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eunny Feb 15. 2021

#퇴사 그리고 이직

힘이 들 때는 놓아버리는 것도 답이다.

2020년,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로 모두가 고통받던 작년은 나에게도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시작은 4월부터였다. 회사의 매니저들이 대거로 바뀌면서 회사가 어렵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많은 사람들을 해고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고용했다. 가장 큰 문제는 회사에서 오래 일해온 사람들은 회사 구조의 문제로 커리어적 성장을 하지 못한 채로 해고되었고, 회사는 새로운 매니저들을 고용해서 싱숭생숭한 분위기를 강압적으로 바꿔서 실적을 올리려고 하였다.


그 일환으로 내 디자인 팀의 매니저도 바뀌게 되었고, 새로 바뀐 매니저는 능력은 있지만 성격이 정말 이상한 사람이었다. 처음으로 그가 한 일은 능력이 없다며 나랑 같이 일하던 포르투갈 디자이너 동료를 해고한 것이었고 (지금 그는 훨씬 잘돼서 대기업 시니어 디자이너로 재취업했다), 그 후로 나를 압박해 좋은 실적을 내려고 했다. 그는 높은 사람한테는 잘 보이려고 발악을 하고, 새로운 디자이너 인터뷰를 보고 난 다음날은 아침 미팅을 험담으로 시작했다. 그 애, 포트폴리오 봤어? 그걸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나? 그 설명하는 것은 어떻고 라며 흉을 볼 때마다 이 사람과는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설득할 마지막 기회로 매니저와 면담 때 지금 회사에서 내 솔직한 심정을 풀어서 설명했지만 그는 내 말을 거의 듣지 않았고, 그것을 계기로 나는 자발적으로 퇴사하게 되었다.



그 시기는 9월 초였는데, 그때에 나는 남자친구와의 오랜 장거리 연애에도 지쳐있었다. 그래서 들었던 생각은 일도 5년 가까이했는데 6개월 정도 쉬면서 비즈니스 독일어 공부도 하고, 좋은 자리가 있으면 이직도 준비할까 하는 생각으로 베를린 집을 내놓고, 퇴사 후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여행 계획도 짜고 (그때가 한참 1차 웨이브가 지나고 록다운이 풀린 시기였다), 남자친구가 있는 프랑크푸르트로 옮길 준비를 다 해놓았다.


하지만 인생은 또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2020년은 시작은 별로였지만 끝은 좋아서, 이탈리아 시칠리아 여행 중에 우연히 링크드인에서 연락온 헤드헌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휴가 중에 인터뷰를 보게 되었고, 3차 인터뷰까지 통과를 해서 10월 말부터 다시 베를린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 집을 내놓았던 나는 급하게 다시 에어비엔비를 구했고, 짐은 남자친구 집으로 흩어졌으며, 에이버엔비에서 맞지 않는 호스트와 집을 셰어 하며 이런저런 시련과 고난이 있었지만 그래도 남자친구까지 베를린 지사 인터뷰에 최종 합격해서 12월에 남자 친구 고향집에서 크리스마스를 지내고 1월부터 같이 베를린에서 살게 되었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서 매일이 정신이 없었지만 결론적으로는 감사한 작년과 올해 초였다. 그때에 매니저도 마음에 안 들고 회사의 비전도 나랑 안 맞는다고 느껴졌을 때에 내가 회사를 꾸역꾸역 다녔었더라면 이렇게 빠른 이직의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고, 잠깐의 휴가조차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인생에서도 힘들 때는 다시 돌아보고, 손에 쥔 것을 내려놓고, 다시 차근차근 생각해 볼 수 있기를!


2021년도 그렇게 나아가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Generalist vs. Specialis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