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글입니다
1976년 회식자리, 거나하게 취하신 사장님이 부르십니다.
"어이! 신입사원 000이! 한잔 받아봐!"
"우리 때는 말이야..." 하며 귀엽게 쥐어박으시네요.
옆의 이사님도 한말씀 거드시네요.
"요즘 청년들은 말입니다..."
2016년 회사 복도,
"어이! 신입사원 000이!"
부장님이 지나가면서 말합니다. "우리 때는 말이야..."
옆의 차장님도 한 말씀 거드시네요. "요즘 청년들은 말이야..."
바로 그 청년,
당최 그 청년은 무엇을 말하는 거고, 그 때의 청년은 어땠다는 것이고, 그래서 지금의 청년은 어때야 한다는 것인가요?
그 청년.....이란... 아마도 패기, 열정, 노력이 아닐까요?
"까라면 까!"에도 진짜 까는 당당한 군대식 패기
"안되면 되게하라" 밤을 새서 불가능을 기어코 이루어내는 열정,
"네! 알겠습니다!" 라고 무조건 대답하는 노오오력
말입니다.
그러나 정작 청년에게 "청년"은 무엇을 떠오르게 하나요?
헬조선 (한국 사회구조 비판)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어)
금수저 흙수저 (청년 계급론)
법정 최저임금 (대부분이 거쳐가는)
을 떠올리게 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우리에게 패기, 열정, 노오오오오오오력이 부족한가요?
그렇지만, 청년들은 모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누가 대충 살겠습니까? 누가 노력하지 않겠습니까?
33세의 나이로 부장검사의 괴롭힘에 시달리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33세의 김홍영 검사,
19세의 나이로 정규직을 꿈꾸며 주어진 일을 무리해가며 완수해내다가 목숨을 잃은 청년,
29세의 나이로 입사를 꿈꾸었지만 역시 목숨을 끊은 LG 패션 인턴 디자이너,
갑자기 대규모로 쫓겨날 위기에 몰려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던 두산인프라코어,
여전히 배달 시간을 지키지 못할까봐 과속을 해야하는 롯데리아 청년 배달원들,
성희롱에 시달리다가 용기내어 신고해도 결국 사무실에서 쫓겨난 남도학숙의 여직원,
사회공헌을 담당한다는 유명 광고인으로부터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에 시달린 제일기획의 신입사원,
"이야~ 각이 나오네" 사진을 찍을 때, 멋진 모습이 나오면 감탄합니다.
"각이 딱 나온다" 당구장에서 해결책이 보일 때 외치는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청년들, 폼도 안나고, 해결책도 쉽사리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각이 안나와"라는 노래
가사에는 최저임금 문제, 이상봉 패션디자이너, 롯데호텔, 두산인프라코어, 제일기획 등 다양한 , 박카스 등 언론에서 다루어진 다양한 문제들을 담았습니다.
청년들의 삶을 “헬조선” "흙수저" "이생망"으로 만든 것 중에서 중요한 한 가지는 대부분의 시간이 들어가는 “일터”입니다. 이 "일터"는 모든 조직을 통틀어, 모든 작업 형태를 통틀어, 모든 계약 형태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고, 근본적으로는 "노동하는 인간"의 "현장"을 말하는 것입니다.
청년들이 일하는 "일터"가 “헬"이니, “헬조선”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헬기업”에서 벌어지는 삶의 환경을 “청년 일터괴롭힘”으로 부르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용어의 정리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일터 내의 권위적 위계질서에서의 약자. 까라면 까야 하는 사람
한 사회는 약자를 어떻게 다루느냐로 그 사회의 수준을 드러냅니다.
"일터"에서의 "청년"이란 햇병아리같은 연약한 생명체를 말합니다. "청년" 중년층 장년층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의 신체 건강한 나이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 연령에서 따라서, 이들은 약자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취약계층으로서의 청년에 대한 일터괴롭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 마디로 청년은 “봉”이라는 거죠. 실제로도 "KT 직장 내 괴롭힘 보고서"에 따르면, 일터괴롭힘 문제는 20~39세에서 가장 심각합니다.
일터는 노동하는 존재로서의 소득을 얻기위한 모든 행위가 발생하는 현장을 일컫습니다. 그래서 "직장"도 아닌 "일터"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정의는 최근 발간된 도서 <일터괴롭힘, 사냥감이 된 사회>에서 좀 더 심도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하루 중, 소득창출을 위하여 에너지가 집중되거나 혹은 상당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일터는 청년의 소득과의 관련성을 넘어서, 삶의 질을 결정하게 됩니다. 신체와 정신의 건강이 일터에 달렸습니다.
상대적 약자에게 상대적으로 권력을 가진 측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원치않는 행위를 당하는 것이 “괴롭힘”입니다. 이러한 괴롭힘은 주로 약자의 취약한곳, 상처난 곳, 취약한 곳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폭력의 형태를 띕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식으로 약자들이 바라는 것, 즉 무언가에 대한 희망과 긴장감을 악용하여 골려먹는 것이죠.
