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낯선 J리그 클럽 이야기
한국팬들에게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고 생소한 팀일 것이다
기존 장민규 선수가 활약하고 있던 것에 더해 최근에 국가대표 나상호 선수가 FC 서울을 떠나 마치다에 합류를 했고, 시미즈에서 오세훈 선수가 임대를 통해 팀에 합류하면서 국내에 마치다 젤비아라는 이름이 유명세를 타지 않았나 싶다
스토리가 없는 구단, 역사가 없는 축구 클럽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의 성장 스토리는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되어 크게 성장을 한 한 명의 사업가의 성공스토리 같은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스토리에 매료되어 여러분들께 소개해보고자 한다
우선 마치다라는 지역은 도쿄의 서쪽에 위치한 도쿄도 마치다 시(東京都町田市)에 위치해 있다
행정구역 상 도쿄에 위치해 있긴 하지만 사실 가나가와 현에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여행으로 도쿄를 찾는 분들이 방문하기에는 마음먹고 하루를 투자해 이동을 해야 하는 곳이다
현재의 FC 마치다 젤비아라는 구단의 형태를 갖는 것은 1989년이지만 이들이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고,
1977년 마치다 축구협회에 소속된 초등학생들을 선발하여 FC 마치다 트레이닝 센터를 창설시킨 것이 이 클럽의 역사로 이어진다
당시 마치다 축구협회의 관계자들은 전국 무대를 휩쓸었던 유소년 축구팀 시미즈 FC를 견제하고자 FC 마치다라는 선발팀을 꾸려 1981년 전국대회인 전일본소년축구대회에서 우승을 달성했다
일본 축구의 3대 도시라고 불리기도 하는 시미즈, 마치다, 사이타마에서 당시에 마치다만이 유스 선수들이나 대학 레벨의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는 클럽이 존재하지 않았고, 마치다 지역 출신의 축구 인재들은 다양한 지역으로 흩어지게 되면서 마치다 축구협회 이사장이 마치다 시를 대표하는 사회인 축구클럽을 만들자고 선언했다
당시 마치다 축구협회 이사장의 시도로 1989년, 마치다 축구협회에 소속된 사회인 축구클럽들의 멤버에서 선수들을 20명 정도 발탁, 'FC마치다 톱팀'을 창설하게 된다
단순 성인팀만 꾸려진 것이 아니라, 마치다 주니어 유스, 한 단계 위 연령대의 유스팀, 유스팀 졸업생팀 등 각 연령대 별로 팀을 끌어당겨 피라미드식 구조로 축구 클럽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와 같은 형태의 클럽 창립으로 일본 축구의 저변이 되는 축구의 도시로도 알려져 있는 시즈오카 현 시미즈시에 이어서 마치다 시가 축구의 도시로도 자리가 잡게 되는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1989년 팀이 창립된 이후에 1990년 도쿄도 축구협회에 팀을 등록하고, 이듬해인 1991년 도쿄도 사회인 축구리그 4부에 참가하기 시작하면서 성인팀의 역사가 시작된다
1991년 처음으로 성인 레벨에서의 도쿄도 지역 4부 리그에 참가한 마치다는 참가 첫해에 우승을 하며 곧바로 도쿄도 사회인 축구리그 3부로 승격을 한다 당시 클럽을 창단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마치다시 축구협회 이사인 시게타 이사장이 팀의 대표이자 감독을 겸했고 1995년까지 4년간 팀을 지휘하며 도쿄도 사회인 축구리그 2부까지 팀을 올렸다
이후 1997년, 도쿄도 사회인 축구리그 2부에서 우승을 하며 도쿄도 사회인 축구리그 1부로 승격을 했으며 이듬해인 1998년 'FC 마치다 젤비아'라는 이름으로 구단의 정식 명칭이 변경되게 된다
이어 2005년, 도쿄도 사회인 축구리그 1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구단의 활동 범위를 간토지역으로까지 넓히게 된다 간토 지역 축구리그 2부, 1부를 차례로 재패하면서 2008년 '주식회사 마치다 젤비아'가 설립되며 차근차근 프로무대로의 진입을 위한 구단의 형태가 갖추어져 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프로무대인 J리그의 바로 아래 디비전인 JFL (Japan Football League)에 참여할 수 있는 승격이 승인되면서 2009년부터 FC 마치다 젤비아는 지역리그를 벗어나 전국으로 향하게 되었다
2009년 JFL에 참가한 마치다는 2010년 구단 사상 처음으로 참가한 일왕배 대회에서 J2 소속의 도쿄 베르디를 상대하여 승리를 하면서 프로팀을 상대로도 승리를 거뒀고, 2010년 당시에는 J3리그가 없었고 JFL에서 4위안에 들게 되면 J2 무대로 승격할 수 있는 참가자격 심사를 받게 되었다. 성적 기준으로는 J2 참가가 가능한 기준을 충족했던 마치다였으나 당시 J2 라이선스 교부 자격 중 하나였던 경기장의 수용인원 문제와 야간 조명을 사용할 수 없던 문제로 J리그로의 참가 승인이 거절되면서 한차례 좌절을 겪기도 했다
2011년에는 현재 2024 시즌 가시마 앤틀러스의 감독인 랑코 포포비치 감독이 마치다의 지휘봉을 잡게 되며 클럽 첫 외국인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시즌 7월 마츠모토 야마가 전에서는 프로무대도 아닌 JFL에서 무려 홈관중을 8,113명을 불러 모았고 J리그로의 진출을 기대하는 마치다 시민들의 염원을 볼 수 있었다
2010년 J2리그 참가 충족 기준 중 경기장 시설 정비에 대한 문제로 승격에 좌절된 마치다는 2012년까지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리모델링 계획을 전달했고 J리그 연맹은 2012년, 마치다의 J2리그 참가에 대한 라이선스를 교부하며 리그 참가를 승인하게 되었다
그렇게 마치다는 2012 시즌 J2리그로 참가하게 되면서 프로축구클럽이 되었다
J2로의 승격을 한 첫 시즌, 마치다는 J2 최하위를 기록하며 다시 JFL에 복귀하는 쓴맛을 경험했다
2013년 JFL에서 4위를 기록하며 이듬해인 2014년부터 생겨난 J3리그에 참가하게 되며 프로무대로의 복귀를 하게 되었다
마치다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J3에서 두 시즌을 보내고 2015년 J2 승강플레이오프에서 오이타 트리니타를 꺾으면서 2016 시즌부터 J2로 승격을 하며 4년 만의 J2무대로 복귀하게 되었다
