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1킬로 돌파… 폭풍 태동에 깜짝 놀라기도
“초복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아?”
“아, 궁금하지. 초복이는 우리 둘 중 누구를 닮았을까? 허허허… 상상만 해도 귀엽네.”
배 안에 아기를 품고 건강 기원을 늘 1순위로 염원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과연 아기가 누구를 닮았을까,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날이 이어졌다.
분명 남편과 나의 얼굴을 닮았겠지만, 누구의 얼굴이 더 또렷하게 나타날지 참 궁금했다.
내가 다니는 서울대병원 본원은 입체 초음파를 하지 않는다. 아기의 모습을 3D 형식으로 볼 수 있는 초음파인데, 운이 좋으면 이때 아기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최근 공개된 입체초음파는 화질도 꽤 좋아서 태어났을 때 모습과 흡사하다고 한다. 보통 임신 28주 이후에 입체초음파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부부도 다른 병원에서 입체 초음파를 하기로 했다. 2주 전에 예약했는데, 임신 26주부터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12월 어느 주말, 오전부터 병원 투어에 나서느라 마음이 분주했다. 서울대병원 본원에 들러 갑상선 수치(시험관 이후 신지록신을 복용함) 확인을 위해 피검사를 했다.
두 번째 병원 예약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병원 내 스타벅스로 향했다.
“초복이가 잘 협조해줘야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텐데. 다른 장기들도 다시 한번 확인한대. 다 괜찮겠지?”
임신 후 우리 부부의 대화 지분 중 90% 이상이 아기에 대한 주제다.
엄마가 되면 자연스럽게 뇌에서 아기에 대한 생각이 꽉 찬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아기 생각이 너무 집중돼 건망증도 생긴다는데, 이를 ‘임신 건망증’이라고 부른다.
드디어 입체 초음파실에 들어갔다. 컴컴한 방에 침대가 있었고, 그 옆에 보호자(남편)가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으며 그 사이 아기를 볼 수 있는 모니터 2대가 있었다.
“편하게 누우시고, 젤 차갑습니다.”
화면에 초복이가 ‘뿅’하고 나타났다. 정밀 초음파 이후 한 달 반 만에 만난 초복이는 화면에 꽉 찼고, 폭풍 성장한 모습이었다.
몸무게도 1킬로를 돌파했다. 머리와 배 크기는 주수보다 1주 이상 앞섰고, 다리 길이 역시 주수보다 길었다.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매우 뿌듯했다.
손가락, 발가락, 양쪽 귀 모양도 확인했다. 초음파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이 더해지니 아기 모습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서울대병원은 초음파 설명을 잘 안 해준다)
대망의 얼굴을 확인할 차례.
“아기가 얼굴에 손을 올리고 있네요. 부끄러움이 많은가 봐요. 아, 안돼 아기야 조금만 도와줘. 엄마 헛기침 좀 할게요.”
역시 초복이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얼굴에 오른손을 대고 있어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는데, 기침도 하고 초음파 선생님이 배에 진동도 줬지만 결국 실패했다.
“나가셔서 10분 정도 움직이다가 다시 오세요. 그때 시도해 보죠.”
10분 동안 계단도 오르내리고, 마시다가 남긴 초코 우유도 원샷했다. 초복이가 얼굴을 꼭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두 번째 시도한 입체 초음파에서도 초복이는 여전히 부끄럼쟁이였다. 얼굴을 가린 채 자궁 어딘가에 돌아 누워버렸다. 다시 운동에 나섰다.
“입체 초음파에서 유난히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기가 있어요. 이번엔 제대로 보여줘.”
초음파 선생님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서 자궁 내 공간 확보에 나섰다. 그러면 아기가 손을 내릴 수도 있단다.
헛기침을 열댓 번 하고, 반복적인 돌아눕기를 시도한 끝에 초복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손으로 가리고 있었지만, 대략적인 모습은 확인 가능했다.
일단 코가 큼직 막한 것을 보아하니, 남편을 닮은듯했다. 입은 손가락을 빨고 있거나 손으로 가리고 있어서 보기 어려웠다.
중간에 인상을 쓴 모습을 봤는데, 나보다는 남편을 더 닮은 모습이었다.
“여보, 초복이 누구 닮은 것 같아? 나보다는 자기 닮은 거 같은데… 내 얼굴은 별로 없나 봐.”
“그래? 난 정말 모르겠던데…”
눈, 코, 입 오밀조밀하게 담긴 입체 초음파 사진을 받아 보고 또 봤다. 이렇게 생긴 아기가 내 뱃속에 있다니, 너무너무너무 신기했다.
아기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잘 지내셨죠? 오랜만이에요. 아기도 잘 크고 있네요. 주수보다 무게도 더 나가고요.”
입체 초음파 후 만난 원장님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사실 이 병원은 내가 두 번째 임신을 확인하고, 유산을 했던 곳이다. 당시 원장님께서 직접 소파수술을 해주셨고, 습관성 유산 검사도 진행했었다.
시험관 시술 계획을 말씀드리니, 잘 될 거라고 응원해주셨던 마음 따뜻한 분이시다.
“아기가 좀 크죠? 입체 초음파 보니까 너무 신기하네요. 임신 후기에 주의사항은 있을까요 원장님?”
“글쎄요. 임당 검사도 통과하셨죠? 아기 태동도 잘 느껴지고요? 잘됐네요. 지금이 활동하기 제일 좋을 때라 잘 지내시면 돼요.”
임신 25주가 지나면서 폭풍 태동에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초반에는 뱃 속에서 미끄덩한 실이 지나간 느낌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꿀렁거림이 큰 파동을 몰고 왔다. 아기가 힘이 세지면서 태동도 뚜렷하게 느껴졌고, 하루 종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특히 초복이는 저녁 시간에 활발했다.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으면 배꼽 주변에서 쉴새없이 움직였다.
자기 전 침대에 누워 튼살크림을 바르면 어디선가 ‘뿅’하고 나타나 존재감을 뽐내기도 했다.
출산까지 100여일. 정신없는 연말과 구정이 있는 1월을 보내다보면 곧 아기를 만나는 시간이 된다.
초복이 예정일은 꽃피는 봄 3월인데, 내 생일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검은 토끼해에 태어나는 3월생 초복이.
건강하고 또 건강만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