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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Jul 14. 2023

더현대, 판을 까는 브랜드

유통브랜드의 진화

더현대 여의도점에 다녀왔다. 세번째인가 네번째 방문. 더현대, 처음 그 이름이 등장했을 때 작정했구나 하는 생각과, 어떻게 그 이름으로 확장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다녀온 소감은 "오!재밌네?" 그리고 유통이 브랜딩을 하면 파워풀할 수 있다는 깨달음.


고객경험 이야기 나온지는 벌써 십년도 더 됐는데, 경험을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오프라인, 실물 공간을 갖고 있는 유통은 생각보다 고객경험에 열심이지 않았다. 물론 고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를 도입하고, 좋은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으로 최선을 다하기는 했지만 공간 그 자체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비교적 늦게 찾아왔다.


더현대의 브랜딩은 공간 브랜딩이 아니다. 공표한대로 더현대를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모든 요소를 설계했다. 쉽게 말하자면 입점시킨 브랜드의 명성과 위용으로 더현대라는 공간에 권위를 주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공간 자체가 명성과 위용이 되어 고객에게 특정한 경험을 제공할 것, 그리고 입점 브랜드들이 경험에 일조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현대는 space branding 이 아니라 branded space 라고 해야 정확하다.


입점 브랜드의 새로움과 고급스러움, 희소성과 보편성, 그 브랜드들을 배치하는 기술과 센스가 세부적인 브랜딩 테크닉으로 자리하고 있는 이유는 더현대 고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cultural playground 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냥 놀이터가 아니라 문화적 요소를 DNA로 각인한 놀이터인데, 라울 뒤피의 전시를 보고나서 실감했다. 미술관의 특정 작가 전시실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갤러리와 기념품을 사서 나오면 눈 앞에 펼쳐지는 한 층 아래의 휴식 공간, 여유 있고 쾌적한 공간에서 식사든 티타임이든 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문화, 휴식, 재생산과 더현대. 다른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임팩트를 주는 것이 무엇인지, 어디에 힘을 주어야 하는지 똑똑하게 잘 선택하고 집중하고 있다.


물론 타겟 이야기도 빠질 수는 없다. 그리고 항상 하는 말이지만 더현대가 타겟을 MZ로 잡아 기획했다는 이야기는 아무 의미 없다. 왜냐하면 그 어떤 회사도 돈을 쓰지 않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잡지 않는다. 이미지 타겟이 없지는 않지만 그것은 철저히 이미지 타겟이고 돈을 쓰는 사람들을 위해 가장 돈을 많이 쓸 수 있게 비즈니스를 설계하고, 브랜딩을 한다.

현재 가장 돈을 많이 쓰는, 소비의 주체는 당연히 MZ세대다. 인구통계적으로 20대후반~40대 초반인데, 이 타겟을 잡지 않으려는 브랜드는 없다. 그들이 소비주체의 마이너일 때는 MZ를 타겟으로 했다는 선언은 의미 있게 다가오겠지만 지금은? 돈이 많은 X세대가 여전히 소비파워에서 위력을 보이고 있다해도 그들은 소비와 유행의 주체에서 이미 자리를 내어 준지 오래다. 그리고 그들에게만 기댄다면 얼마지 않아 세대의 소멸과 함께 브랜드는 같이 불씨가 꺼진다.


당연한 타겟을 잡았으니 별 할 얘기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MZ 의 쇼핑, 소비 관련한 Sweet spot 을 잡아냈다는 것이 중요하다. 쇼핑은 놀이고, 소비는 미덕인 세대에게 가장 잘 놀 수 있고, 멋있게 판을 깔아주는 브랜드가 이긴다. 판을 잘 깐다는 것은 스스로 놀고 싶은 충동, 욕망을 불어넣어 준다는 뜻이다.


유통이 가진 강점이 소비자의 실제 구매행동에 대한 데이터와 대응 노하우다. 그것에 눈을 떴기에 가능해 진 것 아닐까. 더현대이기 전, 현대백화점 혹은 유통으로서의 현대가 가진 고급 이미지에 문화를 주입하고, MZ의 스스로 놀기에 흥을 힙하게 돋궈줌으로써 유통회사가 아닌 더현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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