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라고 이틀 연차를 이렇게 쓰고 가는 여행이란 바쁠 수밖에 없다.
처음엔 여유롭게 다녀오려고 마음먹더라도, 여기를 가볼까, 여기도 가볼까 하다가는 금세 일정이 차게 마련이다.
그래서 처음 계획과는 저 멀리 나도 모르게 어어 하고 바빠지게 마련이다.
비록 여행 일정이 타이트해지더라도 꼭 검색해보는 것 한 가지가 있다.
여행지 혹은 숙소 주변에 재즈펍 혹은 재즈바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재즈펍과 재즈바를 구분하기가 좀 애매하지만 개인적으론 재즈'펍'의 분위기를 선호한다. 좀 더 캐주얼하고 다가가기 편한 느낌. (어디든 있으면 간다.)
여행 마지막 날이라도 짬이 되면 시간을 쪼개서 캐리어를 끌고서라도 재즈펍을 방문한다.
대만 타이베이 여행이 그러했다.
https://goo.gl/maps/5pE5R6eSPLKPjogV9
Sappho Live Jazz는 타이베이의 숙소에서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있었다.
비행기 시간이 상당히 촉박했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들러보고 싶었다.
여행지에서 재즈펍 혹은 재즈바에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1. 재즈펍이나 재즈바는 여행지에서 혼자 가도 전혀 부담이 없다.
2. 혼술과 음악의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이유를 더 들라면 감상에 젖어 한도 끝도 없이 들 수 있지만 축약하면 이러하다.
여행지의 로컬 맥주를 들이키며 달콤한 혹은 흥이 나는 음악을 듣는 건 정말 포기하기 힘든 시간이다.
대만 여행에서 Sappho Live Jazz란 장소에 대한 포스팅도 유튜브 영상 하나 보지 않았지만, 구글에서 검색되는 사진 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그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숙소에서 왔다 갔다 할 시간은 없었으므로 공항으로 가는 길에 캐리어를 끌고 터덜터덜 갔다.
맞이하는 매니저에게 캐리어 미안하다고 어디 둘 곳 없냐고 물어물어 어디 주방 같은데 두고서야
바에 앉아서 맥주 한 병을 쥘 수 있었다.
여행지에선 로컬 맥주가 제 맛이다.
타이완 비어라고 자랑스럽게 적혀있는 푸른 맥주병을 끼고, 초록은 동색이라고 하이네켄 코스터로 깔맞춤을 하니 어째 기분이 났다.
많은 시간은 없지만 어쩌면 이번 여행 가장 흥이 오르는 시간일 수 있다.
한 모금 들이킨 대만 맥주의 맛은 청량했다.
라이브가 열리기 전 무대의 모습이 유난히 매력적인 날이었다.
머무를 시간이 적어서였을까. 사람도 많이 모이지 않고 혼자 덩그러니 바에 앉아서 맥주병만 쥐고선 무대를 보고 있었다.
사실 어떤 밴드가 나오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었지만, 도착해서 앉은 이 곳은 장소의 매력에 만족했던 지라 누가 나오던 상관없다는 기세였다.
그래도 이왕이면 더 즐거운 음악이 나오는 게 낫겠지
그 날의 기억을 채워 준 밴드는 좋았다.
아쉬운 건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공연을 끝까지 못 본 것이었다.
맥주 한 병을 적당히 비울 시간 정도를 머무르며 듣다가 그곳을 떠나야 했다.
그래도 대만 여행에서 어지간히 즐거운 재즈의 기억을 담고 돌아가는 길은 만족스러웠다.
혹여나 어느 새로운 여행지를 갈 수 있는 날이 다시 온다면, 그 도시의 재즈가 울리는 공간은 꼭 찾고 싶다.
여행 때마다 모으곤 하는 스타벅스 컵 못지않게 모으고 싶은 버킷리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