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기로 흔히 접하던 무언가가 갑자기 나에게완전히 새롭게 다가올 때가 있다.언제. 어디서, 어떤 순간에,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알 수도 없고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불꽃이 튀는 그 순간의 인상은 마음속 깊이 새겨지고 그 순간의 대화, 공기의 온도, 하늘색, 주변 분위기 등도 사진처럼 새겨진다. 평소 큰 호감은 없었던 누군가의 행동에 한눈에 반하거나, 심란하고 허전하고 공허한 순간 나도 몰랐던 나의 마음을 콕 집어내어 줄 때, 나의 마음을 읽어 보려 애쓰고 조금이라도 나를 이해해 보려 노력을 보여주는 순간,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흘려듣던 음악도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게 된 계기가 있을 때. 바로 그럴 때가 아닐까? 그 순간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느낀다.
이 인간애를 중국에서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흠뻑 받았다. 택시 기사에게 간단히 목적지를 알려주고 나면 사실 더 할 얘기도 없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더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공항까지 30분 정도이다. 말도 거의 통하지 않는 한국 손님에게 택시 기사님은 인터넷을 뒤적여 한국 노래를 찾아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다시 너를 - 태양의 후예 OST'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그렇게 중국 땅에서 낯선 택시 기사님, 다시 만날 수도 없는 분의 마음을 통해 나에게 들어왔다. '나 한국 노래 좋아한다'는 공감을 나누고 싶었거나 혹은공항까지 편한 게 데려다주겠다는 마음을 그렇게라도 전하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간단한 생존 언어만 가능한 나의 중국어 실력은 마음속에 이 문제로 인해 항상 걷히지 않는 안개 같은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고속도로 30분의 시간만큼은 잊어버릴 수 있었다. 편안했다. 감미로웠다. 아름다웠다.
사실, 노래는 익숙했지만 정확히 누가 부른 노래인지는 몰랐다. 택시 안에서 가사를 받아 기억해 두었고, 한국에 입국을 하자마자 그 길로 난 그 노래를 찾았고 집으로 오는 길에서부터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다시 반복해서 듣고 있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다시 듣기를 하고 있다. 택시 기사님의 미소를 다시 떠올리며 한 동안 누구보다도 더 김나영의 목소리에 빠져 들 것 같다. 나에게는 추억과 의미가 담긴 곡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