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리와분노 Jan 17. 2021

<옥자>와 채식주의

봉준호, 2017


 봉준호의 영화들 중에서는 <옥자>를 가장 시시하게 본 편이다.

 그냥 재미가 좀 없었다.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았고...


 그것 말고도 이 영화에 대해 생각했던 게 있다면,

 옥자와 채식주의에 대한 호감은 다소 섞여있을 수 있고

 옥자와 채식주의에 대한 반감도 다소 섞여있을 수 있다는 정도...


 반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육식이나 채식주의에 대해 보편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어중간했던 것 같다.


 육식이나 채식만 따로 놓고 보자면 채식하는 분들은 육식도 조금씩 하면 좋을 것 같다.(물론 가능한 분들만...)

 육식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육식을 좀 줄이고 채식을 더 많이 하고... 그럼 서로의 건강에도 좋을 뿐더러

 이 문제를 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와의 대립, 어떤 '주의'나 이념이나 도덕적인 대립으로 격상시키지 않을 수 있으니까.


 다 잘 먹는 사람들이 채식주의자에게 얼핏 느끼는 반감? 같은 게 있다면, 그들이 도덕적으로 우리를 판단하는 듯한 인상일까?

 그 인상이 맞는지 오해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걸 진짜 도덕적으로 담론화한다고 해서... 그 담론이 논리적으로 답을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동식물을 잡아먹는 사람은, 그 역시 '근인애'의 동물이라서 가까운 존재부터 존중하고 사랑하게 된다.

 사람은 사람부터 존중하고 사랑하게 되며 그 와중에 나의 사랑스런 '야옹이'가 있다면 그건 고양이이기 이전에 '야옹이' 그 역시도 나와 가까운 사적관계이다. 모든 동물을 존중하고 사랑하자는 것은 그런 사적관계를 뛰어넘거나 확장한 '원인애' 그리고 그보다 더 추상적일 수도 있는 존재에 대한 리스펙이다. 인류가 그걸 실천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인류에 대한 역시 추상적인 얘기고, 사람들은 다 다르다. 어떤 합의에 이르고 싶다면 감수성에 호소하거나 도덕적으로 잴 것이 아니라, 이성적인 공적관계성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공장식으로 사육당하는 가축의 현실과 더불어서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까지 총체적으로 우리 모두 이런 식이라면 현실적으로 위험하니 조금씩 줄여보자는 식으로...)


 <옥자>는 옥자와 미자 간의 사적관계와 육식하는 세계시스템을 대립시켜 보여준다.

 이건 서로 이질적인 차원의 세계이기에 그 자체로 서로를 충돌시켜 답을 얻는다는 건 쉽지 않다. 마찬가지 감수성에 호소하거나 합의되기 어려운 도덕을 서로에게 강요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딜레마를 보여줌으로서 문제의식으로 표면화시킬 수는 있겠지. 도덕적인 답을 찾기는 어려워도 도덕적인 오해를 풀 거나 사유가 시도될 순 있을 것이다. 근데 그러려면, 딜레마가 제대로 부각되려면, '옥자와 미자 간의 사적관계'도 '육식하는 세계, 시스템'도 각각 그 상이한 성질을 제대로 부각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 <옥자>의 경우 후자도 좀 피상적이지만 전자 또한 피상적이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옥자와 미자의 모험활극이라서 옥자와 미자 간의 사적관계 그 내밀함을 제대로 보여줄 시간이 없다. 그러니까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대충 그걸로 이입하거나 아닌 사람은 그냥 귀엽다 그러거나... 진짜 그들만의 애틋함을 보여줘서 서로 다른 입장과 생각들을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끌어 모아 서로의 대화로 이끌기에는... 두 시간도 바쁜데 장르물이니까 그보다 훨씬 작은 시간, 오프닝의 사진 몇 장, 둘이서 뛰어노는 몇 신으로 만족해야만 한다.


 장르물로서 그런 테마를 진지하게 다루겠다는 게 애초부터 무리였을 수 있다. 허나 봉준호의 장르영화들은 장르영화면서 그런 테마를 활용하지만 않았기에 그게 중요한 장점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옥자>는 봉준호의 장르영화 중 그 테마가 가장 소홀하게 다뤄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테마에 반응했던 이들은 이 영화 전에 이미 그 테마에 반응했을 가능성이 높고 반대경우도 비슷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장르물로만 평가하기에는 참신한 장면들도 있지만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에너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