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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드가 Mar 29. 2020

비트코인이 100만 원일 때 살 수 있었던 비결

성공에 관한 단상 (4) - Life is serendipity!

  오늘 솔직히 고백한다. 내가 비트코인을 100만 원에 처음 구매할 수 있었던 이유는 블록체인의 선구자거나, 잦은 중국 출장으로 고급 정보를 선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미련하게 금융사기를 당할 뻔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적은 노동으로 많은 돈을 벌기를 원했다. 피땀 흘려서 돈을 버는 것은 자본주의의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불로소득(不勞所得)에 관심이 많았다.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이 자동으로 벌릴 방법을 꾸준히 모색했다.


그때 눈길을 끈 것이 M*A(My****Ads)였다. 지금은 해당 사이트 자체가 사라졌지만 당시 사이트의 설명은 이런 것이었다. 자신들은 글로벌 광고 회사이며 $10,000 USD 정도를 입금하고 하루 20~30분 정도를 투자해 사이트의 광고들을 시청하면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주어 매일 2%의 이자를 지급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실로 기적 같은 투자다. 하루 30분을 투자하면 일 2%의 복리이자가 발생한다. 천만 원을 투자하면 1년 뒤에 138억이 된다. 너무도 말이 안 되니 지금은 바로 금융사기라는 사실을 인지 했겠지만, 당시 어리석었던 나는 어딘가 의심스러우면서도 그저 금광을 발견한 줄로만 알았다. 서울대 이공계 박사과정을 수료 중이던 지인이 추천하였으니 더욱 굳은 믿음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출금이 자유롭지 못한 부분 등 무언가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일단 나는 그곳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꾸준히 고정 수익을 얻어나가며 유학 생활 중 스스로 생활비를 충당할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은 결심을 맺고 자금을 입금하려 하는데 사이트에서 비트코인으로 입금을 요구했다. (불법 폰지사기 / 다단계성 사이트 대부분은 송금 기록을 감추기 위해 비트코인을 이용한다.) 정말이지 복잡한 일이었다. 지금이야 업비트부터 비트맥스까지 수백 개에 달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존재하지만 당시에는 원화를 비트코인으로 바꿔줄 거래소는 빗썸밖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용 방법을 친절히 알려줄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오래도록 혼자 헤맨 끝에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 사이트로 송금하는 일만 남았는데, 일주일의 시간 동안 비트코인을 구매할 방법을 찾느라 애쓰며 천천히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니 그제서야 도무지 말이 안 되는 투자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조금 더 고민을 더 거듭한 후에 추천해 준 지인에게 아무래도 못할 것 같다 미안하다고 연락했다. 그렇게 결정을 번복하고 난 뒤 구매해둔 비트코인을 다시 원화로 바꾸려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구매한 천만 원의 비트코인은 천이백만 원이 되어있었다.



송금을 위해 비트코인을 구매한 지 불과 반나절이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비트코인의 가격은 20% 가까이 상승해있었다. 실로 말도 안 되는 변동성이었다. 이 역시 사기가 아닐까 생각되었지만 매도 후 출금을 해보니 정말 천이백만 원이 고스란히 손에 들어왔다. 즉시 시장의 리스크를 파헤치고 가격 변동의 원리를 연구했다. 도대체 무엇이 가격 상승을 이끌고 폭발적인 변동성을 만들어냈는지 고뇌했다. 그리고 나는 몇 달에 걸쳐 시장을 분석하고 가격 형성의 원리를 파악한 끝에 몇 가지 절묘한 기법들을 고안해낼 수 있었다. 그중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전통적인 주식/선물 시장에 비해 미성숙한 시장 환경을 활용한 아비트라지 거래였다.


그 해 비트코인은 20배 가까이 상승하였고, 나는 시장 참여자가 적던 시절부터 공들여 시장을 연구해왔다. 2017년 연말, 비트코인이 세상 모든 미디어에 오르고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엄청난 자금이 유입될 때쯤, 나는 이미 그 분야의 일류가 되어 있었다.




  살다 보면 얻어걸리는 일들이 제법 있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단어는 '뜻밖의 긍정적 사건'을 뜻한다. 일생일대의 기회들은 대부분 이렇듯 우연히 예기치 않은 사건이나 뜻밖의 인연에서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 주머니 속의 녹아내린 초콜릿이 전자레인지를 발명해냈고, 실패한 접착제는 포스트잇이라는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전형적인 폰지사기의 유혹은 나를 비트코인으로 안내해주었다.


오늘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이, 나누게 될 수많은 대화들이, 마주하게 될 수많은 현상들이 어쩌면 인생의 턴어라운드를 불러일으킬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매 순간 일어나는 모든 일이 기회일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자. 그중 대부분이 끝내 실패로 귀결될지라도 괜찮다. 몇 번 실패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 번만 제대로 해내면 된다. 그 한 번의 기회가 인생을 한 단계 도약하게 해 줄 거센 파도의 흐름이면 된다. 그러니 오늘도 생산적인 삶을 살아가자. 무기력하고 나태한 사람보다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이들이 더 큰 기회를 움켜쥔다.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무언가 계속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에게 더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다만 그 기회를 인지하고 활용하는 사람은 언제나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난 글 "계좌에 마이너스 일억이 찍혔다"가 다음 메인에 올라 20만 뷰가 넘는 조회수가 찍혔다. 어떠한 방식으로 선정된 것인지도 무슨 알고리즘에 의해 채택된 것인지도 전혀 모르겠다. 그저 이것 역시 하나의 삶의 세렌디피티로 여기고 더욱 글쓰기에 힘써 정진해보고자 한다.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다시 한번 예기치 못한 행운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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