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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희대 Oct 13. 2024

문어 같은 글을 쓰고 싶어

누군가 알아보겠지 그 생명력


어딘가에서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죽지 않은 것처럼 수억 원의 로또에도 당첨되지 않았다. 나의 삶은 아파트단지의 수많은 창처럼 똑같은 일상으로 채워지고 가끔씩 바다에 놀러 갔을 뿐이다.


못된 갈매기마냥 무리를 배신하고 날아오르고 싶은 마음은 아주 조그만 커피 향과 익숙한 사람들과의 정겨운 대화에도 무뎌지기 일쑤였다. 안락은 친구처럼 꼭 붙어서 모험 같은 놈과는 말도 섞지 말라고 눈치 준다. 북방한계선을 넘고 있을 새가 겪을 고난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겁을 주며.


그래도 수평선은 로켓이 지나간 듯 장엄한 구름을 밀어 올리며 다른 세상의 꿈을 꾸게 했다. 모래밭에 죽은 조개와 여러 삶의 흔적들도 품었을 거라며. 차가운 바닷물이 발목을 적실 때마다 문득 다른 세상의 소식들이 밀려온 것처럼 귀를 기울였지만 가느다란 해초만이 붙어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삶을 뚝딱뚝딱 조립해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웠던가. 낡은 나침반 하나 없이 컴컴한 길을 여러 구비 돌아오며 생각했더랬다.


조그만 항구를 가진 어촌에 집을 짓고 싶다고. 매일 출정하는 배를 보러 바다에 나가 뱃고동 소리로 위장 깊은 곳까지 채우겠다고. 그러면 아주 굵은 문어 같은 생명의 글이 불현듯 튀어나올지도 모르겠다고. 바다의 산삼이 내가 그리던 세계로 가는 여비가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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