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장서 겪은 불쾌한 경험…임당 재검 뜨고 ‘통과’
임신 24주, 드디어 임신성 당뇨 검사를 하게 된다.
임신 기간 중 절반이 지나는 시점이고,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큰 산이기도 하다.
달큰한 시럽을 마시고, 한 시간 후에 채혈을 하는데 기준치보다 높으면 재검을 하고 이후에도 통과하지 못하면 ‘임신성 당뇨’ 확정이 된다.
이상하게도 나는 임신 초기부터 이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체중 조절과 나름의 식단 조절을 하면서 당뇨 검사에서 무사 통과가 되길 바랐다.
가족력도 없고, 임신 전 과체중도 아니었고, 식단도 나름(?) 신경 쓰고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문제는 ‘나이’였다.
그렇다. 35세 이후부터는 ‘고위험 산모’로 분류되는데 특히 40을 넘기면 모든 지표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임신성 당뇨 역시 고령일수록 확진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강남차병원에 따르면 임신부 4명 1명은 임신성 당뇨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재검을 진행하며, 재검 진행자 10명 중 1~2명은 확진 판정을 받는다.
임신부 전체로 따지면 4~5%의 확률이지만, 고령 임신부가 많아지면서 국내 임신성 당뇨 확진자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하튼 24주에 진행된 임신성 당뇨 검사에서 보기 좋게 ‘재검’ 판정이 떴다.
이러다 확진받는 거 아닌가 싶어 그날 밤 잠이 안 왔다. 이틀뒤 재검을 받기로 했다.
금식 8시간을 지킨 후 병원에서 공복에 1차 채혈을 했다. 이후 첫날보다 2배 많은 용량의 시럽을 마시고 한 시간 간격으로 3번 채혈하면 끝!
총 4번의 채혈을 해야 하는데, 이 시간 동안 물 한 모금도 용납이 안 된다. 병원에 머무는 시간은 대략 5시간 정도인데, 그 시간도 잘 보내야 한다.
무엇보다 양팔에 번갈아가면서 4번의 주사를 찔러야 하니, 그 공포도 무시할 수 없다.
재검까지 받은 임신성 당뇨 검사는 고령 산모임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통과’ 됐다.
식이제한을 안 해도, 손가락에 바늘을 찌르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았다. 시험관 시술을 해서 그런가 주사라면 아주 지긋지긋하다.
이제 임신 황금기를 잘 보내면 된다. 맛있는 음식과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면서 즐거운 나의 임신 생활 말이다.
그! 런! 데!
불청객이 찾아온 건 다름 아닌 크리스마스였다. 이번 성탄절은 날씨도 춥고 해서 집에서 푹 쉬기로 했다.
남편은 후배 결혼식에 갔고, 난 점심을 간단하게 먹은 뒤 루틴에 따라 집 근처로 가벼운 산책에 나섰다. 날이 추워서 평소보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최근 들어 배가 부쩍 커지는지 배뭉침이 잦았다. 임신 후기로 갈수록 배뭉침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은 책과 임신부 어플을 통해서 잘 알고 있었다.
배뭉침이 있으면 서서 자세를 바꾸거나 잠시 쉬면 금방 풀리곤 했다.
이상한 배아픔이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데, 배가 싸르르르했다. 곧 화장실을 갈 것 같기도 하고, 생리통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이상하다, 배가 왜 아플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배 통증은 가라앉았다. 침묵은 얼마 가지 못 했다. 얼마 후 싸르르한 통증이 다시 찾아왔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누워서 편한 게 쉬고 있는데도 배가 아프다는 건 분명 좋지 않은 신호일 것 같았다. 3~4번 이어지던 배 통증은 어느새 가라앉았다.
이번엔 배뭉침이 찾아왔다. 아기 선물을 들고 찾아온 지인과 식탁에서 차를 마시는데, 배 전체가 딱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배꼽 위가 뭉치는 느낌이 들었는데, 자세를 편하게 바꿔도 나아지지 않았다. 아프진 않았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배뭉침 때문인지 걱정이 되었다.
지인이 돌아간 후 침대에 다시 누워 인터넷으로 ‘임신 중기 배뭉침’, ‘조기진통’ 등을 검색했는데, ‘자궁수축’이라는 단어에 시선이 멈췄다.
오후에 겪은 배 통증과 배뭉침이 어쩌면 ‘자궁수축’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 주수가 늘어날수록 자궁이 커지면서 자연스러운 ‘자궁수축’이 있을 수 있지만, 규칙적이거나 통증을 동반하는 건 좋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다.
