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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융 Jun 05. 2018

먹고 산다는 일

보통의 삶에 대한 찬사

보통 사람으로 살아내는

보통의 삶에 대한 찬사


그런 순간이 있다. 왜 난 더 멋진 사람이 아닌가 싶을 때.

TV에 나올만한 일, 선망받을 만한 일, 돈을 더 많이 버는 일, 좀 더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작 사무실 한켠 책상을 차지한 채 키보드를 타닥타닥 두드리는 사람인지 생각하게 되는 날.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장래희망 란에 적어도 대단하다고 칭찬받는 일, 사람들이 선망하는 일이란 누가 정의 내린 것인가. 통념적으로 소위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일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그렇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미래가 보장된 삶이 있긴 할까


인터넷에 이은 스마트폰의 등장은 세상 사람들을 폭발적으로 연결시켰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연결되면서 산업 간 영역도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있다. 연결 속에서 탄생한 기회 혹은 위기로 인해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고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떠오르면서 사람의 일은 점점 대체될 것이라 한다. ‘정년 보장’이라는 네 글자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가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늘어난 연결 빈도수만큼 행복도 늘어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좋든 싫든 누군가와 연결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이처럼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우버와 에어비앤비, 아이디어와 IT기술의 결합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10년 전만 해도 볼 수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등장했다.


이 뿐 아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순위에는 연예인, 운동선수 외에도 유투버, BJ 등 크리에이터가 올라와 있다고 한다. 연결이 확장되자 산업 생태계가 변하면서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게시하고, 구독자들은 이들의 영상에 열광한다.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BJ들의 방송이 유행하기도 한다. 이제는 창업을 넘어 스스로 직업을 만드는 ‘창직’의 시대인 것이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타닥타닥. 타이핑을 치는 이 순간에도 변화는 계속해서 일어난다. 안정적이라 생각했던 산업이 어려움에 처하는 걸 보면서, 사회의 통념이 변하는 걸 보면서, 창직을 통해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인데 당장의 안정성과 이익을 바라기보다는 그냥 나답게 사는 게 가장 좋은 길이 아닌가 싶다.     

 


하루하루

살아낸다는 것


사실 보통의 삶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고작(?) 사회인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살 수 있었다. 탯줄로 연결되어 엄마의 양분을 받아먹었고, 태어나서는 떠먹여 주는 밥을 먹었으며, 머리가 제법 큰 다음에도 스스로 돈을 벌기 전까지는 집 밥을 먹으며 살았다. 그러다 사회인이 되어 돈벌이를 하고 나서야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에서 벗어나 독립하게 된다. 이런저런 일과 이런저런 사람을 겪으며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면서 비로소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뿐 만인가. 사회인이 되면서부터 내 한 몸 챙기는 것에서 나아가 주변 사람들도 제법 챙길 수 있게 된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대접한다는 건 그 자체로 성장을 뜻한다. 누군가로부터 받기만 하던 사람에서, 내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의 성장.      


비록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나오거나 8시 뉴스의 인터뷰 대상이 되지는 않지만, 한 사람으로서 사회와 관계 맺고 있는 나를 나름대로 멋있다고 추켜 세워본다. 고작 사무실 한켠을 차지한 채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나를.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만 하다가 싫어하는 일, 하기 싫은 일도 해내면서 조금씩 사회의 다양한 맛을 알아가는 나를.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그냥 나대로 살고 싶다. 사회적 선망이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그리고 일을 통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면서.     


<무엇이 성공인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


보통의 삶을 살아내는 내가 제법 괜찮을 때도 있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 같아 불만일 때도 있다. 나는 분명 이런 고민을 반복할 것이다. 물론 고민한다고 해서 지금 당장 해답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럴지언정,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아 올린 지금의 이 고민들이 훗날의 나에게 아주 강력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좋은 질문은 좋은 삶을 만드니까.     


보통의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나를 포함한 이 시대의 모든 사회인들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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