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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원 May 05. 2021

미처 깨닫지 못했던 찬란한 순간들

술 한잔에꺼내는 젊음에 대한 소회

이마에 땀 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는것도 몰랐다.

태양의 뜨거운 열기 때문일거라 생각했다.


흙먼지 뿌옇게 앉은 투박한 구두는 쉬지 않고 움직였다.

시선은 바삐 움직이는 발끝을 떠나지 못했다.


한참을 걷다가, 한참을 걷다가,

한참을 발을 내딛다가 발 아래 놓인

작은 풀꽃을 보고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사이, 얼굴을 타고 흘러 내리다가

툭 하고 구두 위에 떨어졌다.

흙먼지를 털어내고는 자취를 남겼다.



어느것 하나 온전하지 못했으며, 서툰 걸음마 처럼 상처 투성이었던 시절,

순수한 모습으로는 세상 살기 힘들거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을 시절,

힘든게 뭔지, 슬픈게 뭔지, 서러운게 뭔지 잘 깨닫지 못하고 몸으로 느꼈을 시절,


김치전 한조각을 안주삼아 술 한모금 넘기다가,

문득 깨닫지 못했던 찬란했던 그때가 떠오른다.


오랜만에 소파에 누워 "아 취한다... " 를 연신 웅걸거리며,

내 팔을 꺾어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을 나에게 속삭인다.


너도 찬란했던 시절이 있었다니까!


그래, 그렇게 말해 줄 만 해.

내겐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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