행 당일 아침


아빠가 아침 일찍 공항에 데려다주는 길. 
어딘가 매우 불안한 심리상태는 지속되었고 
심지어 가기가 싫은 상태도 지속되었다.
티켓팅하고 슬슬 환전하고

(심지어 환전도 공항에서..) 
화장실도 들렀다가 '포켓와이파이'라는 걸 
현장 구입하러 갔다.(미리 구입하면 저렴하단다)

돈을 지불하려고 보니 
티켓과 여권과 환전한 돈과 내 모든 카드가 
두둑이 담겨있는 여행용 지갑이 없네. 

(정확히) 없어졌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는 그날 아침 눈을 뜨면서부터 불안했다 
공항에서 마주친 아이가 

들고 있던 뽀로로 인형을 떨어트리던 순간. 

그 찰나를 목격한 나를 발견한 순간.
마치 그 순간은 이런 불길한 상황의 

복선처럼 느껴졌었다.


겨드랑이에 있던 내 여행용 지갑을 

없어진 줄 알고 허겁지겁 찾던 좀 전 상황도 
마치 앞으로 닥쳐올 불길한 상황의 

예고편처럼 느껴졌었다. 

아니나 달라. 적중. 

나는 침착하게 아니 침착하려고 노력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가 보고 
(혹시 몰라 겨드랑이도 확인)
탔던 엘리베이터도 확인
갔던 화장실도 확인.

공항이 이렇게 깨끗한 줄은 몰랐다.

가기 싫었던 여행
차라리 잘 된 걸까..?

아무 생각도 들지 않던 좀 전과는 달리
나는 우습지만 슬프게도 
엄마에게 집으로 가고 있다고

전화하는 나를 상상했고 
"잘-한다." 스마트폰 너머로 
돌아오는 대답을 상상했고

 
회사에 가서 일본 잘 갔다 왔어? 묻는 대답에 
이 끔찍한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허허. 웃으며
(시간이 흘렀으니. 고작 5일이지만)
설명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고
"어떻게.." 하며 유감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회사 동료들을 상상했다.

그렇게 나는 인포메이션에 갔고 
분실물 접수된 게 있냐고 물어봤다.
안내원이 이름과 생년월일을 되물었다.

설마. 오 신이시여.

액수가 많아 생년월일을 물어봤다고.
(그랬지.. 내 엔화..)
하며 내 지갑이 안내 데스트 밑에서부터 올라오며
지갑 주변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광경을 난 목격 했다 
혹시 모르니 세어보라고.


세어 볼 겨를도 경황도 없었다
그 길로 나는 












아무 행위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비행기로 향했다. 일단 잤다.
























































모든 건 현장 구매.
간사이 공항에서 라피트를 타고 
오사카 남바역으로 이동했다. 
깔끔하고 빠르고 좋다.






 



















일본은 10년 전에 와보고 처음이다.
이국정취는 없지만 고유의 일본스러움이 
날 매료시켰다. 


여행 안 온다고 한 거 오기 싫다고 한 거
잊은 지 오래.



















아침부터 고생 많았다고 

내가 나에게 한 잔 사줬다.




















다행스럽게도 맛있어서 
일본 첫 식사는 성공적으로 마치고 
숙소 바로 체크인했다.



































계획도 없고 지하철이고 버스고 
어떻게 타는지도 모르겠고 
체크인 후 낮잠이나 자야지 하고 

낮잠. 

오사카성이나 가볼까 했는데 
포기.

그래 우메다에 가서 야경을 보자.
하고 숙소를 나섰고 

이 낯섦과 피곤함과 나른함을 달래러
익숙함을 찾아 스타벅스로 향했다.

(굳이) 맥북은 가져가 가지고 펼쳐놓고 
우메다에 어떻게 가는지 
내일은 뭐할지 모레는 뭐할지 
검색 그리고 검색 

















스미마셍


검색도 좋지만 급할 땐  
"스미마셍"하고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르다. 
친절
이 배어있는 일본 현지인이 
친절
이 철철 넘치게 알려준다. 
































































Umeda Sky Building





















Beer festival
































































































































































































































































































































































































































맥주 페스티벌은 계속되고 있었다.

아까보다 사람도 많아지고 

공연도 한창이었다. 






















