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ji Jun 08. 2020

나는 어떻게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나 - 3

홍보하기 - 온라인 편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뛰어난 그림쟁이라 해도 내 그림을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고 방 안에서 그림만 그리고 있으면 세상은 내가 존재하는지 조차 모른다. 우리는 열심히 설쳐서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 존재감은 곧 돈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겸손, 부끄러움은 잠시 넣어두고 두꺼운 철판을 꺼내 장착하자.


한동안 온라인 강의와 여러 일러스트 챌린지에 참여하며 신나게 그림을 그려댄 결과 완성도가 높은 '포트폴리오'라고 부를만한 그림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제 누군가가 나에게 작업 의뢰를 하면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나에게 일을 달라!' 마음속으로 외치며 대충 알고 있는 방식(이라 해봤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업로드하기)으로 홍보를 했다. 근데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이럼 정말 누가 내 그림을 보고 나에게 일은 준단 말이야?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주긴 하지만 이게 일로 연결될 수 있는 걸까? 도대체 일은 어떻게 받는 거란 말인가?!




온라인 포트폴리오 홍보 시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

-

1. 잠재적 클라이언트들이 내 그림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고,

2. 일을 맡겨도 될 것 같은 신뢰를 줘야 하며,

3. 연락하기가 쉬워야 한다.


그림이 필요한 잠재적 클라이언트들은 자기가 원하는 그림을 찾아 여기저기 헤맨다. 포털사이트나 소셜미디어에서 검색해보기도 하고 그림작가들이 모여있다는 플랫폼에 들어가 수많은 그림들을 뒤져보기도 한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발견했고 그 그림을 그린 사람에게 의뢰를 하고 싶어 졌다. 하지만 그전에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좀 궁금하다. 이전에 비슷한 일을 해본 경력은 있나? 믿고 맡겨도 되겠지? 그림이 마음에 들고 신뢰가 간다면 그 작가에게 연락을 해볼 것이다. 이 과정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홍보의 목적이다. 세상엔 너무 잘 그려 가만히 있어도 눈에 띄는 존잘님들도 많고 활발하게 온/오프라인 활동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도 굉장히 많다. 이런 상황에서 잠재적 클라이언트들 눈에 띄려면 제발 나를 좀 봐달라고 북치고 장구치고 피리불고 기타치고 드럼치고 미친듯이 해드뱅잉을 해야한다. (비유를 그렇게 한 것일 뿐 정말로 그렇게 하란 건 아니다. 그만큼 설쳐야 한다는 의미다.)


내 그림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내 그림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접근이 쉬운, 잠재적 클라이언트가 갈만한 웹사이트에 내 그림이 업로드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럼 그 웹사이트들이 어딘지를 알아내고 내가 겨냥하는 산업분야에 어울리는 곳이라 생각되면 전부 사용하자. 이 부분은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한데, 자기한테 익숙하고 이미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힌 플랫폼 몇몇 가지만 집중적으로 사용하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다다익선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이제 막 일러스트레이션 시장에 진입할 단계라면 작은 일감 하나도 아쉬운 상황이다. 터무니없는 의뢰가 들어와서 거절을 할지언정 최대한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게 프리랜서로선 유리하다고 본다. 기회는 어디에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 잠재적 클라이언트가 검색을 했는데 당신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럼 당신의 그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을 믿고 맡겨도 될 신뢰는 어떻게 주면 될까. 당연히 포트폴리오가 첫 번째고 그다음은 실무 경험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포트폴리오를 업로드할 때 그냥 이미지만 올리지 말고 간략하게라도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적어 놓자. 이때까지 작업을 같이 해왔던 클라이언트 리스트들을 적어 놓는 것도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로 보일 수 있는 큰 이점이 된다. "하지만 난 아직 외주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그럼 난 의뢰를 못 받는 건가?" - 아니다. 경력이 없어도 얼마든지 의뢰를 받을 수 있다. 경력과 클라이언트 리스트 대신 본인이 어떤 스킬들을 가지고 있는지 나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수채화, 색연필화, 유화 등 할 줄 아는 수작업 매체가 있으면 그것을 적어 어필하고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디지털 툴을 다룰 줄 알면 그것도 적어놓자. 거기다 본인의 포트폴리오가 어떤 분야에 어울리는지를 파악하여 그 분야에 특화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걸 꼭 강조하자. 추가적으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만 해서 나쁠 건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다. 블로그는 아주 나만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방문하여 내가 포스팅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곳이기도 하다. 작업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올려놓거나, 일러스트레이터로써의 하루 일과, 업무와 관련된 유용한 정보, 팁 같은 것을 정리하여 포스팅하면 좀 더 전문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


