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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승 Sep 12. 2022

명절이라는 슬픈 시즌

 두 팔 벌려 반겨줄 이 없는 이에게 명절이란...


  결혼한 여자들에게 명절은 시즌 중에 시즌, 대목 중에 대목이다. 그래서 명절이 오기 전부터 명절 준비로 바빠지기 시작한다. 제사를 지내는 집들은 제사 준비로 바쁘고, 손님맞이를 하는 집들은 친인척 손님들이나 자식들 방문에 대비한 맛있는 음식 준비로 바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처럼 친정 부모님이 다 돌아가신 경우는 이야기가 확 달라진다. 가야 할 친정 나들이가 진심으로 두 팔 벌려 날 기다려줄 부모님이 안 계시기 때문에 어디를 가야 할지 그저 서글퍼지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까진  전혀 알지 못한 이 슬픈 감정은 부모님들이 떠나신 후에야 제대로 명치끝을 정통으로 맞듯이 알게 된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 자녀이었는지.. 살아계실 때 잘한다고 했다는 그 마음조차 얼마나 교만한 마음이었는지 알게 되기도 하고 자식을 키울수록 내가 부모님께 한 실수나 서운함이 지난 시간 속에는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한 그조차도 얼마나 한 인간으로서 이기적이고 배려심 없던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었던 것인지...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전혀 알지 못한다. 아니 전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은 아니었을까?

  



딸 가진 엄마의 심정을 알 도리는 없다.


  친정엄마와 이별한 첫 해에 나는 길에서 엄마손을 붙잡고 가는 여자 아이만 봐도 눈물이 나곤 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 아이가 과거의 나처럼 그렇게 오버랩되는 감정이어서 그랬다고나 해야 할까? 그래서 아이의 뒷모습 한번 보고 엄마 뒷모습을 함께 보면서도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훔치곤 했다. 그러다가도 아들만 키우는 나로서는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진짜 심정을 제대로 알 도리가 있을까? 싶기도 했었다. 겪어보지 않은 일을 가지고 이럴 거라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분명한 건 내 부모님이 내게 해 주신 사랑처럼 나는 가상 속의 딸에게 해 줄 수 있었을까? 하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대답은 "No"이다. 무엇보다 키워보지도 않은 딸을 상상하면서 그렇게 정성스럽게 딸을 키운 마음을 헤아리고 가늠할 수 있다는게 일단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들은 키우면서 보니 딸 같은 살가움을 기대하며 키우는 것도 불가능하며 아들이 딸처럼 다정하길 바라는 엄마의 희망사항은 진심 블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키우는 고양이과 집사들의 적당한 거리의 사이가 가장 베스트가 되는 사이인거처럼 아들 키우는 엄마에게 딸 같은 아들은 있을 수 없다. 그저 말 몇 마디라도 말해주면 고맙고 안 해줘도 이유가 있겠지 하고 매번 기다려야 하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밤 달 뒤에 숨어계시나요?


  며칠 전 벤치에 앉아 초가을 밤하늘 위에 떠 있는 달을 보았다. 이젠 보고 싶어도 볼 수 도 없고 만질 수 도 없는 나의 부모님을 생각하며 저 달 뒤에 두 분이 숨어계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잘 키워주신 덕분에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고 손이라도 흔들고 올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가끔 삶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나? 싶을 때가 있다. 그저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 가족과 이웃과 사이좋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다가 이별을 맞이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한 인생 아닐까? 싶다. 물론 살아가는 내내 감수해야 할 여러 가지 감정들과 일들은 인간을 성숙하게 하기도 하고 좌절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삶은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이 주신 이 선물 같은 시간 속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는 건 인간의 권리이자 의무일 수 있다. 

  명절 때마다 가장 보고 싶은 나의 부모님 생각에 슬프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분들이 기쁜 마음으로 잘 키워주신 덕분에 이렇게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명절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 고백하고 싶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을 존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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