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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희대 Apr 28. 2024

유시민은 아나운서처럼 말하지 않는다

말 잘하기 위해 기초체력 기르기

왜 사람들 앞에 서면 목소리가 떨릴까? 왜 준비했던 말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걸까? 왜 내 말은 책을 읽는 것처럼 생명력 없이 들릴까?


남들 앞에서 말을 잘하고 싶지만 잘 안 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고민일 것이다. 정답은 뇌가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긴장을 하면 몸이 뻣뻣해지듯이 순간적으로 뇌가 유연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가장 직접적인 개선 방법은 머리를 쪼개고 두뇌를 열어서 근육을 풀듯이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겠지만 말 잘하려다 죽을 수는 없는 법. 대신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요가는 굳은 몸을 풀어주는 운동이다. 그렇다고 사람들 앞에서 “잠깐만요. 저 몸 좀 풀고 이야기할게요” 라면서 아크로바틱한 포즈를 한동안 취할 수는 없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게 뻔하니까.


대신 얼굴 근육을 풀어보자. 무대 위에서 긴장한 화자를 잘 보면 얼굴도 나무토막처럼 굳어있는 걸 알 수 있다. 뇌가 평소처럼 유연하지 못하고 긴장 때문에 굳어있다는 증거다. 알츠하이머나 치매에 걸린 사람도 잘 웃지 못한다. 뇌와 가장 가까운 근육을 풀어주는 방법은 뇌의 유연성을 되찾는데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혀를 풀어주는 것이다. 뇌가 굳으면서 혀도 굳게 된다. 반면 굳은 혀를 풀어주면 뇌도 풀린다. 우리 몸은 하나처럼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남들 앞에서 들키지 않고 뇌를 유연하게 하는 방법은 혀 풀기가 최고다. 평소에는 안 그러다가 남들 앞에 섰을 때 말문이 막히는 사람들은 당장 혀 풀기 운동을 해보시라. 익숙해지면 자기도 모르게 말이 쏟아질 테니.


얼굴 근육과 혀 풀기가 육체적인 긴장완화 방법이라면 가장 효과적인 멘털 강화 훈련은 바로 자기소개 연습이다. 뻔뻔한 자기소개. 많은 이들이 훈련법 중에 간과하는데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생각을 해보시라. 남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 이름 세자 말하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말을 곧잘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뭔가 쑥스러워하는 빛이 역력하다.


팬미팅 같은 게 아니라면 화자 앞에서 호의적인 표정만 짓고 있는 사람은 없다. 설령 화자에게 별 감정이 없다 하더라도. 청중이 무심히 짓고 있는 별 의미 없는 표정 하나하나에 멘털이 붕괴되는 사람들이 있다. 심장이 두세 개 더 생겨난 것처럼 발작적으로 뛰고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 아무리 발성 연습을 하고 멘털을 강화해도 극복하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란 정말 어렵다.


그런 사람들은 당장 거울울 바라보며 자기소개를 연습하기 바란다. 이왕이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좋다. 말하기엔 상상력이 반드시 필요하니까. 예컨대 건물주가 되었거나 아이돌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자기가 되고 싶은 사람이 이미 되었다고 가정하면서. 그렇게 뻔뻔하게 자기소개를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되면 남들 앞에서 말하기 어려운 주제는 없을 것이다. 당사자도 몸을 뒤틀 정도로 뻔뻔한 자기소개에 익숙해지면 다음 스탭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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