그림이 마음에 들고 신뢰가 간다면 바로 연락을 해보고 싶을 것이다. 이때 연락처가 표기되어 있지 않거나 찾기 힘들면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하고 금방 넘어가 버릴 수도 있다. 그들도 여러 업무로 바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꽁꽁 숨어있는 연락처를 뒤져서 찾을 여유가 없다. 믿기 힘들겠지만 적지 않은 아트디렉터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그림을 발견했는데 그 작가의 연락처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일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코 앞에 있었는데 연락처 표기하는 걸 깜빡 잊어서 그 일을 못하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먹고살려면 없는 일도 만들어야 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인데 있는 일마저 날려버린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연락처는 반드시 눈에 띄는 곳에 표기해두자.




온라인 포트폴리오 홍보 여정

_

본격적으로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나 자신을 홍보하기 시작한 건 2018년 1월부터였다. 원래 그림을 올리고 있었던 인스타그램을 제외하고, 홍보를 위해 제일 처음으로 한 일은 한국에서 가장 큰 일러스트 포트폴리오 홍보 플랫폼 중 하나인 산그림에 가입을 한 것이었다. 그다음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이미 사용하고 있긴 했지만 홍보 도구로썬 거들떠보지 않았던 소셜미디어에도 차츰차츰 그림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국 플랫폼들뿐만 아니라 데비앙아트, 아트스테이션, 비핸스 같은 해외 웹사이트도 발견하면서 홍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포트폴리오 & 소셜 미디아 플랫폼

산그림, 그라폴리오, 노트 폴리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데비앙아트, 유튜브, 비핸스, 아트스테이션 등 웬만한 플랫폼은 다 사용하고 있다. 본인에게 맞는 플랫폼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홍보하라고도 하지만 내 기준에선 이제 막 일러스트레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했다면 여기저기 최대한 많이 노출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웬만한 이름이 알려진 포폴 홍보사이트엔 다 가입하고 그림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아직 어떤 웹사이트가 나랑 잘 맞는지, 어떤 경로로 나에게 일이 들어올지 모를 일이니 일단 가능하면 다양한 플랫폼들을 사용해보자.


이런 플랫폼들에 그림을 업로드하는 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또 다른 노동이다. 플랫폼들의 업로드 양식도 다 다르고 사이트들을 쭈욱 돌아가며 그림을 업로드하다 보면 금세 하루가 다 가버린다. 힘들지만 이것 또한 일러스트레이터가 하는 수많은 업무들 중 하나라고 여기고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야 한다.

처음 산그림 등록했을 때 나의 갤러리


그러나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보통 자기 그림을 업로드만 하고 사라져 버린다. 그러한 홍보법은 사람들의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힘들다. 소셜미디어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기 위해 모인 곳이다. 내 그림을 올리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올린 콘텐츠에도 코멘트를 달고 교류를 하며 좋은 관계를 쌓아 나가야 더 큰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인친, 트친, 페친 누구든 그들이 좋은 소식을 전하면 축하해주고 새로운 걸 도전하면 응원해주며, 그들과 같은 커뮤니티에 속해 시간을 투자해서 활동을 해야 한다.


근데 팔로워는 왜 이렇게 안늘까. 열심히 하는데 비해 팔로워 수가 잘 늘지도 않고 심지어 줄어들 때도 있다. 맥이 빠지고 허무해지다가 '내 그림이 뭐가 이상한가?', '사람들이 내 그림을 싫어하나 봐..ㅠ'하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 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말자. 팔로워 수는 절대 어느 날 갑자기 천 명, 만 명으로 늘지 않는다. 소셜 미디아 속 인 싸들도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된 게 아니다. 수만 명, 수십만 명의 팔로워는 오랫동안 온/오프라인으로 활동하고 꾸준히 포스팅하며 쌓인 것이다. 그러니 팔로워 수가 안 는다는 것이 답답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나도 늘 팔로워가 왜 이렇게 안 느는지 답답해하고 있다) 조급해하지 말자. 팔로워 수가 적다고 해서 내 그림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단 아직 내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에 더 가깝다. 그리고 소셜미디어  콘텐츠가 많이 노출이 되게 하려면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보고 싶어 하는지, 즉 트렌드에 민감해져야 한다. 트렌드와 관련된 그림을 포스팅하게 되면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최근엔 환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져 그에 따른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에 따른 주제들을 검색해보고 거기서 내 능력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콘텐츠 내용과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지면 크게 노출될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포트폴리오 웹사이트

