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만큼 망연한
아름다움이 망연한 허망함과 마음의 부채가 되어 일순간 무너져 내렸다. 이루어질 수 없을 이상은 한때나마 자신을 품은 이에게 돌이킬 수 없을 상흔을 남겼다. 마음 한구석의 생채기는 일렁이는 마음의 파고에 실려 이내 마음 전체를 에워쌌고, 멍든 마음은 하염없이 바닥이 보이지 않는 지하로 추락했다. 슬픔과 고통이 아닌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추락은 감정의 낙차를 몇 곱절은 크게 만들어냈다. 낙차란 상대적인 것이기에.
여느 날과 같은 겨울의 오후였다. 추위와 한기에서 빗겨 나고자 이불에 몸을 숨긴 이들은 TV를 응시하고 있었고, 네모난 액자 안에는 조지아의 수려한 경관이 자신을 마주한 이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오랜 시간 자연이 빚어낸 곡선은 유려하면서도 장엄했고, 이를 바라보던 A는 응당 아름다움이라는 감정을 마음에 담으려 했다. 그런데 능선을 쫓아 이동하던 A의 시선은 문득 TV의 직사각 틀을 벗어나 이를 응시하던 자신의 부모님에게 가닿았다. 소파의 위와 아래에 따로 앉아있던 모친과 부친은 다른 장소에서 동일한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무릎을 문지르고 있었다. 그 찰나의 순간 A의 머릿속에서는 풍경과 양친의 모습, 이상과 현실이 한데 모여 폭발했다.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는 A의 양친은 어쩌면 이번 생에는 영영 가보지 못할 이국의 산맥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A의 마음속에 자리 잡으려 했던 아름다움이 일순간 허망한 송곳이 되어 마음을 파고든 것은 이 하나의 물음표 때문이었다.
아름다움이 사람을 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 A는 원치 않았던 해답을 곧바로 알게 되었다. 생각의 갈래가 짧았더라면, 편린들이 이어져 큰 함의를 품지 못했더라면 A의 사고는 아름다움의 단편만을 바라본 채로 행복한 몽매에 머물렀겠지만, 슬프게도 A의 사고는 이런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에 너무도 능했다. 이미 출발해 버린 생각은 이내 멈추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들이받으며 투우사라고는 없는 로데오를 만끽하고 있었다. 이제 A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로데오를 즐기는 소의 기운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감을 수 없는 자신의 눈을 가리는 것뿐이었다. 한참을 질주하던 마음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야 득의양양하게 발걸음을 멈추었다. TV는 그 사이에 채널을 옮겨 태연자약하게도 다른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