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클래식과 록, 엄마는 AKMU, 첫째 아이는 J-POP, 둘째는 K-POP, 그중에서도 특히 세븐틴 덕후.음악이 만국공통어일지는 몰라도 음악 취향에 공통점 하나 없는 가족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취향 덕분에 집안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엿들을 수 있고 내가 듣는 게 좋다면 네가 듣는 것도 좋은 것이니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 주고 상대방의 음악에 대해 평가절하하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배운다. 음악을 건들면 선 넘는거니 선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서로 말을 안하는거다. 서로 다른 취향으로 대화가 단절된 비극의 가족, 흑흑...
콘서트의 힘은 참 무섭다. 별로 관심 없는 음악이나 아티스트라도 어떤 기회로 공연장을 찾게 되면 그곳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 잘 모르는 아티스트지만 그들에게 열광하며 상기된 사람들을 볼 때 오는 묘한 거리감, 화려한 무대 예술, 공연장에 맞춤하여 정교하게 프로듀싱되어 공기를 가득 메우고 가슴을 울리는 천둥 같은 사운드 등은 아티스트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이런 사운드는 절대 집에서는 그 어느 금도금으로 치장한 하이파이 오디오나 헤드폰을 끼고 서라운드 7채널 음향으로 돌려도 들을 수 없는 소리다. 그래서 그런 분위기와 소리에 취하고 나면 어느새 그의 팬이 되어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븐틴 덕후인 둘째 아이가 어제까지만 해도 그 티켓값이면 세븐틴 오빠들 앨범 몇 장을 살텐데 투덜대던아이였는데 오늘은 악뮤노래를 흥얼거리고, 동네 문구점에서 악뮤 노래가 나온다며 문자를 날리는 걸 보면 며칠간은 악뮤의 약발이 남아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사실, 이번 콘서트를 계기로 세븐틴 블랙홀에서 쫌쫌 벗어났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AKMU 열광팬은 아니지만 내 휴대폰에 저장된 몇 안 되는 K-POP이다. AKMU의 매력이라면 들을 때면 언제나 빠져들게 만드는 이수현의 목소리와 이찬혁의 아름다운 가사 그리고 살짝 길을 벗어나는 반항기 스며들어 있는 톡톡튀고 때론 실험정신이 묻어나는 선율, 대부분의 아이돌에서 풍기는 지나치게 가공되어 어울리지 않게 현란하거나, 때로는 경쟁에 치덕이는 가식적인 모습(그리고 그들의 수명이 짧다는 건 사실이고)이 아닌 순수함이 살아있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두 오누이의 앞으로의 활동에도 계속해서 응원을 보내주고 또 찾아들을 것 같다. AK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