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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샘 Oct 09. 2024

아이들에게 유튜브 그만 보여주세요. 특히 숏츠는 절대로

다시 한 번 적는 미디어 노출에 대한 비판적 시각

미디어 노출.

핑크퐁 동요, 페파피그, 뽀로로, 아이쿠부터 시작해서 온갖 유튜브 콘텐츠, 그리고 숏츠들까지.


아이들을 위한 컨텐츠부터 아이들이 보아선 안되는 컨텐츠들까지

우리 아이들은 이미 너무 많이 노출되어있다.


엄마이자 교사로서 내가 느끼기에 그것은

노출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고 노출 빈도도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이미 적은 바 있는 주제이지만 학부모들과 상담하며, 또 주변에 육아하는 육아 동지들을 보며

다시 한 번 생각이 확고해져 이 글을 남기게 되었다.



아이를 낳기 전엔 몰랐는데 아이를 낳고보니


'아니 애기가 이렇게 어린데 벌써 유튜브를 보여준다고?'

'6개월인데 유튜브를 본다고..?'

'이유식을 먹이면서 미디어를 보여준다고????'

'애기가 보채지도 않는데 식당에 앉자마자 바로 보여준다고?... 대체..왜?'


이렇게 깜짝 놀랄만한 일들이 많더라

그리고 생각보다 흔했다



이유는 많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아서, 손톱 깎을 때 가만히 있지 않아서, 

퇴근하고 너무 지쳐서 부모도 좀 쉬려고, 식당에 가면 돌아다니니까.. 등등


장점도 많다고 한다

 '유튜브 동요를 보고 숫자를 하나부터 열까지 세더라'

 '동물들 이름을 다 외웠다'

 '영상에 나온 체조들도 따라하고 춤도 추고 너무 좋아한다'



흠.

나도 부모인지라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아이는 절대로 부모 뜻대로 움직여주는 존재가 아니고,

부모는 아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왕왕 많으니

[미디어]라는 무적의 도우미가 필요한 거다

게다가 그 도우미는 공짜로 언제까지고 일해준다.


근데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그 [미디어]라는 도우미가 철저히 누구를 위함이냐.

그리고 또 그 도우미를 사용함으로서 얻게 되는 단점이 분명히 있지 않느냐. 라는 것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어른인 우리를 생각해보자

미디어를 보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된다


내 배우자가, 나의 자식, 나의 부모님이 핸드폰을 보고 미디어에 취해있는 모습이 좋은 사람이 있을까?

왜 싫을까?

왜 남편이 숏츠를 30분 내내, 유튜브 영상을 말없이 1시간 내내 보고있으면 싫을까?


그리고 우리는 다른 일 하려고 폰을 켰다가 인스타에 들어가서 1시간,

유튜브에서 숏츠만 2시간 보고나서 왜 자책하곤 하는걸까



나도 그렇다

책을 읽을까, 글을 쓸까 하다가도 퇴근 후 이어지는 육아에 녹초가 되면

육퇴 후에 책상에 앉기 보단 누워서 핸드폰을 켠다

그리곤 1시간을 흘러 보내고 나서 후회한다

'이 멍청이! 뇌세포 죽였네 또' 하며



우린 미디어의 중독성과 폐해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이미 그 부작용들을 겪고있다

미디어는 재밌고 어쩌면 유익하기도 하지만

너무 빠르고 일방적이고 자극적이다

미디어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힘을 방해한다

이미 다 커버린 우리의 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과학적 근거가 어찌어찌 하더라라고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더라도 우린 다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

특히 10초만에 휙휙 바뀌는 숏츠, 틱톡은 너무 자극적이라 멍때리고 쳐다보는 것 외엔

하는 수가 없고 그 시간이 재밌으면서도 스스로를 바보로 만드는 것 같다는 양가감정에 죄책감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세상을 이제 막 배워가는 아이들에겐