'이제 정말 나를 알릴 시간이 온 것 같아!'라는 직감(?)이 들무렵, 내 연락처와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는 웹사이트 주소가 적힌 명함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같은 소셜미디어 주소를 넣기보단 내 이름을 건 포트폴리오 웹사이트 넣는 게 '나'라는 일러스트레이터를 프로로써, 그리고 브랜드로서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메인 네임을 뭘로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이었다. 스튜디오 이름을 만들까, 아님 닉네임을 정해서 그걸로 할까. 살펴보니 한국에는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필명/닉네임을 쓰고 있다. 나도 닉네임을 써서 활동해볼까 생각을 해봤지만 끝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내 본명 그대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정체성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본명으로 된 도메인을 구입했고, 예전부터 구독하고 있었던 Adobe의 Adobe Portfolio로 (개인 웹사이트 플랫폼)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처음 포트폴리오 웹사이트 만들었을 때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는 단순히 그림들을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온라인 상으로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일러스트레이터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필할 수 있는 장소이다. 많은 일러스트레이터의 공식 웹사이트에 가보면 포트폴리오와 간단한 연락처 정도만 남겨져 있는 게 대부분 인다. 물론 그것도 충분한 정보이지만 동시에 최소한의 정보이기도 하다. 잠재적 클라이언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가끔은 포트폴리오뿐만 아니라 자기가 고용할 사람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어 한다. 필수조건까진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조금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잠재적 클라이언트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예를 들면, 작업 공간을 보여주는 사진과 함께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하는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까지의 간략한 여정을 공유한다던지, 그림 이외의 취미 등 '나는 같이 일하기 편하고, 긍정적이고 오픈되어 있는, 유쾌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이미지를 어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반드시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런 게 웹사이트에 적혀있든말든 상관 안 하는 클라이언트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서 손해볼 게 없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요즘은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코딩의 ㅋ도 몰라도 개인 웹사이트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다. Adobe Portfolio 말고도 Wix, Squarespace, 국내에는 아임웹, 식스샵(쇼핑몰), 큐브, 크리에이터링크 등의 웹사이트 빌더가 있다. 검색해서 살펴보고 나에게 맞는 빌더를 골라 웹사이트를 만들어보자.


유료 포트폴리오 홍보사이트

무료 사이트들도 많은데 굳이 유료까지 써야 하나? 물론 안 써도 된다. 그건 본인 자유다. 유료 홍보사이트를 사용한다고 해서 일러스트 관련 일들이 갑자기 쏟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1년 치 멤버십을 구매했지만 1년 내내 단 한건의 일도 받지 못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유료 홍보사이트에 가입한다.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컨설팅, 온/오프라인 홍보, 전시 기회 등 회원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한다면 본인 일러스트 커리어에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유료플랫폼에 돈을 내고 등록을 했는데 여기가 믿을 만한 곳인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일단 그 플랫폼의 평판이 중요하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해당 플랫폼에 유료로 가입한 사람들의 경험을 들어보거나 그 플랫폼 측에서 회원들의 작품이나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홍보한 흔적이 있는지, 있으면 얼마나 자주 하는지 등을 찾아보자. 국내에는 대표적으로 산그림, 픽스필즈 등이 있고 해외에는  Directory of illustrations, Hire an Illustrator, Theispot, Illustrators for Hire 등이 있다. 멤버십 비용은 몇만 원에서부터 몇십, 백만 원 단위까지도 하는 곳도 있으니 자신이 어필하고자 하는 마켓과 잠재적 클라이언트에게 노출이 얼마나 되는지, 플랫폼 관리자가 얼마나 잘 운영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아보고 결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 온라인으로 포트폴리오를 홍보했던 여정을 얘기해보았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보급이 안되어있던 시절 그림작가들은 자기 그림을 들고 출판사와 아트디렉터들을 직접 찾아가서 홍보를 했다고 한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이젠 컴퓨터만 있다면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홍보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세상이 아무리 디지털화되었다 해도 온라인으로 모든 종류의 홍보를 할 순 없다. 단순히 화면에 비치는 이미지가 아닌 작가의 붓자국이 생생히 느껴지는 원화,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는 인쇄물과 오프라인에서의 직접적인 교류는 사람들에게 때론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다음 화에선 오프라인 홍보 여정에 대해 포스팅할 테니 stay tuned!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eunji.illustration/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EunjiJung

샵: https://etsy.com/ca/shop/EunjiJungArt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어떻게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나 -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