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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Mar 04. 2022

나만의 원격근무 매니징

팀장에서 리더가 되기까지 - Stay Connected

가족 일로 지난해 약 7개월간 홍콩에서 원격근무를 해야 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병행한 터라 원격 근무는 익숙했지만 장기간의 원격근무는 또 다른 차원이라 걱정을 안 한건 아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우리 팀은 지난해 주요 정량지표에서 5배 이상 성장했고, 정성 지표에서도 예년 수준 이상을 유지했다. 팀장의 원격근무 기간 동안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내가 없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강하게 받았다. 누군가 ‘팀장이 없어서 잘 된 거야’라고 했는데 솔직히 맞는 말인 것 같았다. (나는 지난달 퇴사 후 다음 스텝을 모색하고 있다. 팀장 자리는 시니어 매니저(파트장)가 이어받았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장기간 원격근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다. 두 번째 이유는 이 글 마지막에 남기겠다.




내가 택한 방식 : Stay Connected

‘Stay Connected’는 ‘Be Closely Connected’와 구분할 때 개념이 명확해진다. 'Stay Connected'는 공통된 목표 하에 신뢰와 자율로 연결된 느슨한 관계다. 행동 하나하나를 확인받는 밀접한(Closely) 관계와 다르다.


'Stay Connected'를 택한 이유는 물리적 상황에서 비롯됐다. 해외 근무에다 육아기 단축근무로 업무 시간은 하루 6시간뿐이었다. 나의 매니징 핵심이었던 ‘팀 회식’ '1:1 대면 관계'를 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한국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어설프게 개입하면 팀 운영에 역효과가 난다고 봤다. 결국, 팀원들에게 기존보다 더 많은 자율권을 주고 ‘있는 듯 없는 듯’한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쌓아뒀던 팀워크도 이 전략을 쉽게 택하는 배경이었다. 각자 역할과 책임이 분명했고 모호한 부분은 ‘알아서’ 협업해 채울 수 있는 관계가 구축됐다고 봤다. 팀원 모두가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인정하고 발전하려는 ‘욕심’ 많은 성향을 갖추고 있었다. (나는 욕심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


Stay Connected 실행: 예민·솔직·인내

더 예민해져야 했다. 오프라인에서는 팀원들의 말투, 표정, 업무 과정을 쉽게 캐치할 수 있었지만 원격근무에서는 불가능했다. 수시로 미팅을 할 수도 없었다.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속 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Closely 하게 따라다니면서 업무를 챙기고 싶지도 않았다.


더 솔직한 관계를 만들어야 했다. 원격으로 진행하는 티타임이나 회의에서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더욱더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이런 말을 해도 될까' 하는 말도 툭툭 내뱉었다. 특히 나의 감정과 심리를 정확히 묘사하려고 했다. 잘하는 부분은 진심을 다해 한국까지 마음을 전달하고자 했고, 아쉬운 점은 단어 하나하나를 고민하고 선택하여,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 말했다.


내가 먼저 솔직해지자 팀원들도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다양한 주제와 감정들을 보여줬다. "회사 생활에 만족한다"는 한 팀원의 말은 겉치레가 아닌 진심으로 들렸다. 어려운 상황은 쌓아두지 않고 바로 말해줘서 지체 없이 해결할 수 있었던 일들도 많았다.  


육아기 단축근무로 인해 오후 4시까지 근무했지만 팀원에게는 항상 오픈되어 있으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팀원들의 연락은 밤에도 가급적 바로 답장했다. 항상 'Stay Connected' 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스스로 마음을 다 잡는 시간도 필요했다. 예민하고, 솔직해지는 게 쉽지 않았다. 팀원에게 예민한 팀장의 모습은 보여주지 말아야 했고, 사적 관계 이상의 선을 넘는 솔직함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었다. 나 역시 이런 선을 지키기 위해 인내하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많았다. 직접 만나서 보고 들을 수 없어 답답한 상황도 많았지만 최대한 팀을 믿고 내 감정을 다스렸다.


원격근무 잘하는 법은 많다.

‘원격근무 잘하는 법’ ‘성공하는 원격근무’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여러 방법들이 나온다. △확실한 목표 설정 △업무의 투명성 △명확한 R&R △권한 위임과 자율 등과 같은 내용들이다. 이런 글들은 많으니 참고해보면 될 것 같다.


'Stay Connected'는 원격근무의 skill 보다는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다. 실행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산업・업무구조, 구성원 성향에 따라 다를 듯 하니 각자만의 방식을 찾아보면 좋겠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두 번째 이유는 훌륭한 성과를 함께 이룰 수 있었던 팀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다. 잊지 않고 싶어서다. 훌륭한 성과는 매니징만으로 될 수 없다. 팀장이 원격근무로 부재한 상황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던 건 공통된 목표를 수시로 공유하면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팀원,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준 나의 동료들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남긴다.

*Thanks to 보미 혜민 도완 혜진 세란 수미 준호 채윤

"너 없어도 회사 잘 돌아간다"는 말을 싫어한다. 너희들 없으면 회사 안 돌아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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