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봄 Aug 20. 2016

프로처럼 와인 맛보기

프로의 맛을 보여주마

"와인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중 하나는 바로 따라해 보는 거지."

형은 입에 남은 보르도를 털어넣으며 나직히 말했다. 나는 그에 동의 못한다는 표정을 짓고 형에게 반문했다. 

"따라 한다고?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대로 즐기면 되는거아냐?"

"물론 그건 사실 이야. 하지만 내가 조건을 달았잖아.제.대.로. 라고.."

형은 내가 이해를 왜 못하냐는 식으로 물어봤고 그에 반하여 나는 형을 흘기며 대답했다.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대로이고 말고가 어딨어, 그러니까 와인을 입안에 털어 넣으면 다 똑같은거지, 마시면 다 와인이잖아"

"와인은 내가 말했잖아 오감으로 즐기는 것이라고, 오감을 다 발현하면 더 와인을 진지하게 대할 수 있다니까?"

"그래 어디 들어나 보자"

나는 형의 대답을 기다렸다. 과연 프로는 어떻게 마시며 프로처럼 마시면 맛있는지도 궁금해 졌기 때문이다.

"와인은 대게 어떻게 마셔?" 

"잔에 따르고 향좀 한번 맡아본다음에 입에 넣어 음미하지"

"그래 그게다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금더 디테일하지. 솔직히 따지고 보면 우리들도 전문가처럼 와인을 마시고 있는거야"

"전문가 처럼?"

"그래, 우리 그동안 와인 다큐멘터리 많이 보았잖아, 전문가들이 대개 와인을 어떻게 시음하지?"

"음.. 내가 기억하는건 와인을 받고 와인을 흔들고 와인이 잔에서 떨어지면서 흐르는 점성을 보고.. 음.. 향도 맡고 입안에 가득 담는지, 소리냈었던 것 같은데?"

"거의 다 알고 있네, 와인 전문가 들은 일단 와인을 따르면 그 색을 봐. 각각에 와인에는 그 와인이 가지는 특색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색' 이거든"

"하긴 와인도 화이트가 있고 레드가 있는 것처럼"

"전문가들은 좀더 고차원이지,같은 레드라도 핑크빛인지 보라빛인지 차이가 많이 나거든. 덧붙여 이 빛깔이 가지는 성향에 따라 어떤 성향의 와인인지 유추해 볼 수 있고, 보관을 잘 못해서 갈변현상이 일어났는지도 알 수 있거든. 그래서 전문가들은 색을 통해 이 와인의 스타일을 유추해 보곤해"

"와인초보자들에겐 좀 어려운 말이네"

"그러 수도 있지. 그 다음에는 와인잔을 사정없이 흔들지"

"아~ 스월링 말이지? 그건 우리도 자주 하잖아. 와인 산화 시키려고"

"맞아, 스월링을 하면서 와인이 산화되고 그 특유의 풍미도 올라오기 때문에 스월링을 하지. 와인의 향이 더 강해지거든"

"맞아 스월링을 하면 더 맛있어지는건 나도 이해해"

"스월링을 하면서 우리는 점성을 볼수 있어, 진득한 정도.. 이게 우유같이 진한지, 아니면 물처럼 흘러내리는지 알수 있단 말이지"

"그게 중요한가?"

"와인을 즐기는 방법중 하나인거야. 점성을 보면 이 와인의 성향을 이해할 수 있거든, 진득할 것인가 맑을 것인가.. 와인을 무조건 감각과 정보로만 이해하려는 것보다 나만의 생각, 주관, 상상을 더하면 더 맛있다니까."

당시에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마도 와인을 시작하는 초창기였으니까. 하지만 와인을 알면 알아갈수록 더 알아야 할 것도 많아지고 조금더 주관을 가지고 즐긴다는 재미를 알아 가게 되었다. 와인을 접하고 느끼는 감정은 오롯이 나만의 감정이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형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그 다음은 향을 맡아. 우리 저번에 외국 영화 보았을때 주인공이 와인잔에 코를 빠질듯이 집어 넣은 거 기억나?"

"응~ 그거 우리가 보고 한참을 낄낄댔잖아"

"그런데 전문가들은 정말 이래. 어떠한 향이 나는지 놓치지 않기 위해서 후각을 이용해서 최대한의 정보를 끌어내지. 원래 와인은 향으로 음미하는 음료이니까 굳이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 와인향을 맡곤 하지. " 

"뭐여, 이 정도면 우리도 하는거 아녀? 우리도 프로 아녀"

"하하, 우리가 와인으로 돈을 벌진 않으니까 프로라는 이름을 쓸 순 없지. 그 다음은 뭘까?"

"그 다음엔 시음을 하겠지. 우리는 너무 빨리 마셔서 큰일이지만"

"그렇지, 전문가들은 한모금 와인을 머금고 정말 시음을 해, 시음을 할 때는 와인을 바로 마시지 않고 5초정도 머금으면서 공기를 빨아 들이지, 이게 와인을 입안에 고르게 분포시키고 그 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공기를 빨아 들인데, 그리고 입안에서 여기 저기 돌려 가면서 고르게 음미 하는거야"

"아.. 시음 동영상보면 왜이리 와인을 국물 먹듯이 후르르 후르르 마시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는 거구만? 처음 알았네" 

"그렇지? 사실 와인에는 수많은 정보가 녹아 들어가 있어, 모를때는 그런 느낌인지 모르고 그냥마시는 거야. 하지만 알고 나서는 아! 이게 이런 향, 이런 맛으로 느껴지는 구나!하고 알게 되는 거지. 와인은 그정도로 신박한 술이야..알면 알수록 더 몰라지는 술, 알면 알수록 더 맛있게 마실수 있는 술이기도 하고 말이야"

"전문가들이 하는 동작이 어느정도는 이해가 되는 것 같아. 와인을 더 자세히 이해하면서 조금더 객관적으로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 일련의 동작들. 하지만 한가지 깨닳았어. 무조건 적으로 따라하는 것보다는 좋다고 이렇게 즐기면 더 재밌다고 생각하는 걸 모방해야 겠다고"

"그래 그렇게 즐기면 좋지. 비단 우리가 와인 전문가는 아니지만 더더 전문가가 되어 간다고 느끼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꺼야."


형내 원룸에서 밤 늦도록 후르륵 거리는 소리가 계속 되었다. 와인을 산소와 음미하는거 이거 재밌네. 

매거진의 이전글 미사주를 맛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