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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뚠뚠 Sep 12. 2024

싱가포르에서 마음의 여유를 배운다

"회사에 너무 집중하지 마. 회사는 네 전부가 아니야"

싱가포르에서 살면서 한국과 다른 점을 꼽자면 수십, 수백 가지가 되겠지만, 내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차이 중 하나는, 여기 친구들은 더 여유롭달까... 여러 모로 조금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한 회사가 많아서일 수도 있지만 출퇴근길에 대중교통을 타려고 뛰는 사람들도 거의 없고 (나 혼자 뛴다. 마음이 급해서), 사람으로 가득 찬 지옥철에서도 다들 왠지 여유롭다. 타고 내리며 옆 사람을 쳐도 다들 그러려니... 싶나 보다. 생각보다 "Sorry" 혹은 "Excuse me"를 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그 정도는 그냥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이었으면 지하철에서 이어폰 없이 크게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는 사람들을 쫓는 날 선 눈초리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여기서는 다들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이다. 아직 너무 코리안인 나만 혼자 고개를 들어 누군지 슬쩍 훑는다.


직장생활에서도 비슷한 모습들이 보인다. 한국에서는 야근을 해서라도 일을 끝내려는 혹은 '끝내야 하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면, 여기에서는 '업무 시간 내에 다 끝내지 못하는 일은, 내가 못해서가 아니라 일이 너무 많은 거다.'라는 마음가짐의 친구들이 많다. 물론 필요할 때에는 오버타임 근무를 하며 일을 끝마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업무 시간에 열심히 일하고 제시간에 훌훌 집으로 간다. 처음 입사해서 모든 일을 그날그날 마치고자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내게 시니어가 해줬던 말도 같았다.


"회사에 너무 집중하지 마. 회사는 네 전부가 아니야. 너는 회사 밖의 삶이 있어. 열심히 하는데 제시간에 끝내지 못한다면, 그저 일이 너무 많은 거야.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 문제이지, 너의 문제가 아니야."


진짜로 그 당시 일이 너무 많았다. 가장 큰 대목인 Festive 시즌이 다가오면서 모든 마켓들에서 크리스마스 캠페인을 시작했고 처음 들어와서 업무에 적응 중인 내게도 온갖 프로젝트들이 몰렸을 때였다. 주 5일 중 4일을 야근을 하며 도리어 야근을 하는 나를 자책하던 그때, 시니어의 말이 너무 힘이 됐다.


회사에서 정신없이 업무를 쳐내는 와중에도, 그리고 그저 매일의 일상 속에서도, 여기 친구들의 여유가 문득문득 내게 와닿는다. 그리고 최고도로 올리던 스위치를 살짝 내리게 된다. '그렇지, 이 정도로 목을 맬 일은 아니지... 별거 아니지'라고 마음을 더 가볍게 먹는다.


오늘의 미팅을 스킵하자는 메시지에 돌아온 귀엽고 따뜻한 답장을 아래에 첨부해 본다.


Hello darlings, Sending you hu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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