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아니지만 대답을 해 보자면…
외국에서 일하게 된 지 어느새 7년이 넘었다. 특히 외국 회사로 이직을 하고부터는 그러면 영어는 원어민이겠네?라는 말을 종종 (꽤 많이) 듣는다.
사실을 먼저 얘기하고 넘어가자면, 영어는 아직도 스트레스고 아마 평생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다. 이제 어느 나라 억양이던 대부분은 다 알아듣고 내가 할 말은 하고 산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종종 문법에는 오류가 있고, 나의 생각을 말하다 보면 횡설수설이 되기도 한다.
현 회사 초반부에는 단어를 몰라서 생긴 지금 생각해도 낯 부끄러운 실수도 있었다.
업무 지원을 요청하고자 Bandwidth를 묻는 팀원에게, Network bandwidth를 묻는다고 생각한 나는 “그게 왜 궁금해?”라고 순수한 질문을 보냈고… 내 답변을 도와주기 싫다는 차가운 거절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는 “네가 바쁘면 안 도와줘도 돼”라는 답장을 보내며 맘 상해했었다 :p
그런데 그럼에도, 회사가 굳이 돈을 들여가며 영어를 잘하는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외국인’을 뽑은 이유를 되새겨본다.
내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 이거야말로 말뭐.. 가 아닐까. 수치로 보이는 성과/수익은 언어가 완벽하지 못하다면 더더욱 중요한 것 같다.
약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강점 찾아보기: 나는 빠른 언어적 순발력이 필요한 프레젠테이션에 약한 대신, 간결한 제안서(메일)로 내 의견을 정리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것을 더 잘한다. 사실 모든 클라이언트 혹은 팀이 프레젠테이션 혹은 미팅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꽤 나쁘지 않은 대체카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소프트 스킬: 연차가 쌓일수록 소프트 스킬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전쟁터 같은 회사도 한숨만 나오는 프로젝트도 - 결국은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클리어하고 빠른 커뮤니케이션은 사실 너의 시간을 존중하니 일을 효율적으로 빠르게 마쳐보자는 무언의 배려이다.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은 결국은 좋은 시너지를 내어 더 쉽게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믿는다.
물론 돈 내고 다니는 대학생이 아닌, 돈 받고 다니는 직장인이기에, 외국인이라서 영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한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어민에 비한다면 우리는 언제나 영어가 완벽하지 못한 외국인이다.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을 하고 내 강점을 키우는 것이 결국은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영어가 이해가 안 된다면, 더 물어보고 추가적인 설명을 요청해도 괜찮다! 다음에 내가 업무적으로 또 다른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친한 친구면 여러 번 물어봐도 덜 미안하다. 그래서 외국인일수록 빨리 회사 문화에 어우러지고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ㅎ_ㅎ) 결국은 다 사람과 사람 사이 일이어서 오늘은 도움을 받고 내일은 도움을 주겠다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