외출했던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 사이 서울대병원 분만실에 전화를 걸었다.
“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서 진료받고 있고, 현재 26주인데요. 배가 좀 아프고, 뭉침이 전과 달라서요. 병원에 가야 할까요?”
“어떻게 아프시죠? 규칙적인 통증이 있으신 건가요?”
“아… 오늘 오후에 꽤 규칙적으로 통증이 있었어요. 배가 싸르르 아프기도 했고, 뭉침도 전보다 심해져서요.”
“지금도 아프세요? 뭉침도 이어지고요? 한 시간에 몇 번 뭉쳤는지 그게 중요하거든요.”
“막 뭉침이 심하진 않고, 통증도 사라지긴 했는데요. 전이랑 다른 패턴으로 아파서 좀 걱정되는데요.”
“한 10~20분 정도 지켜보시고, 다시 전화 주세요.”
“아, 네…”
남편이 차에 시동을 거는 동안 다시 분만장에 전화를 걸어 병원으로 간다고 말했다. 집에서 계속 걱정하는 것보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는 게 낫지 싶었다.
분만장에 도착해 검사를 위해 환복 했다. 딱딱한 말투의 당직 의사는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더니 배뭉침과 통증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
“단순 배뭉침보다는 한 시간에 몇 번 뭉쳤는지 아는 것이 중요해요. 안 세어보셨어요? 어플도 있으니 그걸 사용해 보세요.”
크리스마스여서 그런지 병원은 무척 한산했다. 분만장도 매우 조용했다.
산부인과용 의자(양다리를 벌리고 앉는)에 누워 각종 검사를 받았다. 자궁경부가 열렸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는데, 기구도 넣고 손가락으로 내진도 했다.
안그래도 몸에 이상이 있을까 걱정이 돼서 죽겠는데, 검사실에 들어온 의사는 자세한 설명도 없이 검사를 불쑥 진행했다. 그동안 수없는 질초음파를 경험했지만, 다짜고짜 진행된 검사에 몸과 마음이 상당히 불쾌했다. 심지어 검사는 정말 아프기까지 했다.
“앞쪽 초음파실로 이동해서 대기하세요.” 짧은 말을 남긴채 의사는 다시 사라졌다.
배초음파로 아기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했다. 아기는 심장도 잘 뛰었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혈류와 양수의 양도 체크했다. 당연히 의사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은채 심각한 얼굴로 초음파 화면만 주시했다.
마지막으로 태동검사.
배에 심장박동기기와 태동기기를 달아서 자궁수축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시작하자마자 검사실에 아기의 심장박동 소리로 가득찼다.
“쿵쾅쿵쾅!”
태동검사는 40분 가까이 진행됐다. 빨리 검사가 끝나고 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 아픈 증상도 멈췄고, 아까 검사에서 별 말 안한걸 보면 큰 문제는 없지 싶었다. 크리스마스 저녁을 분만실에서만 보낼 순 없다.
검사가 끝난 후 들어온 의사는 교수님께 보고한 후 다시 오겠다고 알렸다.
“교수님께 말씀드렸는데요. 좀 우려하시는 부분이 있어서요. 입원하셔서 하루, 이틀 정도 경과를 보셔도 될 것 같아요.”
“네? 입원이요? 저 지금 배 안아픈데요.”
“입원은 산모님이 결정하시는 건데요. 교수님께서는 입원해서 지켜보는 것도 말씀하셔서요. 아니면 집에 가서 배아프면 그때 다시 오셔도 되고요. 교수님은 환자 입장에서 말씀하시는거라…”
예상치못한 입원 권유에 놀랐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건가 싶었는데, 입원을 하기엔 내 상태가 너무 멀쩡해졌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 쉬면서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때마침 이틀 뒤 산부인과 외래 진료가 있어 담당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외래 진료가 있었던 날, 태동 검사를 진행했고 담당 교수로부터 또 한 차례 입원 권유를 받았다.
강권은 아녔지만, 규칙적인 자궁 수축이 있고 입원하면서 지켜보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결정은 내가 하면 된다.
왜이리 입원이 싫은건지 담당 교수의 입원 권유를 또 거절하고 집에서 쉬어보면서 경과를 지켜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이 시기 자궁 수축은 좋은 신호는 아녜요. 일단 배가 아프지 않다니, 무리하지 말고 좀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