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성취가 부러웠다
인스타그램으로 가끔 소식을 공유하던 대학 후배가 짧게 스토리를 하나 올렸다. 오랜만에 다시 우리 대학 신분증이 생겼다면서 - 대학 조교수라고 쓰여있는 신분증 카드를 찍어 올렸다.
나는 이직을 위해 또 다른 갑님을 찾고 있었는데 너는 직장도 다니는 와중에 우리 대학교 조교수가 되었다니! 다른 대학도 아니고 우리 대학에! (편파적일 수 있는 내 기억 속에는…) 대학교 때 내가 학점도 더 좋았었던 것 같은데,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유학을 가더니 그게 이렇게 잘 풀렸나. 성과가 좋았었나 보다. 졸업하고도 교수님들과 선배들과 커넥션이 좋았었나 보다… 짧은 순간에 별 생각들이 다 들었다.
몇 초 간 놀라움과 부러움, 질투심이 얽혀서 말없이 스토리를 손으로 눌러놓고 봐라만 보고 있었다. 한국을 떠나며 경쟁 심리와 비교 문화에서 어느 정도 멀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안에 있던 불씨가 확 살아나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부러운 사람 천지였다.
좋은 대학교에 들어갔지만 나보다 더 좋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었고, 이름 있는 직장에 들어왔다고 생각했지만 더 유명한 회사에 다니며 굉장한 커리어를 쌓는 것 같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많았다. 나보다 한 살 어린데 술술 풀어가듯 편하게 글을 써서 글로 먹고사는 작가도 부러웠고, 공공장소에 놓여있는 피아노를 누가 치나 했을 때 마치 준비라도 한 듯 앉아서 피아노 실력을 뽐내는 사람도 부러웠고, 그냥 길거리에서 보이는 모델같이 크고 예쁜 여자도 부러웠다. 아, 여러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들도 늘 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얼마큼 부러운지는 제각기 달랐지만, 이 부러움과 동경, 질투가 한 데 섞인 감정은 작게 혹은 크게 나를 휩쓸고 지나가곤 했다. 그리고 그 감정이 내 안에서 회오리를 치며 나를 흔들었다. 가끔은 성장의 연료가 되기도 했고 어느 순간엔 알 수 없는 패배감을 줬다. 상대가 없는 게임에서 혼자 허공에 잽을 날리다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것 같은, 내가 나 스스로에게 지우는 패배감.
그런데 오랜만에 느낀 이 감정 앞에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사실 며칠이 지난 아직도 잔잔하게 질투가 나고 부럽지만, 그래도 지금은 내가 조금 더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까닭에 내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것 같다. 내 안에서 몰아치는 회오리가 아닌, 이잉 부러워~ 하고 스윽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리는 느낌.
이만하면 요새 충분히 행복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