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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그림자 Jul 26. 2019

와이프가 집을 나갔다.



와이프가 집을 나갔다. 간단히 짐까지 챙겨갔다.

오해는 마시라. 오랜만에 아이들과 남편 없이 일박이일 잠시 집 밖에서 자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별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2박 3일의 일정으로 어디 별을 볼 수 있는 곳을 알아보기도 하고, 어느 날은 고택 체험을 하고 싶다고 하기도 하고.
그러다 차 없이 시골 외진 곳에 혼자 가는 부담도 있고. 결국은 도심에서 홀로 즐기는 호캉스.
비즈니스 호텔임에도 주말이라 방값도 비싸다고 엄살을 부리지만 모처럼만의 혼자 외출과 외박에 설레는 와이프를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

호텔에서 자고 저녁엔 클래식 공연도 본다.
그러면서도 집 밖을 나서기 전까지 부지런히 집안일을 한다. 걱정이 많다. 장마철이라 빨래가 안마를 걱정, 아이들이 밤에 잠을 잘 잘까 걱정. 날이 습하니 에어컨은 꼭 제습으로 하고 그래도 환기는 종종 시키라는 당부, 공연 티켓값이 비싸다는 귀여운 투정.

그간 돌보지 못한 자신에게 주는 이 짧은 순간에도 살림과 육아의 일상이 아내의 몸과 마음에 스며든 것이리라.

혼자 나가는 게 뭔가 이상하다면서도 설레고 즐거운 마음이 나에게도 느껴진다. 안녕 나 간다! 와이프의 뒷모습이 싱그럽다.

부부에게 함께하는 시간만큼이나 혼자 자신을 돌아보고 돌보는 시간은 중요하다. 이제라도 우리는 서로를 누구의 남편이나 아내나 엄마, 아빠가 아닌 온전한 한 사람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다.
부부란 서로 다른 ‘나’와 ‘너’가 만나서 ‘우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모습이 되는지는 각자 부부의 삶의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아이들을 재우고 잠시 글을 쓰는 이 시간.

쓸쓸하지 않다. 나도.


그대 따뜻한 밤이 되길.^^




참, 근데 말야.

혼자 가는 여행도 좋지만 둘이서도 많이 다니자.



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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