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영미 Feb 25. 2022

엄마, 나 키우기 힘들지?

아침 7시 30분만 되면 가슴은 미리부터 벌렁된다. 

7살 딸아이를 깨워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 침대 위는 전쟁터가 따로 없다. 

베개는 수류탄이 돼 저 멀리 땅바닥으로 날라 갔고, 이불은 우거진 수풀처럼 풀어헤쳐져 있다. 

그 위에 포복자세로 누워 있는 딸아이는 언제든 침대 밖으로 튀어나갈 기세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도 잠시, 이 아이를 깨울 생각을 하니 짧은 한숨이 후- 하고 터져 나왔다. 


“우리 공주 아침 시간이에요! 예쁜 공주 잘 잤어요? 사랑스러운 딸 어서 일어나야지요!”


존칭과 함께 영혼까지 끌어 모은 하이 텐션으로 아이의 밝은 아침을 열어주었건만, 돌아오는 대답은..... 


“공주 아니거든!!!!”


반말과 함께 짜증 섞인 답변만 돌아왔다. 

한두 번 당한 것이 아니기에 담담히 받아들이고, 10분 뒤에 다시 깨우기로 했다. 

처음보다는 한 톤 낮은 목소리로 아이를 깨우니 포복자세에서 뒷발을 사정없이 내두른다. 

이 정도면 싸우자는 신호, 나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낸다. 


“너 혼자 집에서 자든가 말든가 해. 엄마 혼자 회사 갈 테니깐!”


그 말을 듣자마자 아이는 발악을 하며 엉겨 붙는다. 

발목을 잡고 엉엉 우는 딸아이를 보니 진짜 나도 울고 싶다.

그렇다고 회사를 떼려 칠 수도, 7살 아이를 혼자 집에 둘 수도,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종종 눈물 바람으로 하루를 연다. 

10여분이 지나 겨우 진정된 딸아이는 퉁퉁 부은 얼굴로 엉거주춤 거실로 나온다. 

모른 척 가만히 놔두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간단히 아침밥 먹어야지, 세수시켜야지, 머리 묶어야지, 옷 입혀야지, 양치질해야지, 로션 발라야지, 마스크 챙겨야지, 할 일이 태산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7살 아침 등원 시간은 회사생활 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언제 짜증 낼지 모르는 아이 눈치 봐야지, 시간은 매번 쫓기지, 할 일은 너무 많지, 매번 좋은 성과는 없으니 말이다. 

전쟁 같은 등원 준비를 마치고, 아이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눈물바람으로 하루를 시작한 아이가 못내 안쓰러웠다. 

좀 더 나은 방법으로 깨울 수도 있었는데, 버럭 화내는 내 성격도 문제였다. 

먼저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네려는 찰나, 아이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키우기 힘들지?”


아이 입에서 본인 키우기 힘드냐고 묻는데,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 아이가 언제 커서, 엄마 힘든 걸 알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대견해서 순간 울컥했다. 

그러나 그다음 멘트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나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갈까?”     


만약 진짜 뱃속으로 들어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나!

아이를 꼭 안아주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은, 유나를 낳은 거야!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지 말고, 엄마랑 행복하게 살자. 알았지?”     


아이가 밝게 웃으며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딸아이를 깨우는 건, 너무 힘들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딸을 낳은 건 내가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초등학교 보내는 엄마의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