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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녁 Feb 25. 2017

청춘 18

다섯째 날

2016.1.3. 일


08:00

벌써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쓰루오카에서 무라카미로 가는 첫차를 타고 마지막 날의 여행을 시작한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얻고, 또 무엇을 버렸는가. 이번 여행이 앞으로 나의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다. 당장 내일의 일 또한 알 수 없듯이.





12:00

비가 계속해서 내린다. 강한 비는 아니지만 끊이지 않는다. 쓰루오카에서 무라카미까지 가는 오른편으로 바다가 펼쳐졌다. 커다란 바위와 조그마한 집들이 보였다. 이런 곳에서는 도무지 사람이라고는 살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곳에서 살아가겠지. 도쿄의 열차만 타다가 다른 곳의 열차를 타니 신기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기차처럼 둘씩 마주 보는 좌석도 그렇고. 버튼을 눌러 수동으로 여는 문 또한 그렇다. 심지어 버튼 없이 손으로 여는 문도 있었다. 선풍기. 열 수 있는 창문. 화장실 등 생소한 것 투성이었다. 허름하지만 사람 냄새나는 다양한 열차를 타는 것도 이번 여행의 재미 중 하나다.





15:40

니이가타로 가는 열차 안. 시내로 놀러 가는지 예쁘게 꾸미고 열차를 타는 여자 아이들이 많았다. 도쿄에서 줄곧 봐오던 세련되고 화려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지만, 풋풋하고 청순한 느낌이 나에게 있어서는 더 호감이 갔다. 도쿄로 가는 열차 안에서,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무진기행을 계속해서 읽어나갔다. 본래 창가 자리를 좋아하지만 어떤 때는 창가 자리에 앉지 않는 게 좋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책을 읽을 때.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만 창 밖 경치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몇 번이고 읽다가 포기했었던 무진기행. 이 책도 이제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가고 있다. 책 속에서 마흔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나에게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던 마흔이라는 나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기차를 타고 갈 때 느껴지는 덜컹거림과 그 소리가 좋다. 그 리듬에 맞춰 무진기행을 읽으며 도쿄로 향하고 있다.





17:20

드디어 도쿄로 가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열차에 올랐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에 매듭지려 했던 생각들은 다시금 물음표를 달고서 나에게 돌아왔다. 언제나 그렇듯이 인생이란 물음표의 연속이다. 이번 여행에서 산도 보고, 눈도 보고, 바다도 보고,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홋카이도도 다녀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채울 수 없는 헛헛한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는게 사실이다. 이대로 도쿄로 돌아가면 또 어떠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마 지금과 다름없는 일상이 이어지겠지.

창 밖으로는 석양이 지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누군가가 이번 여행의 귀향길을 축하해 주는 것만 같았다. 무사히 돌아와서 잘 됐다고. 정말 잘됐다고. 이번 여행 중에 석양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순백의 눈 속에서 따뜻한 석양을 바라보니 내 마음 또한 따뜻해졌다. 폭죽이 올라가듯 비행운이 아주 천천히 하늘 위를 가로질렀다.





<청춘 18 5일 차 경로>

쓰루오카(7:40)----우에쓰 본선---->(9:49)무라카미(9:54)----우에쓰 본선---->(11:16)니이가타(12:05)----신에쓰 본선---->(13:22)나가오카(13:48)----조에쓰 본선---->(15:46)미나카미(15:53)----조에쓰 본선---->(16:56)타카사키(16:59)----타카사키선---->(18:54)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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