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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샘 Oct 27. 2023

공립유치원 교사의 영어유치원에 대한 생각 - 1

유치원이 아닌 영어학원 유치부에 대한 이야기



공립유치원 교사로서 유아교육을 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영어유치원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부정이다.

사실 영어유치원은 유치원이 아니다. 그냥 영어학원이라고 칭해야한다. 영어학원의 유치부.

유치원 선생으로서 영어'유치원'이라는 표현은 확실히 귀에 거슬린다.

영어유치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만연하게 사용되는 걸 알기에 간단히 줄여 영유라 칭하겠다.


내가 경험한 (영어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의 부모님들이 해준 이야기, 영어유치원에 선생으로 일하는 내 친구들의 이야기에 기반한) 영유는 아이들을 위한 곳이 아니었다.


놀이시간이 없고 (심한 곳은 하루 10분도 보장되기 어렵다고 했음.)

영어로만 이야기해야하고 (한국어를 말하면 혼나는 곳도 있음)

정말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처럼 로테이션으로 수업을 들으러 돌아다닌다 했다.

작은 아이들이.


만일 그렇지 않고 아이들이 놀이를 충분히 보장하고 해외에 있는 유치원들처럼 놀이를 통해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도구로 활용하는 그런 환경의 영유가 있다면 그곳이 어디인지 꼭 알고싶다.

그곳은 그곳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영유에 보내는 학부모가 이 글을 읽는다면 재뿌리는 글이 될 수 있겠지만

유치원교사로서 영유를 반대하는 이유들에 대해 자세히 하나씩 나열해보겠다.





1. 영유아기에 꼭 발달시켜야 할 능력들을 놓치게 된다.


사람의 일생을 통틀어서 가장 인풋 대비 효율이 좋은 시기가 바로 영유아시기이다.

게다가 영유아시기에는 '결정적시기'라는 것이 있어 이 때 꼭 배우지 못하면 평생 발달시키기 어려운 영역들이 있다.

그 예시가 늑대소년이다.

늑대와 자란 소년을 훗날 사람들이 발견하여 언어를 가르치려고 대학교, 연구소 등등에서 갖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리고 영유아시기에는 뇌가 발달해가는 시기이며 인격이 형성되는 아주 중요한 시기다.

아무거나 배운다고 다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각 영역마다 배울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있다. 그래서 영유아기에 전두엽 발달되기때문에 감각놀이를 중시하는 것이다.

이 시기의 중요성을 논하는 논문과 서적들이 수두루빽빽하고 그것만 이야기해도 글 10편은 쓸 수 있을 거다.


이 중요한 시기에, 우리 교육부에서 이야기하는 현 교육과정인

놀이중심 교육과정에서는 "자율성, 주도성, 즐거움"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유아중심"이다


자율성

주도성

즐거움

유아중심


이 네 가지를 행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리고 영어유치원에서의 아이들을 상상해보길 바란다


어른들은 보통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기대하고 상상하곤 하는데

과연 그렇게 아이들이 영어로 자기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훈련될 때까지라고 감히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저 네가지 항목들을 경험할 수 있을까?


글쎄?


모국어도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

자기 생각을 한국어로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침묵하고 기다려야

유창한 영어를 하게 될까?

원어민선생님의 영어를 듣고 집에서는 한국어를 듣는 아이들은 과연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2. 스스로 성취하는 경험이 적다


현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에서 강조하는 주도성에 대한 이야기다

누리과정은 '교사와 아이가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다

때문에 나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등원, 점심시간, 하원시간을 제외하고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서 아이들의 컨디션이나 의사를 반영하여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시간적 틀은 있되 융통성있게 운영하는 편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 아이들은


"어제는 놀이터 갔으니까 오늘은 강당에서 공놀이하면 어때요? 어제 놀이터에서 놀았던 거 강당에서 다시 해보고 싶어요!" 라던지


"놀이시간 벌써 끝났어요? 지금 하던거 하고 끝내요!" 라고


교사와 친구들의 의견을 묻고 동의를 얻어내면 교실의 주인됨을 느끼는 것 같다

놀이에서의 모습을 봐도 그렇다. 무슨 놀이를 할지 스스로 정하고 함께 놀이할 친구들을 모으고

흐름을 만들고 확장해간다.

그러다보니 놀이에서의 결과물이 크든 작든간에 스스로 한 시간들이기 때문에 큰 성취감을 느낀다

교사가


"무슨 놀이해? 어떻게 하는 건데?"


라고 물어보면 


"아 이거는요!!" 하고 상기된 목소리로 앞다투어 이야기한다. 

난 아이들의 그 모습에서 자신감과 아이들의 성취를 느낀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기본생활습관 또한 그렇다.

내가 접했던 곳들만 그랬는지 아니면 나의 편견이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영어학원이다보니 그 외 기본생활습관 기르기가 정말 안되어있다고 느꼈다.


일례로 6살 2학기인데 운동화 찍찍이를 스스로 신고 벗고 할 줄 모르는 아이가 있었다.

물어보니 항상 신겨주고 벗겨주고 했었단다.


부모님들 입장에선 자기 아이 챙겨주는 것이라 여겨 좋았을지 몰라도

아이에게 있어 절-대로 좋은 게 아니다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게 많은 친구는 다른 친구들이 

'저 친구는 아직도 신발을 선생님이 신겨주네? 동생 같다'라고 생각하게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아이들은 발달차이가 있고 그런 아이들의 친구대한 차별에 가까운 생각을 바로 잡아주는 것은 교사의 몫이다.

하지만 '스스로 하기'를 전혀 연습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하는 과정을 통해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더 이어질 내용은 2편에서 나누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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