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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원 May 04. 2021

AI first가 실패하는 이유

AI 스타트업이 소비자에게 묻다

어느덧 우리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일반 대중들은 기계지능이 인간지능을 배우는 과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인간지능을 모사하려는 기술의 방향성 만큼이나, 사람의 생각이나 행위에 기반해서 AI의 가능성을 쉽게 상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AI 기술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기술 못지 않게 높아졌다.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만나면 다양한 반응이 쏟아진다. 그중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반응이 하나 있다.


인공지능은 가르치지 않아도 대답할 수 있는거 아니었어요?
바둑을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 하잖아요.


이런저런 다양한 생각들을 해보면 위의 근사한 말들이, 기술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터무니 없는 기대감 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간의 심리와 지식행위는 바둑의 기본적인 10여가지 규칙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룰이 존재 한다. 인간의 DNA 염기서열에서 유전적 다양성 만큼이나 다른 형태의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알파고 제로가 바둑의 법칙을 스스로 깨닫는 것을 고려해 보자. 인간 개발자는 수개월에 걸쳐 바둑 게임의 기본 규칙을 인공지능에게 프로그래밍 하고,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 그리고 나면, 수십만번의 자기 자신과의 대국을 통해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최고의 실력자로 올라선다. 알파고 제로는 36시간이 채 안걸렸다고 한다.


이번엔, 사람과 대화하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지식을 배운다고 가정을 해 본다. 인간 개발자는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인간의 심리와 지식행위에 대한 룰을 프로그래밍 하고,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간단한 추정을 통해 인간의 지식활동에 대한 복잡도를 바둑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인간의 지식활동에 대한 복잡도를 추정하기에 앞서 인간의 언어가 얼마나 많은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을 지 생각해 봐야 한다. 언어의 복잡성은 사회나 문화적 다양성을 투영하며 서로 다른 형식으로 성장하였기 때문에 언어의 다양성 측면을 변수로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재 사용되는 언어의 수는 2500 ~ 3500개, 소멸어 미기록어 등을 포함하면 6000 ~ 7200개로 추산된다.


그 밖에 신화적, 종교적, 사회적 다양성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다양성이 인간의 행동양식을 규정하는 변수로 모두 사용되지도 않을 뿐더러 중복된 내용들까지 따진다면 그 수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얼마나 줄어들지는 실제로 비교분석해 보아야 하겠지만, 필자는 그럴 능력도 시간도 없기 때문에 가설에 근거한 단순 비교를 해 보려고 한다.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결국 언어가 바둑보다 10배 이상 복잡한 규칙을 가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가설을 세워본다. 다만, 이런 단순한 가설을 통해 드라마틱한 차이를 보여줄 수 있다.


하나의 특성이 단순하게 두 가지 다른 형태를 띈다고 하면 이진수 복잡도로 쉽게 계산 가능하다.

하나의 특성이 0 또는 1이라고 가정하고, 특성의 개수에 따라 나타낼 수 있는 다양성은 다음과 같다.


바둑 : 2^10   = 1024

언어 : 2^100  = 1.267x 10^30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바둑은 10여개의 규칙을 프로그래밍 하고 스스로 학습 했다.

인간의 심리와 지식행위는 100여개의 규칙을 프로그래밍 해야 한다. 그 복잡도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스스로 학습을 하기 위해 구축해야 하는 시스템의 복잡도는 바둑과 차원이 다른 영역이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언어지능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못미치는 정도라는 것과, 뛰어난 기술의 알파고 제로가 갖는 복잡도를 최신 언어처리기술의 복잡도로 정의 했더라도 특별히 무리가 없다고 보면 된다. (알파고 제로가 48TPU를 36시간 사용 했고, 자연어처리 알고리즘 BERT large model은 64 TPU를 4일 사용했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수준보다 훨씬 미치지 못하는 기술로, AI first를 추구 한다는 것. 너무 기술에 대한 맹신을 하고 있고, 그에 반에 미치지 못하는 기대감을 비즈니스로 충족 시킬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기술은 우리에게 종교와도 같은 것이다. 종교는 우리에게 심리적 자유를 준다. 죽음이나 불행으로 부터 오는 극심한 공포를 완화시켜 주는 치유의 능력이 있다.


기술은 우리의 능력을 확장 시키는 마법과도 같은 존재이다.


미디어는 메시지이다.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다 - 마셜 맥루한


그래서 우리는 니체의 우버멘쉬가 되고자 하는 욕망과 기술의 결합을 목도하며 AI와 같은 강력한 마법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보다 욕망이 항상 앞선다. 그래서 AI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항상 헛된 욕망과 싸워야 한다. 욕심 부리는 고객의 욕망을 짓누르고 현실을 자각 시켜 주어야 한다.


AI first가 실패하는 원인은 여기에 있다.


고객은 기술에 한껏 부풀어 있다가, 기술을 가진 회사로부터 기대감이 짓밟힌 다음에는 열정이 식어 버린다.

그들이 생각했던 세상과는 딴판이기 때문에 많은 돈을 들여서 도입할 이유를 잃어 버리고 만다. AI 고객 기업들은 애초에 고차원적 인공지능을 도입할 계획이었으며,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대체할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 수준에 어떠한 만족도 감동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그렇게 고차원적이고 뛰어난 기술을 도입 하게 된다면, 당신들은 더이상 필요 없어질 것이다. 스스로 AI보다 무능력함을 드러낼 기회를 만들게 될 것이다. 그 뛰어난 기술이 비수가 되는 것도 모르고 당장 자신의 짜증나는 업무가 사라지기 만을 바라는 것이다.


기업들이 AI를 성공적으로 도입 하려면, 기술을 생각하기 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Human first


단순 무식하고 저차원적인 반복작업, 굳이 사람이 아니어도 될 일에 고급인력을 쓰는 분야, 그곳에 고급 기술을 쓰는 방식이 성공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끄는 길이다. 창의적이고 좀 더 고차원적인 일을 할 여유를 만드는 것. AI기계가 따라오기 벅찬 100여가지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일들, 그런 고차원적인 일에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하는 환경, 그 환경을 꾸미는 일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목표이다.


AI엔진을 장착하고 서비스화 하면 끝난다 생각하는 당신은 돈만 쓰고 당신의 비즈니스는 실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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