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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Aug 20. 2016

이탈리아 그리고 와인2

오르비에토에서 취하다. 

이번에는 오르비에토에서 와인을 마신 이야기이다. 


이탈리아여행의 최대 묘미라면 바로 중세시대로 회귀한 것 같은 그런 비주얼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내가 현재 시대를 여행하는 것인지 과거를 여행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 있고 또 그게 엄청나게 인상깊게 다가 왔다. 말그대로 과거로 걸어 드러간 느낌


오르비에토가 그랬다. 분지형태로 산위에 있는 도시였다. 산위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이 나도 보호를 잘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건물들이 우리나라처럼 모든 건물이 파괴되고 다시 지어진 것이 아닌 옛것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 


사실 이 오르비에토하면 몇가지 웃긴 이벤트가 있다. 치비타에서 너무 늦게 버스를 탔기 때문에 오르비에토에 도착할 때쯤이면 오후 5시 쯤 됬던것 같다. 그런데 이 버스가 오르비에토 밑에서 잠시 섰다가 올라가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산 밑에서 내려 버린 것이다. 덕분에 오르비에토를 향해 미친듯이 뛰어 올라갔다. 그 더운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말이다.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몇시간 남지 않았고 또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언제 올까 기약도 없었기 때문에 약을 빤것처럼 그 높은 산을 엄청난 속도로 올라갔다. 올라가다보니 날이 어둑해 졌는데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산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문득 무서워 졌는데 기차를 놓치면 더 무서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스스로를 독려하며 산을 올라갔다.


그렇게 약빤듯 미친듯이 30분쯤 뛰어 올라가서 마침내 오르비에토에 도착했다. 다행히 위에는 해가 아직은 지지 않고 있었다. 그것을 위안을 삼고 온 오르비에토를 뛰어 다녔다. 


남는것은 사진이라는 일념하에 집에가서 사진으로 오르비에토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미친듯이 셔터를 누르고 다녔다. 


그렇게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세 해가 져 있었다. 치비타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아 아쉬운 것 같으면서도 이 정도까지 해낸 나에게 스스로 위안을 하였다. 온 열정을 쏟아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난 다시 배가 고파져 왔다. 이 곳은 무엇이 유명한지 다시한번 가이드 북을 꺼내 보았다. 


가이드 북에는 이렇게 명기되어 있었다. 

'흑돼지가 유명하고 맛있음, 하우스 와인을 마셔볼 것 '

흑돼지와 하우스 와인이라, 나의 위장이 다시한번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골목 골목 어떤 음식점이 맛있을까 돌아보고 있던 찰나 어떤 식당에 돼지머리가 박제된 체 걸려 있는 식당을 보았다. 

'저거다!'


나는 뒤도 돌아 보지 않은체 그 식당을 향해 한달음 달려갔다. 역시나 식당에는 많은 사람들로 부쩍이고 있었고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식당 아주머니는 날 친절하게 맞이하여 주셨다. 


"어서오세요!"

"반가워요!"


이탈리아에 와서 짧은 시간에 몇가지 이탈리아어를 배웠다. 안녕하세요! 고마워요. 반가워요. 맛있어요. 얼마예요? 웃겼던건 이 짧은 이탈리아어로 이번 여행을 다 했다는 것이였다.  신기하네.


각설하고 나는 자리에 앉은체 주문을 시작했다. 


'음 영어로 미트라고 적혀있는거 보니까 이게 흑돼지겠지? 와인을 시켜보라고 했으니까 어디보자, 하프 바틀하고 1/4 바틀 가격이 얼마 안나잖아? 오호? 그렇다면 하프 바틀로 시켜야지. 인생은 가성비니까...'


그리고 주문을 했다. 사장님은 친절한 미소로 응대했다. 


그러던 와중에 식당의 벽이 그림으로 도배되어 있는것을 발견했다. 이 식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글을 적어서 주인에게 주면 붙여주는 것 같았다. 마치 우리네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처럼. 나도 기다리는 시간에 종이를 달라고 해서 짧게 그림을 그렸다. 내가 봐도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사진을 찰칵!!


그렇게 아담한 가게를 구경하며 셔터를 눌러대고 있자니 와인이 나왔다. 그런데 이게 뭔가? 예상외로 너무 많은 것이였다. 하프 바틀이 이렇게 많은 거였나? 무슨 실험실 바틀에 한 0.7리터는 나온것 같았다.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 좋은것인지 나쁜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시킨게 아깝기도 하고 일단 잔에 따랐다. 


향이 훌륭했다 하우스 와인이 이런 퀄리티 구나. 맛은? 이게 전형적인 하우스 와인의 퀄인가? 약간은 매우면서도 깔끔했다. 굳이 내가 스월링을 하지 않아도 벌컥벌컥 마셔버리고 싶을 정도로.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벌컥 벌컥 마시면서 입가에 막 흘려내리게 마셔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내가 시킨 고기가 나왔다. 난 또다시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흥분장애자인가, 너무 흥분을 주체할 수없다니..) 이게 바로 오르비에토가 자랑하는 멧돼지 고기인가? 


난 서둘러 고기를 자르고 한입 베어 물었다. 고기 안에서 육즙이 왈칵 베어 나왔다. 와인 소스로 요리를 했는지 정말 깔금하고 맛이 있었다. 와인으로 입을 연신 헹궈가면서 난 음식을 탐닉했다. 그렇게 다음 부분을 자르고 있는데 뭔가 이상했다. 육즙이 붉어? 다 안익은거 아닌가? 


난 기겁을 했다. 돼지고기를 다 안 익히고 먹고 있던거 아닌가? 두려워 졌다. 난 서둘러 사장님을 불렀다. 


"사장님! 이.. 이 고기가 덜익혀 졌어요."

"응? 네가 다 익히라고 안했잖아요.'

"그렇긴 한데.. 이거 돼지고가 잖아요?"

"그거 소고기여;"


아.. 세상에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가. 돼지고기가 아니라 소고기라는 말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 내렸다. 아무렴 그렇지 돼지고기를 이렇게 덜 익혀서 줄리가. 여기 명물 멧돼지 고기가 아니라서 약간 아쉽기도 했지만 날 돼지고기를 먹는것보다 나으니까 하며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이탈리아 이곳 오르비에토에서 소고기와 와인이 어떤 마리아주를 보여주는지 절실하게 느꼈던 시간이였던 것 같다. 그 시간에는 나 그리고 와인 오롯이 먹는데 집중했던 소중한 시간이였던 것 같다. 다시한번 그 장소에서 와인과 함께한다면 그 감동을 느낄수 있을까? 와인이 익숙해진 지금은 아마 다른 감동을 느낄것 같다. 


다시한번 이탈리아에서 와인을 마셔보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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