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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명못정함 Dec 21. 2022

2022 슬로건은 '한심하게 살자'였다.

내년엔 '한심하게 살지 말자'.

브런치에서 걸핏하면 '글 본지 오래 됐다'는 알림이 떠 쓴다.

 

2022년. 어느 때보다도 재미 없는 한해를 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브런치에 글 좀 써보겠다고, 각 잡고 앉아 되돌아보니, 오히려 올해만큼 다사다난했던 때도 없었다. 정말...바빴다. 대단히 바빴다.

어느 날 퇴근길.

휴대폰 앨범을 쭉 살핀 뒤 새삼 느꼈다. 연초부터 강원 강릉, 동해, 삼척, 춘천 등지로 출장을 쏘다녔다. 경기에서도 양평, 안성, 파주, 성남, 안산, 평택, 동탄 등으로 향했다. 충북 청주, 충주, 제천 그리고 세종. 경북 안동, 청송, 예천과 대전 및 제주 등… 다 쓰려니 정리도 안 된다.


역설적이게도, 분주했던 탓에 더 게을러졌다. 일 외에는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과 술 먹기조차 예년만 못했다. 그렇다고 일은 재밌었는가. 그건 모르겠다. 재밌던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대체로 꾸역꾸역했으나, 어쩌다 성과가 나오면 웃기도 하고...일희일비 그 자체.

출장 중 탄 배.

가을쯤엔 독서모임을 한 번 나가봤다. 흥미나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 그저 스스로 너무 대중없이 사는 건 아닌지 싶어 가본 게다.  


가서 보니 내 또래 많은 이들이 독서에 열심이었다. 특히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다. 저마다 자기계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단다. 정말 부지런해 보이긴 했다.


와중에 나는 본능적인 거부감 같은 게 들었다. 그냥 편하게, 게으르게, 한심하게 좀 살면 안 되나. '계발'이란 표현 자체가 채찍질처럼 느껴졌다. "더 독해져! 끈질겨져! 더 열심히! 더 빨리!"하고 고함치는 것 같았다.

미리내성지 대성당.

이도저도 하기 싫었던 내가 가장 자주 찾은 곳은 성당이었다. 빈 성당에 들어가 기도한 날이 확연히 늘었다. 뭘 기도했는진 모르겠다. 대개 눈 감고 묵상을 했다. 가끔은 그러다 졸기도 했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면, 늘 비어있던 마음이 무언가로 채워졌다. 평화인 때도, 불안이었던 때도 있었다.


하루는 기도하고 나오자마자 술이 당겼다. 그러자 이런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이게 내 수준이구나."


2023년을 맞이하는 각오는 아주 살짝 남다르다. 모르긴 몰라도 올해보단 모든 면에서 나아지겠노라...생애 처음 신년 다짐 비슷한 걸 하고 있다. 잘 살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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