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아야할 경제학을 쉽게 설명해준 책
경제학. 이름만 들어도 어렵고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주제이다. 이 책은 이미 오래전(2010년)에 화제가 되었던 책이고 경제학 분야에서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저자 장하준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경제학 강의'등의 베스트셀러를 여러권 보유한 분이다. 항상 권위에 도전하고 편견을 깨부수며 독자들에게 통찰력을 전한다. 영국 워터스톤즈(Waterstones)서점에서 베스트셀러 테이블에서 그의 책을 발견하고부터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좋은 점은 다른 경제학 책과 달리 그렇게 어렵지 않음에도 독자에게 깊은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나도 최근에서야 주식 공부와 투자를 하면서 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관심의 표명으로 장하준 교수의 저서를 정독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기존의 권위적인 경제학자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유시장경제학을 신봉하는 경제학자들이다. 장하준 교수는 2008년의 금융위기의 책임을 포함해 개발도상국들의 저조한 경제성적의 원인을 이 자유시장경제학의 탓으로 본다. 저자는 시장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이 역설하는 자유시장의 장점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 비판하면서 그 이면에서 찾을 수 있는 진실을 독자에게 깨우쳐준다.
무엇보다도 쉬운 말로 풀어썼기 때문에, 결코 지루하지 않았던 경제학 책이었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어려운 용어는 거의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해설이 필요한 부분은 설명을 해놓아서 읽는데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그가 경제학계의 이단아처럼 주류로 여겨졌던 자유시장경제학에 대한 도전하고 비판하는 모습이 통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빅쇼트'처럼 위트 있게 비판하고 꼬집는, 그리고 현상의 이면을 보여주는 통찰력 있는 경제학 책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가난한 나라의 평균 국민소득을 끌어내리는 것은 빈곤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이 모르는 게 있다. 바로 자기 나라가 못 사는 이유가 빈곤층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들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버스 운전기사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스벤이 람보다 50배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속한 스웨덴 노동 시장에 비슷한 일을 하는 인도 노동자에 비해 50배가 훨씬 넘는 생산성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의 많은 부분이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벌어 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일 나를 방글라데시나 페루 같은 곳에 갑자기 옮겨 놓는다면 맞지 않는 토양에서 내 재능이 얼마나 꽃 피울지 의문입니다."-워렌 버핏 인용
자신들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에는 쓰지도 않았던 정책을 그들에게 요구하는 선진국들의 행태는 다음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내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내가 말하는 대로 하라.'
문화라는 것은 경제 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단순히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 준다고 해서 나머지 사람들이 더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기심은 사람들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일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를 알고 있을 때에만 그들을 보호해 줄 뿐이다.
미국, 한국,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대학 교육의 절반 정도는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인 '분류'과정을 위해 낭비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 나라들의 고등 교육 현실은 영화관에서 화면을 더 잘 보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한 사람이 서기 시작하면 그 뒷사람도 따라서 서게 되고, 그러다가 일정 비율 이상의 사람들이 서면 결국 모두가 서서 영화를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말이다.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소한의 소득, 교육, 의료 혜택 등을 보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 100미터 달리기 시합에서 모두 똑같은 지점에서 출발한다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려야 한다면 공정한 경기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기회의 균등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진정으로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회를 건설하기를 바란다면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차를 빨리 몰 수 있는 것은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가 없다면 아무리 능숙한 운전자라도 심각한 사고를 낼까 두려워 시속 40~50킬로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실업이 자기 인생을 망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큰 정부가 사람들을 변화에 더 개방적으로 만들고, 그에 따라 경제도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