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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 Mar 05. 2024

대읽다-07 바바라 애런라이크
'노동의 배신'

내가 이다지도 미국을 자본주의를 몰랐던가! 

실제로 미국을 2번 다녀오고, 

어릴 때부터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라

 미국에 대해 모르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모든 것이 내 착각이었다. 

내가 2번 아니라 200번을 방문했다고 하더라도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결코 몰랐을 것 같다. 


이 책은 중산층인 저자가 

미국에서 경제적으로 최하층인 working poor로 살면서 

겪었던 일을 잘 정리한 

일종의 non fiction 체험기(로포타주-탐방기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기사라고 할 수만은 없는 게 

그 일을 통해 경험한 저자의 시각이 매우 선명하고,

심각한 이야기를 일상의 언어로 재미있게 

때로는 슬프지만 유쾌하게 잘 풀어냈다. 


저자는 미국 중산층이 working poor 계층을 보는 일반적인 시각인 

일하면 잘 살 수 있는 나라인 미국에서 

살찌고, 약물에 중독되고, 가난한 것은 

그들이 다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게 

과연 그런지?

 질문한다.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가 체험한 바에 의하면 

그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몸이 아파도 일할 수 밖에 없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졌으며

(웨이트리스면 손님에게 잘 해 주려고 하고, 

청소부면 깨끗하게 하려고 하고, 

매장 관리자면 그 매장을 깨끗하게 정돈하려고 한다), 

범죄율도 높지 않다고 한다. 


선입견과는 달리 그들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그들은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 

터무니없이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적절하게 먹지도, 

자녀를 인가받은 탁아소에 맡기지도 못한다. 

물론 의료보험은 꿈도 꾸지 못해 늘 질병에 시달린다. 


그녀는 말한다. 


"하지만 연극배우가 된 듯이 느껴졌던 그 순간에도

 나는 자신을 억압된 노동자 계급의 일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시간이 지나도 지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십년 동안 평균 이상의 의료 혜택을 받고, 

고단백의 영양을 섭취하고, 

1년에 400~500달러 내고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계속 해 왔기 때문이다.

 내가 생산성 좋은 가짜 노동자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지금까지 몸을 망가뜨릴 정도로 

장기간 힘든 육체노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130p)" 


내겐 너무 당연하게 여겨졌던 자연적인 음식과 운동이 

그들에겐 사치임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좋아서 초정제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뭔가를 잘 할 수 있다면, 

내가 매일 먹고 있는 자연적인 음식

(곡류, 고기, 채소, 과일 그리고 발효음식들)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 내 헬스 클럽과 

이것들을 실제로 요리하고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빚진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이제껏 돈에 대해, 가난한 이웃에 대해 

현실감각이 전혀 없었구나 싶었다.

덜 쓰고, 더 기부하고 가볍게 살아야겠다. 


그러나 책의 말미로 갈수록 한가지 의문은 남았다. 

왜 그들은 그토록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거나 

자긴의 몸값을 높이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아주 극심한 예속의 상황 속에서도 

우리 인간은 가족을 기억하고 

종교에서 힘을 얻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간직함으로써 

자존감을 지킬 수 있다....(중략).... 

관리자에게 듣는 '심한 질책' 등 

수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모욕적인 행위 덕분에

 임금이 이렇게 낮게 유지되는 듯하다. 

남들에게 무가치한 사람 취급을 오래 받다 보면 

자기 같은 사람은 임금을 

그만큼만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는지 모든다(2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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