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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Sep 18. 2023

'댄서 사업가' 리아킴의 탄생

'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뷰

요즘 스우파2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단연 리아킴&원밀리언의 반격.


사실 프로그램 내내 네임밸류에 비해 크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번 메가크루 미션에서 완전 어나더 레벨의 결과물을 냈다. (개인적으로 다른 크루들의 결과물도 좋았고, 내가 응원하는 팀은 따로 있지만 대중 호응도는 원밀리언이 압도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https://youtu.be/FQZhehVRSXQ?si=md5WYuOY0jDGMDpS


메가크루 영상을 보고 리아킴의 기획력이 너무 인상 깊어서 주말에 바로 리아킴의 에세이 '나의 짧은 단발머리'를 찾아 읽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하면 뛰어난 댄서가 뛰어난 기획자까지 될 수 있는 건지 너무 궁금했기에.



재미있었던 대목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1) 댄서 '펑키리아'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점점 후배들이 치고 올라왔고, 본인이 더 이상 최고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했다.


"그렇게 무대에서 ‘펑키리아’라는 이름이 호명되는 날은 줄어갔다. 그럴수록 더욱더 최고였던 지난날의 명성을 놓기 싫었다."


"이제 아무도 네가 제일 잘 춘다고 생각 안 해. ‘진짜 그런 사람’ 정말 없을걸? 시대는 바뀌어. 당연한 거야. 근데 너는 그걸 몰라. 안다면 인정하기 싫은 거겠지. 이제 네 시대는 갔어. 지금은 그냥 쟤네들의 시대인 거야. 누구의 잘잘못이 아니라고."


솔직한 이야기라서 인상 깊기도 했지만,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 대체 어떤 마음으로 '스우파2'에 나왔을까 싶었다. 더 젊고 에너지 넘치는 후배들에게 밀릴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인정한 사람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오는 마음이란 뭘까.


(2) 댄서로서 최고의 타이틀을 얻었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궁핍한 현실에 허무함을 느꼈다.


"그토록 원했던 타이틀을 얻었지만 당장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화려한 프로필은 눈에 보이는 수익으로 바뀌지 않았고, 명성은 최고였지만 내가 겪는 현실은 이 사실을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춤으로 돈 벌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나를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스트리트 댄스야말로 춤추는 사람들의 진정한 세계라고 내 입으로 말했으면서 결국은 돈을 벌기 위해 K팝 안무를 가르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이 돈 버는 일이었다. 말 그대로 세계 대회 1등까지 한 나인데 나는 여전히 좁은 고시원을 벗어나지 못했고, 가끔은 차가운 지하 연습실에서 잠을 자야 했으니까."


"춤추는 건 배고픈 직업이란 말이 싫었다.

그런데 춤추는 건 정말 배고픈 일이었다."


자신을 찾아와 '부모님이 춤추는 걸 반대한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후배에게 차마 당당하게 '너도 나처럼 열심히 하고 유명해지면 돈 잘 벌 수 있다'라는 말을 할 수 없어서 너무 초라했다고 한다.


여기서 정말 멋있는 건, 리아킴이 '춤으로 돈 벌고 유명해지는 사례'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것. 아 이거 스타트업 마인드잖아. 짜릿.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사례를 내가 만들 수 있잖아. 그래, 돈 벌자. 돈 벌고 유명해져서 후배들, 사람들한테 춤춰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게 하자. 그러자. 그러면 되잖아."


"너 영상 찍을 줄 안다고 했지? 그럼 춤 연습하고, 안무 짜고, 이런 것도 찍어서 올려보자. 밖에서 아무리 잘해봤자 몇 명이나 알아준다고. 여기서 이렇게 더 많이 알아주고 공감해 주는데. 앞으로는 다 이렇게 하지 않겠어?"


원밀리언 VC로부터 투자도 받았던데, 괜히 받은 게 아니구나 싶었다. 이게 스타트업이 아니면 모가 스타트업이야...


(참고: DSC인베스트, 유튜브 댄스 채널 '원밀리언' 투자)


(3) '원밀리언' 같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젊은 시절 바닥을 쳐 봤기 때문이다.


"‘펑키리아’가 아직 괜찮다고 인정받고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나를 바꾸지 못했을 거다. 그동안 쌓아놓은 것들을 누군가 조금이라도 알아줬다면 아까워서라도 이렇게 다 버리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밑바닥까지 가보니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치고 올라갈 여지가 생겼다."


"너에게 행운이라면, 최대한 빨리, 어린 나이에 다 이뤄본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빨리 망한 거. 그게 너에게 진짜 행운인 것 같아."




리아킴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던 건 사실 나도 '논픽션으로는 아무리 유명해져도 돈을 벌 수 없나 보다'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 자주 했기 때문이다. 그냥 '안 되나 보다'에서 멈추지 않고 그다음을 만드는 사람은 얼마나 멋있는지.


"사람들은 원하는 일이 어렵다고 핑계 대면서 해보지도 않고 결국 그것에 ‘꿈’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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