프랑스 정신과 의사인 이리고양은 저서 <보이지 않는 도착적 폭력>에서“일터괴롭힘”을 '도착적 폭력'으로 정의하였습니다. "도착적"이라는 표현은 "성도착증"과 마찬가지로, 이미 해당 사안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조차 일어나기 전에 무의식 속에서 문화속에서 너무나 팽배해있는 것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perverse로, 매우 악의적이거나, 일종의 병적인 현상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이러한 지적에 따르면, 일터괴롭힘의 특징은 은밀하게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어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가정 폭력”과 유사합니다. 경찰에서 사회의 4대 악 중에 하나로 부르는 “가정 폭력”, 그로 인한 피해가 만연하고 사회적 손실이 지대하기에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일터괴롭힘” 또한 그에 못지않은 “사회의 악”임에도 이는 필요한 수준의 의제가 되지 않았음이 아쉽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괴롭힘”을 일터에서의 폭력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심리적 괴롭힘, 감정적 학대, 집단적 따돌림 모두 일터에서의 폭력입니다. 따라서 가해자는 폭력을 휘두른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고, 폭력을 방치한 관리 책임이 발생하며, 피해자는 폭력사건에 의한 피해자로서 보상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약자들에 대한 "일터괴롭힘"의 양상은 그 사회-조직의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됩니다. 이에 따라 " 일터괴롭힘"은 각 국가에서 다양한 양태로 드러납니다.
이처럼 "일터괴롭힘"은 “일터”라는 중요한 삶의 현장에서 사회 전반의 문화가 드러난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무언가 개인이 감당해야 하고 극복하고 성장해야 하면셔 끊임없이 자신의 부족함을 탓해야 하는 사회, 학창시절부터 일터까지 이어지는 “일제” “독재” 가 다분히 묻어있는 훈련의 패러다임이 “일터 괴롭힘”의 근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노동자 100명 중 24명이 일터괴롭힘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10명이 신체폭력을 당합니다.
사람인의 통계에 따르면, 노동자 100명 중 15명이 신체폭력을 당합니다. 어쨌든 100명 중 10명~15명은 맞기까지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괴롭힘 중에서도 극단적 형태인 신체폭력이 이러합니다.
최소한으로 잡아서 맞은 사람이 10명이라고 치면, 그 중 7명은 직장 상사에게 맞습니다. 역시 7명이 업무 시간 중에 맞습니다. 맞은 10명 중 6명은 어차피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참고, 4명은 퇴사합니다.
여기서 "청년"에 주목하자면, 10명 중에 5명은 신입사원입니다.
일터괴롭힘은 삶에 대한 만족도를 낮추는 것을 넘어서 정신상태를 해칩니다. 일터괴롭힘이 있었던 KT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신적 질병에 관련된 수치가 매우 높았습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체화되거나, 강박증, 대민예민성, 우울, 불안, 적대감, 공포불안, 편집증 등에 시달렸습니다. 히 공포불안 항목에서 3배, 우울·불안에서 일반 대비 2배로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이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 뿐만 아니라, 일터괴롭힘을 지켜보는 주변 동료들과 가족, 친구들의 정신상태도 악화됩니다.
우선 청년이 입사한 지 1년 내에 퇴사를 하게되면, 기업으로서는 인력 선발과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 후, 이상한 상사때문에 이 비용을 날리는 꼴이 됩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1년 내 퇴사율이 27.7%입니다. 신입사원 네 명 중 한 명이 퇴사를 하면서 기업은 이 비용을 그대로 공중에 날리고 있습니다.
퇴사에 이르지 않더라도, "일터괴롭힘"은 "보이지 않는 비용"을 수반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일터괴롭힘 피해자는 하루 평균 88.9분의 노동시간 손실을 겪습니다. 가해자는 하루 평균 83.5분, 목격자는 80분의 근로시간을 손실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개인이 겪는 스트레스에, 문제해결 과정에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동시간 손실을 단순히 추한해도 기업의 손실은 상당규모에 이릅니다.
일터괴롭힘 기업의 경제적 손실 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붕괴시킵니다. 일터괴롭힘의 경험을 통하여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고, 괴롭힘이 용인되는 조직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신뢰자본”이 파괴됩니다. 이에 대하여 노르웨이의 노동활동가 Jon Sjøtveit는 《사회적 망이 붕괴할 때》라는 책에서 ‘괴롭힘은 피해자인 사람들에게뿐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 감각에 타격을 가한다. 공동체가 개인을 보호할 수 없으면, 개인은 공동체에 관심 가지기를 주저할 것이다. 사회적 망은 붕괴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청년 일터괴롭힘"의 문제는 피해자인 청년 혼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는 국제적으로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슈이고 개인의 인생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각종 부정적 효과를 파생시킵니다.
"청년 일터괴롭힘"은 ‘아무개의 슬픈 인생 에피소드’가 아닌 ‘우리의, 기업의, 공동의’ 사회문제입니다. 술안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 공론화하고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해결해야하는 국가적 과제입니다. 최근 서울시의 청년정책 광고에 이런 카피가 있었습니다. “청년이니까 힘내라고요?” 힘내란 말대신 힘을 주세요"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청년이니까 힘내라고요? 먼저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1화 끝.
청년들의 일터 괴롭힘에 대하여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한국인권재단과 함께합니다.
(인권홀씨기금 10기 선정 연구)
1 (여는 글) 안녕하십니까?
2 (현상) 무엇을 위한 패션인가?
3 (현상) 일터괴롭힘, 가해자들의 자세
4 (현상) 착한 척하는 헬기업
5 (대안) 일터괴롭힘, 국제사회에서 뭐라고 하나
6 (대안) 일터괴롭힘,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하나
7 (해결) 결국 기업의 민주적 문화
8 (해결) 일터괴롭힘,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참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32&aid=0002692161&sid1=001
http://m.pressian.com/m/m_article.html?no=137303
http://m.pressian.com/m/m_article.html?no=137860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26942
http://economy.hankooki.com/lpage/economy/201408/e2014081809331769890.htm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730055.html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25&aid=0002623655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25&aid=0002623655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729970.html
https://mn.kbs.co.kr/mobile/news/view.do?ncd=3313159
http://news.donga.com/List/Eco/3/all/20140902/66156867/1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서유정 부연구위원의 ‘직종별 직장 내 괴롭힘’ 연구 결과
안전보건공단
KT 직장 내 괴롭힘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