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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Aug 20. 2016

당신의 입맛은 변한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와인을 알기 전에는.. 


나는 와인을 오해하고 있었다. 와인은 마셔본적이 없어서 같은 포도로 만드니 포도주스처럼 달달함에 알코올이 가미 되어 있을 거라고 제멋대로 상상하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처음 와인을 마셨을 때 난 엄청난 실망을 했던 기억이난다. 전혀 달지 않고 오히려 쓴맛만 감돌았으니까. 엄청난 배신감이였다. 뭐랄까 국밥집에 가서 맛있는 국밥을 먹으려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피자가 나온 격이랄까? 충격과 공포 그 자체 였다. 


와인을 알아가는 초창기에는 나는 달달한 와인을 좋아했다. 포도주스와 거리감도 없고 또 당연히 달달한 와인을 마시는 게 맞는것 같았다. 드라이 한 와인 타닌감이 풍부한 와인은 오히려 상한게 아닐까 의심도 들면서 왜 그런 와인을 마시는지 이해를 못했던 때였다. 대게 1~2만원대에 와인을 구비했던 것 같다. 


와인을 취미로 삼게 되고 계속 마시게 되니.. 뭔가 달라졌다. 달달한 와인이 질린 것이였다. 특히 음식과 같이 와인을 마실때 달달한 와인은 음식맛을 형편없이 버려 놓았다.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정답은 '달았기' 때문이였다. 뭐랄까, 마치 밥을 먹기전에 초콜릿을 먹는 느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가 밥 먹기전에 극도로 단 것을 먹으면 밥맛을 없앤다. 단 와인이 그랬다. 입맛을 없애는 그런 역할. 그런 경험이 있은 이후로 난 단 와인을 피하기 시작했다. 


와인을 점점 알아갈 수록 다른 성향, 다른 느낌을 가지는 Bottle 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와인을 알아 가는 만큼 나에게 맞는 와인이 따로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와인 성향이 진화? 하였다. 이제는 단 와인 대신 안달고 안떫은 와인을 선호하게 된 것이였다. 미국 피노누아 같은 그런 스타일. 한동안은 그런 와인에 미쳐 이런 성향의 와인만 찾게 되었다. 단가는 3~5만원대에 셋팅이 되었다. 물론 더 비싼 피노누아 더 고급인 와인도 많았지만 5만원 이상의 와인은 나에겐 아직 넘사벽이였고 그런 가치는 느끼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그렇게 와인을 마시고 모임을 하게 되고 내 의지와는 다르게 더 많은 와인을 폭넓게 마시다 보니까 나의 와인 취향은 또다시 진화를 거듭했다. 너무 묵직하진 않지만 복합적인 부케를 가진 그런 와인들.. 이런 와인들은 대게 단가가 좀 더 비쌌다. 단가는 한 10만원대. 내가 단독으로 사서 마시기는 힘들었고 모임을 통해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넓은 데에서 살다가 좁은 집에서 살기 어려운 것처럼.. 저렴하고 특색이 없는 와인만 마시다가 이런 다채로운 향과 맛을 가진 와인을 접하게 되니 아... 돌아가기 힘들어 졌다. 이왕 마실거면 조금더 좋은 조금더 재미있는 와인을 선호하게 된 것이였다. 


무조건 비싼 와인이 맛있는건 아니지만 비싼와인이 좀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성향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그 단가라는건 이런 디테일 차이 때문에 생기는 거겠지. 그렇게 난 와인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끊임없이 나만의 와인을 찾기위해 항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와인이라는 매력에 빠져 들어 더 풍요로운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삭막하고 정신없는 도시생활에서 이런 '낙'이라도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다. 


"뽕~" 오늘도 와인이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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