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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현수 Nov 30. 2016

루드카야비 최악의 범죄자

1.

루드카야비 은하력 3423년, 중죄인을 호송하는 임무를 맡은 프린은 게임을 즐기느라 밤을 꼬박 새우고 출근을 했다. 프린은 매우 피곤했지만 어차피 호송업무라는 것이 그냥 버튼이나 몇 번만 조작하면 되는 일인지라 큰 문제는 없을 터였다.


루드카야비 은하 연맹에 속한 보더 행성에서는 목숨을 끊는 사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매우 중한 죄를 지은 경우에는 금고 및 노동형에 처해지는데 최고형은 영원한 징역형이다. 이는 말 그대로 영원히 죽지도 못하고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형벌이다.


이러한 형벌을 가능하게 한 기반에는 우습게도 보더에서 처음 개발되고 실행된 순간이동기술이 있었다. 순간이동은 루드카야비 은하 연맹 내의 행성 간 이동에 혁명을 불러온 기술이며 식민지 개척 및 동맹 구축에도 커다란 힘을 발휘했다.


보더에서 구현된 순간이동은 과거 SF소설가나 만화가들이 상상하던 그것과는 모양새가 조금 달랐다. 만화나 드라마에서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빛을 뿜으며 사라졌다가 멀리 떨어진 곳에 다시 나타나는 그런 형태는 아니었던 것이다.


초기 보더의 과학자들이 성공시켰던 원자의 양자적 순간이동에서 원자의 공간이동이 실상 원자 자체가 이동하는 것이 아닌 원자의 정보인 스핀이나 편광 등이 이동하는 것에서 착안한 것으로, 이는 신소재와 뇌 과학 및 인공지능과 로봇, 안드로이드의 발전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좀 더 구체적인 순간이동 과정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예를 들어 프린이 보더에서 이웃 행성인 카이트로 이동하는 경우, 카이트에서는 순간이동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 프린의 육체를 완벽히 똑같은 모양으로 빚어내는데 안드로이드 제작에 쓰이는 단백질합성물질로 제작된다. 이를 가리켜 미믹이라고 부른다. 더하여 보더인의 두뇌를 재현한 양자두뇌 역시 탑재되는데 이 양자두뇌가 정신, 의식이 이동하여 담기는 그릇이 된다.


프린의 두뇌에 담긴 모든 정보는 두뇌 다운로더라는 장치를 통해 작은 기억 하나 남기지 않고 다운로드되며, 그것은 두뇌 디스크라는 저장장치에 저장된다. 이와 같이 저장된 정신과 의식 즉 두뇌정보는 다른 디지털 정보와 마찬가지로 전파로 멀리까지 쏘아 보낼 수 있다.


그렇게 저장장치에 담긴 두뇌정보는 보더, 카이트 간 위성정보통신망을 타고 이동한다. 카이트 순간이동센터에 수신된 두뇌정보는 역시 두뇌 디스크에 담기고, 그것은 곧장 프린의 육체를 재현한 미믹에 담긴다. 즉 물질이 아닌 정신이 순간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언뜻 복잡한 듯 보이지만, 과정은 빠르고 단순하게 이루어지며 순간이동을 경험하는 프린의 입장에서는 한 번 눈을 감았다 뜨면 보더를 떠나 카이트에 도착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 실제로 거의 그렇다. 육체 역시 인공물이나 차이는 느낄 수 없다.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최고의 형벌인 영원한 징역이 탄생했다. 보더의 위성인 후프가 감옥 및 노역지로 쓰이는데 죄수들은 이곳에서 맨손으로 땅을 파 다이아몬드와 각종 광물을 캐는 일을 한다. 영원히. 노화도 부패도 없는 단백질합성물질로 제작된 미믹에 죄수들의 의식과 정신을 이동시켜 영원한 노역을 시키는 것이다. 가끔 자살시도를 하곤 하지만 마찬가지로 영생을 누리는 안드로이드가 무자비하고 빈틈없이 지켜 단 한 번도 자살시도가 성공한 적은 없다.


즉 프린이 하는 중죄인의 호송이라는 것은 실상 두뇌정보를 다운로드하여 감옥이자 노역지인 후프로 전송하는 일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밤을 새우고 죄인 호송센터에 출근한 프린은 버튼이 수백 개나 되는 선반 앞에 앉았다. 실제로 사용되는 버튼은 몇 개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선반 너머의 유리벽 앞에 죄인들이 서고, 머리에 장치가 연결되며 두뇌의 모든 정보가 다운로드된다. 두뇌정보가 모두 다운로드되면 육체는 곧장 소각장으로 보내져 태워진다. 물론 육체를 소각하는 건 영원한 징역형일 경우고, 기한이 정해진 경우 육체는 다시 돌아올 때를 대비해 냉동 보존된다.


모든 과정은 대부분 자동이며 프린은 수신지인 후프에서 보내오는 좌표를 읽고, 전송하면 되는 것이다.


프린은 오전에 세 명의 죄인을 후프로 호송했다. 각기 3년형, 5년형, 4년형을 받은 녀석들이었다. 모두 점심을 먹고 한참 졸릴 무렵, 다음 죄인이 조금 늦어지고 있었다. 프린은 꾸벅꾸벅 졸다가 죄인의 정보를 정리하고 호송실로 올려 보내는 정보실의 그린에게 연락을 했다.


"왜 이렇게 늦어?"

"아 미안."

"지금 올라가."

"뭐하는 놈인데 이렇게 오래 걸려."

"이번엔 영원한 징역형이야."

"뭐? 허- 오랜만인데?"

"그래 이것저것 처리할 게 많은 놈이야."

