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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Nov 26. 2021

나만 이런가

머리끈 사라짐 현상과 부끄러움의 미묘한 상관관계에 대하여


생전 처음으로 머리를 길어보고 있는데.

여전히 어색하다.

손목에 머리끈을 끼는 것도,

긴 머리카락이 목덜미를 덮는 느낌도,

머리 감은 후 말리는 것의 귀찮음도,

빠진 머리칼이 욕실 바닥에 끼어 있는 것도 모두 여전히 그렇다.

아마 언젠가 머리카락을 자르게 된다면, 다시는 길지 않을 것 같다.


어제는 그랬다.

아무리 찾아도 머리끈이 보이질 않는 거다.

손목을 더듬어도 없고, 주변을 찾아봐도 없었다.

또 잃어버렸구나 싶었다.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찾다가 지쳐서, 결국 임작갑 머리끈이라도 써야지 찾았더니

구슬이 달린 것밖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


3초 정도 고민 후에 그냥 그걸로 머리를 묶었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잘 돌아다녔다.

저녁에 친구 만나서 밥 먹고, 여동생 집에 물건 가져다주기도 했다.

간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음을 알고 있기는 했다.

내가 의식해서 어쩌지 않는 이상에야,

굳이 타인의 시선에 얽혀 고민하지 않는 것이 살기 편하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타인에게 무척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겠으나…

그 경우엔 그냥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로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다만.

밤에 집에 와서 씻고 나와서, 팔뚝에 걸린 내 머리끈을 본 순간!

깊은 빡침과 나의 어이없음에 부들거리는  지는 어쩔 수가 없었다.


오늘 만났던 여러 얼굴들.

그러니까

엘리베이터에서 나랑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던 학생과

동생집 아파트 복도에서 마주쳤던 흠칫하셨던 여성분.

그리고 막 닫히려는 거 열림버튼 눌러 드렸는데도

괜찮다고 먼저 가라고 하셨던 어르신께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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