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새벽부터 차를 몰고 올라갔다가 오후에 다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밀려오는 졸음에 위험하기도 하여 휴게소에 잠시 눈을 붙이려 했는데, 웃긴 건 휴게소만 들어가면 북적대는 사람들 구경으로 졸음은 금세 밀려나간다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었던 그 휴게소에 대한 로망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한가 보다.
이제 개운해졌으니 다시 출발한다. 휴대폰으로 랜덤 음악을 선곡하면서 드라이브를 즐긴다. 영상 5도 정도 되는 조금은 쌀쌀한 날씨에 태양은 주말을 서둘러 정리하려는 듯 뉘엿뉘엿 저물기를 재촉하는 듯하다. 음악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K545) 2악장으로 넘어간다. 바로 이전 음악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할 수 없다. 록, 클래식이 뒤섞인 랜덤플레이에서 앞 곡은 클래식곡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 곡을 이전에도 여러 차례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저물어가는 햇살과 함께 받은 기억은 없다. 2악장 안단테는 입에서 절로 짧은 탄식이 나올 만큼 감미로웠다. 모차르트 특유의 아기자기한 맛과 어우러져 따스하고 사랑스러웠다. 햇살도 따스했고, 음악도 따스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많은 차량들이 반갑게 보였고 이 시간 같은 햇살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평화로워 보였다. 이 환희를 느끼게 만든 건 모차르트의 음악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렇군. 지금 3월이다. 모차르트는 봄이 거의 다 왔다는 사실을 그렇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알게 되었다. 그 환희의 순간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 힘으로 하루가 피곤하지만 지금 자리에 앉아글을 쓰고 있다. 좋은 게 있으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공유하고 싶은 그런 사람인가 보다며 스스로 칭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