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urdoc Jul 26. 2020

여행지에서 재즈펍을 찾는 이유

 휴가라고 이틀 연차를 이렇게 쓰고 가는 여행이란 바쁠 수밖에 없다.


처음엔 여유롭게 다녀오려고 마음먹더라도, 여기를 가볼까, 여기도 가볼까 하다가는 금세 일정이 차게 마련이다.


그래서 처음 계획과는 저 멀리 나도 모르게 어어 하고 바빠지게 마련이다.


비록 여행 일정이 타이트해지더라도 꼭 검색해보는 것 한 가지가 있다.


여행지 혹은 숙소 주변에 재즈펍 혹은 재즈바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재즈펍과 재즈바를 구분하기가 좀 애매하지만 개인적으론 재즈'펍'의 분위기를 선호한다. 좀 더 캐주얼하고 다가가기 편한 느낌. (어디든 있으면 간다.)


여행 마지막 날이라도 짬이 되면 시간을 쪼개서 캐리어를 끌고서라도 재즈펍을 방문한다.


대만 타이베이 여행이 그러했다.


https://goo.gl/maps/5pE5R6eSPLKPjogV9


Sappho Live Jazz는 타이베이의 숙소에서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있었다.


비행기 시간이 상당히 촉박했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들러보고 싶었다.


여행지에서 재즈펍 혹은 재즈바에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1. 재즈펍이나 재즈바는 여행지에서 혼자 가도 전혀 부담이 없다.


2. 혼술과 음악의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이유를 더 들라면 감상에 젖어 한도 끝도 없이 들 수 있지만 축약하면 이러하다.


여행지의 로컬 맥주를 들이키며 달콤한 혹은 흥이 나는 음악을 듣는 건 정말 포기하기 힘든 시간이다.


대만 여행에서 Sappho Live Jazz란 장소에 대한 포스팅도 유튜브 영상 하나 보지 않았지만, 구글에서 검색되는 사진 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그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숙소에서 왔다 갔다 할 시간은 없었으므로 공항으로 가는 길에 캐리어를 끌고 터덜터덜 갔다.


맞이하는 매니저에게 캐리어 미안하다고 어디 둘 곳 없냐고 물어물어 어디 주방 같은데 두고서야


바에 앉아서 맥주 한 병을 쥘 수 있었다.



여행지에선 로컬 맥주가 제 맛이다.


타이완 비어라고 자랑스럽게 적혀있는 푸른 맥주병을 끼고, 초록은 동색이라고 하이네켄 코스터로 깔맞춤을 하니 어째 기분이 났다.


많은 시간은 없지만 어쩌면 이번 여행 가장 흥이 오르는 시간일 수 있다.


한 모금 들이킨 대만 맥주의 맛은 청량했다.



라이브가 열리기 전 무대의 모습이 유난히 매력적인 날이었다.


머무를 시간이 적어서였을까. 사람도 많이 모이지 않고 혼자 덩그러니 바에 앉아서 맥주병만 쥐고선 무대를 보고 있었다.


사실 어떤 밴드가 나오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었지만, 도착해서 앉은 이 곳은 장소의 매력에 만족했던 지라 누가 나오던 상관없다는 기세였다.


그래도 이왕이면 더 즐거운 음악이 나오는 게 낫겠지



그 날의 기억을 채워 준 밴드는 좋았다.


아쉬운 건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공연을 끝까지 못 본 것이었다.


맥주 한 병을 적당히 비울 시간 정도를 머무르며 듣다가 그곳을 떠나야 했다.


그래도 대만 여행에서 어지간히 즐거운 재즈의 기억을 담고 돌아가는 길은 만족스러웠다.


혹여나 어느 새로운 여행지를 갈 수 있는 날이 다시 온다면, 그 도시의 재즈가 울리는 공간은 꼭 찾고 싶다.


여행 때마다 모으곤 하는 스타벅스 컵 못지않게 모으고 싶은 버킷리스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을 잃은 시기에 꺼내보는 여행 사진 1. 량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