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어딘가 익숙한 문양이 보이는 채널을 나에게 소개했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일반인 데이팅 프로그램이라는 전에 없는 기획으로 3년여간 이슈의 중심에 있다가 불미스러운 일로 2014년 막을 내린 애정촌 <짝>의 연출자인 남규홍 PD가 개설한 채널이었다.
<짝>은 매 회 큰 화제를 일으키며 출연자들이 이슈의 중심에 서곤 했는데, 사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봤을 때 어딘가 기시감이 들었다. '짝'이란 글자체에서부터, 사람들을 모아 놓고 1호, 2호 같은 이름으로 부르며 행동을 관찰하는 실험 다큐의 형식, 그리고 세트장의 분위기나 내레이션 등이 전에 봤던 다큐멘터리와 너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본 기억이 난다.
https://programs.sbs.co.kr/culture/sbsspecial/vod/53591/22000031649
내가 그전에 봤던 다큐멘터리는 2010년 1월 방영된 SBS 스페셜의 4부작 '출세만세'의 2부, '나도 완장을 차고 싶다'였다.
사실 '나도 완장을 차고 싶다'란 방송은 매우 실험적이었다. '짝'이라는 키워드를 다룬 애정촌과는 달리, '출세'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7명의 참가자를 외딴집에 모아 '완장'이란 매개체로 그들을 관찰하는 생소한 형식이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을 볼 땐 연출자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가자들의 모습을 날 것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비슷한 형식이 '짝'이라는 키워드로 축을 돌려 좀 더 다듬으니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성공한 프로그램이 되는 모습을 보며 참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도 일반인 데이팅 프로그램은 꾸준히 있어왔고, 한국뿐 아니라 해외 방송에서도 다양하게 다뤄지는 주제이지만, 애정촌 <짝>만큼 참신하고 짝을 찾는 모습을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전달한 프로그램은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안타까운 일로 종영됐지만 그 이후로도 많은 사람들이 애정촌 <짝>을 찾는 걸 보면, 그 기획과 연출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한국 방송사들의 예능과 다큐멘터리들을 애정 하며 챙겨보던 시청자로서, 유튜브의 시대에 급변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내가 만약 방송계 종사자라면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김구라의 '구라철'에서도 기존 방송사의 광고 수요가 끊임없이 유튜브나 인플루언서 등으로 옮겨가고 있고, 그에 대한 방송 업계의 대응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혹독할 수도 있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서도 적극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유튜브로 나온 남규홍 PD의 등장은 반갑게 느껴진다.
애정촌 <짝>이 종영된 이후, 중국과 베트남에서 <짝>의 포맷으로 방송을 제작했다고 하고, 이제는 '탈모'라는 또 다른 주제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양하고 실험적인 다큐멘터리와 프로그램으로 한국인의 내면을 조명하려고 하는 남규홍 PD의 도전은 가치 있는 시도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