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피정을 다녀오고 꼭 한 달째인 지난 7일 뒤풀이 격으로 열린 모 행사에 다녀왔다. 피정 후 한 달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등을 서로 나누고, 기념 미사에 참례하는 잔치였다.
대부분 "어머, 반가워요" "잘 지냈어요?" 같은 말을 건네며 첫인사를 나눴다.
나는…음…난 '남달랐다!'
많은 이들이 내겐 "헐, 오셨네요?"란 반응을 보였다. 내가 당연히(?) 안 올 줄 알았나 보다. 앞선 글에도 썼지만 피정 내내 집중을 못했고, 피로감만 토로했던 게 문제였다.
피정을 보낸 3박4일 동안 내가 여러 사람의 근심이었단 사실을 새삼 알게 됐다.
어느 한 분이 들려준 얘기는 이랬다. 피정 이튿날, 한 형제님이 내 손에 성경이 없는 걸 보고 '같이 보자'며 본인 성경을 펼쳤는데, 내가 거절을 했단다. 이에 행사를 진행하는 봉사자들이 내게 성경 한 권을 아예 빌려줬지만, 내가 그마저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거다.
전부 사실이었다. 옆에서 이 썰(?)을 듣고 있던 한 봉사자가 말을 보탰다.
"아, 그런 분이 있었단 얘긴 들었는데, (나를 가리키며)형제님이었어요?"
또 다른 비화도 들었다. 어떤 봉사자는 내 입소 순간을 기억했다. 내가 피정의 집에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차에서 좀처럼 내리질 않더라는 거다.
이런저런 얘기를 들은 나는 스스로 마치 '돌아온 탕자'가 된 듯했다. "내 담당 봉사자가 탕자를 키우고 있었구나" 생각에 딱하면서도 죄송했다.
다만, 돌아온 탕자가 된 기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날 기억해주다니, 감사하다"는 마음이 컸다.
다 지난 얘기니 이젠 웃으면서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주고받던 중 한 봉사자께서 감동적인 말을 해줬다.
"우리 봉사자들이 형제님(나)을 위해서 얼마나 기도했는지 몰라요. '부디 피정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땐 웃으며 가셨으면 좋겠다'고요"
아니 근데…진짜 왜 그랬을까. 흑역사다.
그러나 이젠 어차피 되돌릴 수도 없다. 고로 '피정 한 달'을 기념한 이날 미사에 참례하는 각오는 이전과 달랐다. 최대한 집중하려 노력했다. 정말 몰입했고 커다란 감사와 은혜를 느꼈다.
미사까지 마치고는, 다 같이 술을 마셨다…많이 마셨다. 이하는 '숙취 이슈'로 마음에만 기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