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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Yu May 12. 2024

하마마쓰를 아시나요

일본, 음악의 수도

일본 하마마쓰에 도착했다. 


회사 업무로 일본 하마마쓰(Hamamatsu)라는 도시를 방문했다. 지도를 보면 도쿄에서 서쪽으로 250km 정도 떨어져 있고 가까운 공항으로 나고야공항이 있다.



    구글은 먼저 전철을 타고 나고야시내에서 신칸센으로 갈아타면 가장 빠르고 쉽게 갈 수 있다 하니 냉큼 티켓키오스크로 향한다. 참고로 구글은 이 방법이 가장 비싼 방법이라는 저주스러운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작년에 도쿄 여행을 했을 때 이제는 좀 일본 지하철에 좀 익숙해졌나 싶었는데 여전히 어지러운 철도 맵과 차량의 종류는 매번 당황스럽게 하긴 마찬가지였다. 아마 한 달을 살아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른 아침 비행편 때문에 새벽 3시에 일어났고 도착한 일본도 공항부터 주룩주룩 비가 내리니 다른 곳 들러볼 의욕은 1도 없고 어서 빨리 호텔에 가서 다리를 뻗고만 싶었다. 더 이상 '생각'이라는 걸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하마마쓰역에 도착했다.


    시게루 가와이? Kawai. 네가 거기서...  거기서 왜 나와? 신칸센 하마마쓰 역 안에서 가와이라는 이름이 순간적으로 눈과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야... 한국에서는 쉽게 들을 수 있는 이름은 아닌데 역 안에 쇼룸까지 있네? 역시 일본에서는 나름 유명한 인물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피아노가 가와이 디지털피아노 CA49 모델이다. 경쟁모델인 야마하보다 조금 색다른 음색 그리고 터치감이 좋아서 결정했던 모델이었다. 이래 저래 나의 악기라는 생각이 있으니 가와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반갑지 아니하겠는가?


    그런 애증이 있는 가와이를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쇼룸 한편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는 누구든 연주할 수 있고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분이 터키행진곡을 신나게 연주했다. 옆에 두 아이들이 아빠 옆에 가까이 붙어 재잘거리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그가 연주를 마치고 이어서 나도 잠시 5분간 즐거움을 만끽해 본다.


신칸센 하마마쓰 역, 가와이 쇼룸


    그런데 이건 시작이었다. 역 가까이 위치한 오쿠라액트시티 호텔(Okura Act City Hotel). 체크인을 하고 룸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가면서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는 게 예사롭지 않다. 여긴 음악에 진심인 호텔인 듯했다. 바닥의 대리석, 객실 키,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버튼, 심지어 욕실 벽의 타일에도 악보가 그려져 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음악과 악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저기 프린트된 악보 인테리어에 쇼팽 녹턴 20번 35 잇단음표도 보인다. 이 호텔을 추천한 (음악 보다는 운동에 뛰어나신) 직장 동료가 음악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던 것을 비춰보면 이런 디테일은 음악을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듯 하다. 내가 스포츠 채널을 30초 이상 고정하지 못하는 것 저럼. ... 하마마쓰... 도대체 넌 뭐냐?


하마마츠 오쿠라 액트 시티 호텔 (플로어, 객실키, 욕실 타일)
하마마츠 오쿠라 액트 시티 호텔 엘리베이터


폭풍검색을 시작한다.


일본의 음악수도 하마마쓰.


    전후 모터사이클로 유명한 혼다, 스즈키의 공장으로 번창을 시작하였고 야마하, 가와이의 비즈니스가 시작된 도시. 그래서 두 회사의 본사가 있기도 하다. 랜드의 본사도 여기에 있다. 혼다와 스즈키의 본사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 보니 여러 악기제작소가 있고 악기박물관도 있고 야마하 이노베이션 센터, 가와이 전시장 등이 있다. 야마하의 쇼룸이나 이노베이션 센터를 가면 야마하의 역사를 볼 수 있고 전시된 수많은 야마하 피아노를 마음껏 만져볼 수 있다고 하는데 거기까지 둘러 볼 여력이 없는 짧은 출장 시간이 아쉬울 뿐이다. (참고로 야마하는 악기뿐만 아니라 모터사이클, 수상모터, 골프채도 유명하다. 공학적으로 모두 진동을 정밀하게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기에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고 서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비즈니스들이다.)


    전철을 타고 회사로 이동하는 길에 야마하 악기 제작소의 간판이 눈에 띄고, 악기제작공장인지 사무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악기 회사들의 간판도 눈에 들어온다. 여기저기 연주회를 알리는 포스터, 하마마쓰 국제 콩쿠르 포스터 등이 있고 포스터 구석에는 후원회사로 야마하, 가와이가 또 눈에 들어온다.  오스트리아나 독일에서 음악의 향기를 느끼며 거닌다는 기분이 이런건가? 하마마쓰 사람들에게 음악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 오스트리아나 독일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모두 음악을 향하고 있다는 점은 다를 바 없을 듯하다.



    일본 회사 동료들에게 가와이 피아노가 있다는 얘기를 꺼내니 오~~ 밝게 웃으며 반가워한다. 금세 팔 벌려 환영받는 것처럼 느껴진다. 순전히 혼자만의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들의 지역을 떠받치고 있는 특산품(?) 하나를 한국인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들의 자긍심을 높여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야마하, 가와이, 롤랜드가 후원하는 음악 행사도 많고 아이들 학교에서의 음악활동에도 보이지 않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직원들이 소개한다. 물론 모두들 음악 공부 좀 하고 좋아하는 연주자가 있고 악기 하나쯤은 다루고 그렇지는 않다. 시니컬하게 얘기해서 이 도시는 소리를 내는 기구로 먹고 산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소리 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내기 위한 탐구는 이 도시에서 직접, 간접적으로 음악 얘기를 자연스럽게 하지 않고서는 숨쉬기 어려운 도시라는 점은 모두 인정해야 할 것이다. 대신, 본 업무가 음악과는 관계없지만 어쩌면 음악을 연구하는 장인 정신이 지금 하는 일에도 녹아들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여기가 하마마쓰였다.


    음악은 타지에서 외로움을 달래준다. 짧은 하마마쓰 일정을 마치고 오사카이동하였다. 오사카 번화가는 화려했고 먹거리와 쇼핑이 넘치는 거리였지만 조용한 지방도시 하마마쓰가 주었 흥미로움과 즐거움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던 것 같다. 5/11 토요일 아침 귀국길. 오사카 간사이 공항으로 향한다. 교통비는 회사에 청구하면되니 택시를 타도 되고, 편안한 좌석의 급행열차도 상관없다. 하지만 전철을 탄다. 비용을 아끼겠다는 것보다 현지 사람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서 모든 역에 정차하는 가장 느린 전철을 탔다. 주말 아침이라 평일 아침의 출퇴근하는 바쁜 걸음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따스한 햇살아래서 평화롭고 느긋해 보이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들릴뿐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종족특성인가 보다.


하마마쓰 (Hamamat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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