혼자 와서 그런지 

페스티벌 분위기에 동화되지 않았다.





















괜히 외로워지는 밤이었다. 






















이때까지도 지하철 타는 법을 몰랐다 
올 땐 직원분이 도와주셨는데 
너무 빠르게 해주셔서 습득할 틈이 없었다.

갈 땐 어떡하지. 주춤주춤.

내 미간이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한 일본인이 서툴지만 용기 있게 

한국말을 구사하며 날 도와줬다. 

심지어 비용을 대신 지불해주었는데. 
나는 스미마셍과 아리가또를 

무분별하게 남발하며 
고마움과 미안함과 황송함을 
나의 미간의 움직임을 곁들여 표현했다
그는 황급히 사라졌고 
나는 고마움에 사무쳤다. 

아리가또.

나를 도와준 그가 급히 열차에 올라타 
코앞으로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가방을 부여잡고 가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맷차' 아리가또.





















Dotonbori


그렇게. 도착한 도톤보리 
생각했던 거보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좋았다 그냥. 날씨가. 기분이.































































































그날 이른 아침부터.

공항에서의 참담함. 
(다행히 안도했지만) 

무거운 짐. 낯선 이곳.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알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
현지인뿐이던 이곳까지.
모든 게 버거웠던 하루였다. 

맥주 한 모금
몸 곳곳에 배치된 감각 기지에 
맥주가 스미며 전투력 상승 
혼자라서 다행인 밤이었다.

























오목조목
빙-둘러앉은 조그마한 식당

나이 차이가 많이 나 보이는데 

직장 동료는 아닌 것 같은 
남자와 여자.  


내가 신기한지 자꾸 쳐다는 보는데 

내가 쳐다보면 황급히 눈길을 피하는
남자 두 명 중에 한 명. 아무튼 두 명.


매일 오는 단골손님인가 보다.

마구마구 시키는 모습, 인사하는 모습이.
성형을 많이 해 어눌하지만 

쎄 보이는 주름을 가진
목소리는 걸걸하지만 

왠지 모를 푸근함이 느껴지는
중년의 여성. 


닮은 둘 편안해 보이는 둘 

오래된 커플 아니면 친구 같은
남자와 여자 


등장부터 요란. 

주문도 안 했는데 나오는 

음식들과 맥주를 맞이하는 

한 남자
 
그리고 빨간 원피스를 입은 

조금도 긴장한 기색은 없고
배고픈 기색만 보이는 
혼자 몇 접시를 해치우는 건지
맥주는 또 몇 잔을 해치우는 건지 


이렇게 둘러앉아 
함께 한 밤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그곳이 
좋았다. 

일본어는 모르지만 
직원들이 나를 두고 

이런 대화가 오갔던 게 분명하다.

얘 맥주 엄청 잘 마셔 벌써 세 잔째야.
진짜? 하긴 한국에서는 '참이슬'

(분명히 들었음) 먹잖아

그리고는 나에게 나이를 물어봤는데 
손으로 가위와 보자기를 내보이며 

스물다섯이라고 했더니 
하나같이 놀라던 모습이 

나를 놀라게 했다 

다행인 건지. 
























주문내역은 저 나무 조각으로 파악한다.


목소리가 걸걸하지만 

푸근함이 느껴지던 중년 아주머니는
내 옆에 앉아 있었는데

나에게 재팬 기무찌! 하며 어떤 음식을 줬다.
"재팬 기무찌!!!!" 하며 옆사람들이 웃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서툴지만 능숙한 듯하게 구사하며
한국사람이냐고 묻던 그녀.
나보고 가와이라던 그녀.
아무래도 일본 사람들은 너무 친절하다.

그렇게 나는 먹고 또 먹고 

마시고 또 마시다 숙소로 돌아가 

오사카에서의 첫날밤을.





















처음이자 마지막일 조합의 사진


왼쪽 하단에는 주문도 안 했는데 

음식과 맥주가 나오던

그 남자 손님이다. 


일본어로 작별인사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사요나라"를 알려줬다.

"사요나라"를 나누고 헤어졌다. 











위치 Location


이치미젠, Ichimizen  

튀김 덮밥이 맛있는 오사카 난바역 근처 


우메다 스카이빌딩, Umeda Sky Building

오사카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바람이 심하니 치마는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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