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핀테크 전국시대를 열다 1편
최근 TV에 토스 광고가 자주 보인다. 토스가 거대한 목표를 향해 첫 발을 내딛는다는 내용이다. 그 첫 발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닐 암스트롱처럼 역사적인 발자취를 남기겠다는 의지는 잘 드러난다.
토스는 왜 하필 지금 위와 같은 TV 광고를 내보냈을까? 아무래도 금융을 본격적으로 혁신할 자신감이 생겨서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전과 지금. 어떤 점이 변화했기에 토스에게 자신감이 생겼을까? 단순히 덩치가 커졌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는 덩치가 커진 만큼 적자도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토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해준 한 가지 변화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이름은 바로 오픈뱅킹이다. <오픈뱅킹, 핀테크 전국시대를 열다> 시리즈, 바로 시작해보자.
시리즈 첫 글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오픈뱅킹이란 뭘까?
오픈뱅킹 API = 원스톱 중개소
오픈뱅킹 이후의 핀테크 시장은?
오픈뱅킹. 핀테크(테크핀)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한 번쯤은 들어봤을 핫한 키워드다. 뭔지 한번 개념부터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자.
오픈뱅킹이란?
정부 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설계하고 추진하는 국책 사업으로 금융 혁신과 맞물려 있다. 핀테크 기업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은행과의 연계를 통해 인프라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2019년 12월 18일부터 전면 시행되었다.
쉽게 말해 정부에서 밀고 있는 친-핀테크 성향의 사업이다. 정부는 은행 그리고 카드사만으로는 금융 시장을 혁신할 수 없다고 보았고 이 때문에 핀테크 기업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는 국내만의 일은 아니고 전 세계를 아우르는 메가 트렌드다. 중국과 미국은 물론 EU까지 적극적으로 핀테크 기업을 밀어주고 있다.
특히 EU는 GDPR과 PSD2를 통해 금융 혁신과 관련된 환경을 적극적으로 재정비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오픈뱅킹 사업 또한 그들의 것을 참조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추상적인 개념을 넘어 오픈뱅킹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핀테크 기업을 도와준다는 걸까?
정부는 핀테크 기업을 돕기 위해 은행권 공동 Open API(이하 오픈뱅킹 API)라는 것을 만들었다.
Open API? 뭔 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니 Before&After를 통해 오픈뱅킹 API가 뭔지 감을 잡아보자.
전후 차이를 비교해보면 핀테크 기업의 수고로움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 핀테크 기업은 은행들에 일일이 찾아가 아래와 같이 협상을 해야 했다.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에서 너희 은행 계좌 좀 불러올 수 있게 해주면 안 돼?
또 출금(송금)하고 거래 내역 조회도 할 수 있게 해주면 안 될까?
콧대 높은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의 요청을 쉽게 받아줄 리 없었다. 그래서 핀테크 기업은 보통 협상에서 을의 위치였다.
그런데 오픈뱅킹 API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는 오픈뱅킹 API라는 일종의 원스톱 중개소를 만들어 핀테크 기업이 은행들과 개별적으로 계약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이제 핀테크 기업은 오픈뱅킹 API라는 중개 시스템에 접근하여 필요한 데이터/기능을 각 은행들에게 주문하면 된다. 핀테크 기업이 API를 통해 요청할 수 있는 기능 중 대표적인 것 두 개를 살펴보자.
*물론 사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전제다.
1. 잔액 조회/거래 내역 조회 기능
사용자가 핀테크 앱 내에서 여러 은행의 계좌 잔액과 거래 내역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
2. 입금/출금 이체 기능
사용자가 핀테크 앱 내에서 송금하거나 다시 본인의 계좌로 돈을 넣을 수 있다.
(사실 토스나 뱅크 샐러드는 위와 같은 기능을 기존부터 지원했다. 하지만 그건 해당 기업들이 은행과 개별적으로 계약해왔기 때문이다. 과연 중소 핀테크 기업이 토스나 뱅샐처럼 할 수 있었을까?)
기존엔 핀테크 기업이 은행에 컨택하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오픈뱅킹 API로 은행들에게 한 번에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생겼고 은행들은 법에 따라 그 채널에 필참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기존에 은행이 핀테크 기업에게 받아갔던 거래 수수료(펌뱅킹 수수료)를 대폭으로 인하했다. 기존에는 거래 건당 수수료가 400~500원 정도였는데 이제는 1/10 수준이 되었다.
그러니까 기존에 우리가 카카오 페이에서 송금할 때 카카오가 은행에 수수료로 400원을 줬다면 이젠 40원만 줘도 된다는 얘기다. 대략 90%가 줄었으니 엄청나게 줄은 셈이다.
오픈뱅킹 API라는 편리하고 저렴한 중개소 덕분에 핀테크 사업은 이전보다 수월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듣고 핀테크 분야에 도전하는 기업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현재 핀테크 기업 31곳이 오픈뱅킹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향후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을 보면 토스가 왜 하필 지금 광고를 내보냈는지 이해가 간다. 토스는 크게 두 가지 지점에서 자신감을 갖지 않았을까?
1. 정부의 핀테크 육성 의지 확인
회색 지대를 달리다 결국 정부와 충돌한 타다 사례를 보고 핀테크 기업들은 걱정했을 것이다. 핀테크 영역 또한 무엇이 합법이고 불법인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사업을 시작할 때에도 애매한 지점이 많았다. 특히나 금융 분야에선 정부의 힘이 막강해서 더더욱 그랬다. 자칫 잘못하면 타다처럼 될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번 오픈뱅킹으로 핀테크 기업들은 어느 정도 안심했을 것이다. 기존에 회색 지대였던 영역이 오픈뱅킹 사업 덕분에 양지로 나왔기 때문이다.
2. 비용의 획기적인 감소
오픈뱅킹으로 토스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원가는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일단 토스의 핵심 기능인 송금의 원가가 1/10 수준으로 줄어드니 말이다.
나가는 비용이 줄어든 만큼 토스는 새로운 수익 창출원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대출, 보험은 물론 결제 수수료 수익까지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올해 중으로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이 달성될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시장 상황이 이전과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위의 두 요소는 단연 토스뿐만 아니라 뱅샐, 카카오 페이, 네이버 페이 등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핀테크 시장은 더욱더 핫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오픈뱅킹으로 핀테크 기업들에게 기회만 주어진 것은 아니다. 오픈뱅킹 API는 핀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은행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또한 핀테크 기업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오픈뱅킹 API를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엔 은행 앱에서도 다른 은행들의 계좌 정보를 불러오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최근 은행 앱들의 MAU(월간 사용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은행의 오픈뱅킹 이용 건수가 증가 추세다.
은행은 오픈뱅킹을 적극 활용하면서 핀테크 기업들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거듭나고 있다. 물론 은행 앱의 고질적인 사용성 문제가 있지만 금융계의 골리앗인 은행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중간한 혁신으로 핀테크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핀테크 기업들이 주력으로 내세웠던 계좌 정보 모아서 보여주기, 편한 송금 등은 이제 너무 흔한 기능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핀테크 기업들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이번 글은 제법 길어졌으니 여기서 한번 정리를 하고 다음 글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1. 핀테크를 키우기 위한 정부의 오픈뱅킹 사업
2. 오픈뱅킹 API라는 원스톱 중개소가 핵심
3. 이젠 더 편하고 싸게 금융 서비스 제공 가능
4. 핀테크 기업은 물론 은행까지 API 활용 가능
5. 핀테크 전국시대의 시작
다음 글에서 보아요!
핀테크 분야의 유력한 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향후 행보를 풀어볼 예정..
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