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을 양산하는 제도
문재인 대통령이 정책을 하나씩 추진해 가고 있다. 그 중 최근에 귀에 들어온 것은 공공부문 지역인재 채용할당제이다.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란 말 그대로 지역 인재들을 위해 일정 비율을 채용하게끔 하는 정책이다. 취지는 분명 지방 인재 차별 해소에 있겠다.
6월 22일 문 대통령은 수석, 보좌관 회의를 통해 올 해 하반기부터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역인재 채용 할당을 30%까지 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으라는 지시다. 일단, 문 대통령은 혁신 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에 대해 이런 지역인채 채용 할당을 30% 이상으로 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공무원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주문도 했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서류에 학교 이름을 쓰지 않는 말그대로 지원자의 능력 중심 채용이다. 능력 중심이라고 하니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지만, 취지는 그렇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블라인드 채용을 하면서 지역인재 할당을 한다고?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아닌가? 학교 이름을 못 쓰게 하면서 지역 대학을 나온 인재들만 뽑겠다는 것은 무슨 정책인가?
밝혀두어야 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추진력에 감탄했고 나 또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이다. 다만, 지방 균형 발전을 취지로 지역 인재 할당제를 시행하는 데에는 허점이 존재한다.
지역 할당을 하는 것은 역차별이다. 수도권 대학 출신만 뽑는 데에 대한 차별 해소를 위해 지역 인재 할당을 하는거라지만 그렇게 되면 오히려 수도권 대학 출신자들은 갈 곳을 잃는다. 수도권 대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한 죄밖에 없지 않는가? 블라인드 채용은 환영이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공평하니까. 그렇지만, 30%를 지방 인재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준다는 것은 수도권 인재들에 대한 역차별이며 안그래도 치열한 취업 문턱을 높이는 것이다. 지방대를 스펙으로 만들어버리는 정책이 아니고 무엇인가. 불공정을 타파하려는 정부가 오히려 불공정을 낳고 있다.
나는 차별에 반대한다. 물론, 학교 이름만 보고 가산점을 주는 것도 반대한다. 그렇지만,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30%라는 명당을 차지하고 남들이 똑같이 경쟁하는 자리가 아닌, 자기들만의 경쟁으로 공공부분에 취업한다는 것은 더욱 더 반대한다. 블라인드 채용만으로도 충분히 공정성을 가질 수 있는 데 오히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녔다는 이유로 박터지게 공부하고도 역차별 당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불공정한 교육 때문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케이스도 있겠지만, 스스로의 노력으로 지방에서 올라와서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경우도 많다. 더욱이 비싼 등록금과 서울 집세를 내가면서 공부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차별적인 채용 프로세스라면 이게 올바른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더불어, 문 대통령이 지역출신 인재들을 뽑도록 공공기관에 주문을 하는 목표가 수도권 중심주의를 타파하고 지방 균형 발전을 촉진하는 데 있다면, 오히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상경해 공부하고 다시 지방으로 돌아가는 인재들을 뽑아야 하지 않을까? 혹은, 수도권 출신의 학생들이 지방의 공공기관으로 취업을 하게 되면 오히려 수도권 인구가 지방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결국은 안그래도 많은 수도권 청년들은 기회의 평등이라는 이름 하에 시행되는 역차별 정책 때문에 서울에 있는 기업을 들어가게 되고, 안그래도 인구 과밀로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인 수도권 부동산의 상승 열기도 잡지 못 할 것이다.
차별을 양산하는 나라다. 수도권 중심주의 타파를 내세운 문 대통령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역차별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들어가 있지 않은 정책 시행은 반대한다. 공정한 세상을 꿈꾼다면 블라인드 채용만 시행하라. 학교 이름을 안 보고 그 사람이 대학교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진정한 능력 중심의 채용이 아닐까? 무언가에 열심히 매달리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는지가 그 사람의 성실도와 능력을 좌우하는게 아닐까? 큰 정부는 필요하지만 이런 식의 차별을 주도하는 정부는 환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