그러던 2018년 10월, 마치다 젤비아 구단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이자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일본 거대 미디어, 인터넷 광고, 게임 사업을 이루는 Cyber Agent 그룹이 마치다의 클럽 경영권을 취득하게 된다
Cyber Agent 그룹은 일본의 거대 OTT 플랫폼 중 하나인 'Abema TV'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초거대 기업이다 2019년에는 마치다의 홈경기를 모기업의 Abema TV에서 중계를 진행하기도 하였고 팀에 큰 후원을 함으로써 J1무대 진출이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클럽의 경영권을 획득한 Cyber Agent 그룹은 구단의 시설 환경부터 정비하기 시작했다
구단이 J1 라이선스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경기장의 수용규모 1만 5천 석을 맞추기 위해 양 골대 뒤를 제외한 메인스탠드와 백스탠드를 새롭게 지어 올렸고 선수들의 훈련장과 클럽하우스를 정비하면서 기반을 정비하는 데에도 힘을 쓰기 시작했다
마치다 젤비아 구단 역사상 가장 큰 변곡점은 바로 이 Cyber Agent사의 합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2021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J2 클럽들 중에서도 경쟁력 있는 보강들을 연달아서 하기 시작했다
전 일본 국가대표 출신인 오타 코스케를 비롯해 정대세, 지난 아시안컵에도 호주 국가대표로 출전한 미첼 듀크와 요코하마 마리노스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던 에릭 리마 등 J1 수준의 거물급 선수들을 연달아 팀에 합류시켰다
또한 2022 시즌 중도 부임한 쿠로다 고 감독이 취임 후 J2에서 최종 15위로 시즌을 마치게 되었으나 마치다는 2023 시즌 J2리그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구단 사상 첫 J2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되었다
마치다 젤비아라는 클럽이 유소년 축구 클럽에서 일본 축구 최상위리그인 J1에 진출하게 된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그 중심에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장민규 선수가 37경기에 나서면서 승격의 핵심 멤버로서도 활약해 주었다
올시즌 J1으로 승격이 결정된 이후 승격팀 3팀 중에서는 물론이거니와 기존에 J1에 참가하고 있던 클럽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릴 것 없이 엄청난 보강을 통해서 곧바로 강등되지 않기 위한 의지를 볼 수 있었다
가시마 앤틀러스의 대표적인 수비수이자 유럽 무대와 일본 국가대표까지 경험한 쇼지 겐을 비롯해 일본의 유망한 차세대 골키퍼 타니 코세이를 임대로 영입, 뿐만 아니라 나상호 선수를 FC서울에서 데려오기도 했으며 유럽클럽대항전 경험도 있는 드레셰비치 등 전 포지션에 걸쳐 두터운 뎁스 보강과 기존의 핵심적인 용병 선수들을 잔류시키기까지 하면서 꽤나 좋은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사이버 에이전트 사의 막강한 자금력과 팀에서 절대적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는 쿠로다 감독이 이끄는 마치다가 과연 J1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개인적으로 기대가 많이 되는 클럽이다
단순히 이 팀이 성적만 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리그 시절부터 응원해 온 마치다 시민들이자 마치다 팬들에게 희망을 실어주고, 언젠가 클럽의 최대 과제 중 하나로 생각되는 전용구장 설립 혹은 리모델링 등 유소년 클럽으로 시작된 이 팀이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인근 지역만 하더라도 도쿄 베르디, FC도쿄, 가와사키 프론탈레, 요코하마 마리노스, 우라와 레즈, 요코하마 FC, 가시와 레이솔, 쇼난 벨마레 등 간토에만 J리그에서 유서 깊은 클럽들이 위치해 있는 와중에 도쿄를 연고로 하고 있는 클럽으로서 마치다가 인근 구단들과 견주어도 경쟁력 있는 클럽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마치다를 보면서 참 많은 교훈과 성공한 축구적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거대 기업이 인수를 한 것이 클럽의 인프라까지 바꿔버리며 승승장구를 하게 만든 원동력이 된 거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클럽의 시작부터 되짚어보자
최고수위 경영진 혹은 팀을 리드하며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대표이사나 수뇌부가 지역 클럽팀에서 프로팀으로 만들고자 한 고민이 없었다면 지금의 마치다가 있었을까?
지역리그에서도 여러 어러움을 극복한 마치다가 그냥 간단히 가만히 있다가 어려움을 '극복당한 것'일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엔 팀의 큰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수뇌부들, 그리고 고위 인사들이 명확한 플랜과 계획 그리고 야망을 가지고 그것들을 실현해 내기 위하여 끊임없이 구상하고 고민하고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싸워왔을 것이다
일반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축구팀을 운영하는 주체들에 있어서도 아무런 의지가 없이 그저 잘되기만을 바라고만 있었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도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의지만으로 다 해결되는 건 없는 프로축구판이지만.
팀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온 짧지만 굵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마치다가 꿈꾸는 목표는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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