어떻겠느냐.... 이런 이야기



아기들은 오감으로 세상을 배우고 오감은 뇌 발달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다

미디어는 오감 중 몇 가지를 중점적으로 사용하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기들은 아기의 속도대로 세상을 경험하고 배워가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뛰는 아기는 없다


뒤집고

되집으며

배밀이를 하고

기고

일어서고

한 걸음씩 걷다 넘어지고

세 발자국 걸어보고

그러다 걷고

걷는 것이 익숙해지면 그제서야 뛴다



이렇게 아이에게는 아이만의 속도가 있다

그런 아이들은 이 속도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강아지풀'을 알아갈 때

강아지 풀에 대한 번쩍번쩍 신나는 동요미디어를 보는 것보단

산책에 나가 강아지 풀을 보고 만져도 봤다가 뜯어봤다가 간질간질 놀이도 해보고

그러면서 사물을 익히고 배워가는 것이 더 아이다운 것 아닐까

그리고 나면 동화책에 그려진 강아지풀을 보고 '강아지풀이다!'하고 이야기하고

경험을 중첩적으로 쌓아가는 그림책같은 과정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디어에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이런 경험의 시간이 부족해진다

그리고, 이미 중독이 된 아이들은 세상을 배워가는 속도가 이젠 시시해진다



우리반 친구들도 가만 들여다보면

미디어를 많이 보는 친구들은 '시시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동화책이 시시하고

동요가 시시하다


아이들의 연령과 발달에 맞게 만들어진 어린이를 배려한 아름다운 그림책과 동요는

요란한 소리가 나지도 않고 번쩍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슴슴한 맛의 묘미를 알아채기 어렵다



우리가 책보다 숏츠가 좋은 것처럼

아이들도 똑같다

판단력이 자라나고 있는 유아들은 더하다

왜 무엇이 얼마나 안좋은지 어른이 설명해주기 전엔 모르기 때문에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는 단호하게 항상 이야기하고 자주 물어보는 편이다


첫째, 시간을 지켜서 보는지. 30분 최대 1시간.

둘째, 숏츠는 절대로 보지 말 것. 아이가 도저히 자제할 수 있는 자극의 세기가 아니다.



다른 반, 다른 아이들까지는 영향력을 끼칠 수 없지만

우리반 아이들만큼은 지키고 싶어서

항상 단도리시키려고 노력한다



미디어가 나쁘다는 명확한 연구 결과는 사실 없다

하지만, 우리가 무척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면 과일이 내는 단 맛을 느끼기 어려운 것처럼

자극적인 미디어 앞에 아이들이 경험해야 할 아름다운 이야기들, 동화책들, 일상의 장면들이 

뒤로 밀릴 것은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싶다



어릴 때야 어거지로 동화책 한 권이라도 읽게 시킬 수 있지만

더 크면, 미디어에 많이 노출 된 아이들은 과연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을 집을 수 있을까?



그러니 나도 해보니 육아가 힘들고 미디어가 편한 것 알겠는데

조금만 덜 보여줬으면 좋겠다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미디어 노출을 할 것이라면 


언제 시작할지

무엇을 보여줄지

왜 보여주기로 결정했는지

얼마나 자주 보여줄 것인지

하루에 정해진 시간은 몇 분인지

아이와 미디어에 관한 약속은 선행되어있는지를


꼭 고민해보아야 한다

모든 미디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디어를 대체할 만한 더 좋은 것들이 훨씬 많다

그러니 제발, 속도를 늦췄으면 좋겠고, 숏츠는 절대로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 덧 붙이자면

우리반에서는 '탕후루 댄스', '삐끼삐끼 춤' 금지다

유튜브 숏츠에서 유행하는 모든 컨텐츠는 절대 금지다

조금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아이들에게 왜 선생님이 유튜브 컨텐츠를 지양하는지 설명한다

그럼 이해하고 유튜브 놀이를 멈추고

[아이들의 놀이]를 한다.


아이들은 그거 말고도 놀 거리가 많다.

그 놀거리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주는 시대가 부디 빨리 돌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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