"뭐하던 놈인데."

"루드카야비 은하 곳곳을 돌면서 여러 종족의 여성들을 강간하고, 비역질에 마약에 온갖 더러운 짓을 다 한 건 물론이고, 심지어 종교까지 만들었다고 해."

"허! 강간에 마약도 영원한 징역형인데 종교까지?"

"그래. 연루된 자들도 모조리 영원한 징역형에 처해졌지."

"아니 아직도 종교에 넘어가는 자들이 있나?"

"물론 없지."

"무슨 말이야? 연루된 자들은 뭐야?"

"이 녀석이 최면술을 쓴다고 하더군."

"최면?"

"그래."

"참나. 최면에 걸렸다고 종교에 빠져?"

"뭐 있잖아. 좀 멍청하고 하등한 그런 부류들. 루드비카야 은하 연맹의 4%~5% 정도 되는 그런 자들 말이야."


그때 막 유리벽 너머로 보더인의 표준 체구보다 작고, 흐물흐물한 피부에 머리는 커다란 보더인이 하나 나타났다. 얼굴엔 주름이 가득했고, 두 눈은 바늘구멍처럼 작았으며 코는 납작하고 입술은 두꺼웠다. 프린은 그 얼굴을 보며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씨발- 거 좆같이도 생겼군."

"내 말이. 그래도 욕은 그쯤 해둬."

"이름이 뭔가?"

"스스로 태마자마라는 이름으로 불렀다는데 뭐든 상관있나?"

"태마자마? 참나. 아무튼 알겠어."

"지금 처리해줘."

"그래."


프린은 통신을 끊자마자 곧장 두뇌 다운로더를 작동시켰다. 천장에서 내려온 수백 개의 아주 얇은 실 같은 바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순차적으로 죄인의 머리에 꽂히기 시작했다.


프린은 이내 후프에서 보내오는 수신 좌표를 분석해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태마자마라는 이름의 죄인을 바라봤다. 머리에 마지막 바늘이 꽂혔을 무렵, 태마자마의 눈이 부릅떠지더니 무언가 중얼거리며 프린을 노려봤다. 순간 프린은 갑작스레 멍해지더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리곤 얼른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모든 호송 과정이 끝나고, 태마자마의 육체가 소각장으로 보내진 뒤였다.


"뭐지? 별 일 없겠지?"


그리고 몇 분 뒤, 호송센터가 발칵 뒤집혔다. 중죄인인 태마자마의 두뇌정보가 후프에 도달하지 않은 것이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프린은 정신이 멍해졌을 때 무언가 버튼을 잘못 눌렀고, 엉뚱한 좌표로 태마자마의 두뇌정보를 쏘아버린 것이다.


사후 분석 결과 위성을 통해 쏘아진 태마자마의 정신은 루드카야비 은하의 중심부에 자리한 초거대 블랙홀을 향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허나 실수건 뭐건 간에 중한 죄인의 정신을 잃어버린데 책임이 있는 프린은 징계를 받게 되었고,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호송센터의 직원들을 안드로이드로 교체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게 됐다.


2.

태마자마의 두뇌정보 즉 정신은 우주공간을 부유했다. 태마자마는 깨어있지도 그렇다고 잠들지도 않은 모호한 양자적 상태로 중력장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마침내 태마자마의 정신은 보더인들의 분석 결과대로 루드카야비 은하 중심의 초거대 블랙홀에 다다랐고, 다른 모든 물질, 정보들과 함께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 블랙홀의 내부로 빨려 들어갔다.


태마자마의 정신은 웜홀을 넘어 지금까지 보더인 그 누구도 도달한 적 없는 낯선 차원, 낯선 은하계에 진입하게 되었다.


태마자마의 정신은 그 뒤로도 한참을 낯선 우주공간을 배회했다. 그러다 마침내 쏟아지는 우주선(Cosmic Ray)의 파도에 휩쓸려 푸른 별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대기권을 지나 살아 숨 쉬는 지상을 배회했다.


태마자마는 그렇게 지구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제 막 근대가 태동하는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 자리를 잡게 됐다. 전차의 도입으로 활발히 설치되기 시작한 전깃줄을 타고 흘러 다니기 시작했다.


3.

갓 두 살이나 되었을까? 조그만 아이가 바닥에 자빠져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바로 곁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차의 전기선이 아래쪽으로 땅에 닿을 듯 길게 늘어져 있었다.


멀찌감치 사람들이 몰려들어 아이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누구도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게 무슨 일이래?"

"아 저거 저 전깃줄에 감전이 됐다나."

"애 부모는 어디 있고?"


그때 기다렸다는 듯 뒤쪽에서 모인 사람들을 헤치고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지더니 외쳤다.


"태민아!"


남자는 얼른 달려가더니 아이의 다리를 붙잡고, 전기선에서 멀리 끌어냈다. 그리곤 곧장 심장마사지와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다행히 아이는 곧 정신을 차렸다. 구토를 하듯 크게 기침을 해댔다. 그리고 멍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태민아 정신이 드니?"

"으어어어으......"

"그래! 최태민! 태민아!"


남자는 아이를 끌어안았다. 아이는 울지도 않고 반쯤 풀린 눈으로 남자에게 안겨 멀찌감치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그리곤 무슨 생각이 난 건지, 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의 그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어딘가 음흉한 표정으로 연신 희죽거리며 웃었다. 몇 사람은 그런 괴이한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전기감전 때문에 아이가 충격을 받은 것이라 여겼다.


루드카야비 은하 최악의 범죄자, 태마자마의 정신은 그렇게 다시 한번 육체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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