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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Aug 05. 2023

가격,가치,니즈,원츠

가격과 가치가 니즈와 원츠에 어떻게 연결되는가


비싸요~ 라고 안사는 고객은 어떤 니즈와 원츠를 갖고 있는가? 그 사람에게 가격과 가치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제품서비스가 판매단계에서 당면하는 최강의 허들은 거의 예외 없이 가격이다. 아무리 싼 제품도 비싸다는 말이 나온다. 명품샵에 가서도, 심지어 다이소에 가서도 비싸다고 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사고, 누군가는 사지 않는다. 왜?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어쨌든 그 돈을 지불할 만 하다는 판단이 열쇠다. 지불할 만 하다는 것은 제품을 통해 얻게 될 각종 유무형의 혜택이 표시 가격보다 크다는 뜻이다. 결국 비싸서 사지 않는다는 말은 표시 가격이 얼마든 얻을게 적다, 혹은 없다는 심리적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며칠 전 발견한 음식물쓰레기냉장고의 경우, 가격이 얼마일지 감이 전혀 없었다. 기존의 건조방식의 음식물처리기 가격대와 비슷할까? 아니면 더 저렴할까? 냉각이라면 좀 더 기술이 필요해서 비싸야 하는걸까 등 별별 생각을 다 하며 쇼핑몰을 검색했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비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냉동이 되면 그 가격대가 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냉장기기라는 사실은 비싸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예상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치 판단을 하기 시작했는데 냉장이라도 부패의 속도는 확연히 느릴 것이고, 며칠에 한 번씩 비울 것을 감안하면 음식물쓰레기 냄새에서 거의 완전히 해방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싸지만 사도 되겠다, 그 가격을 지불할 만 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가격은 니즈에, 가치는 원츠에 연결된다.


제품서비스가 니즈를 충족시킨다고 하는 경우, 문제 해결을 의미한다. 음식물쓰레기냉장고의 경우, 냄새와 벌레, 오염이라는 세 가지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해 준다. 첫째, 냉장이라 부패속도가 아주 느리므로 비울 때까지 부패하는 냄새가 현저히 적게 나거나 나지 않는다. 둘째, 내부 용기가 분리되고 비닐봉투를 거치할 수 있으므로 주위에 오염이 발생하거나 비우러 나갈 때 손이 더러워지지 않는다. 셋째, 완벽 밀폐되는 냉장기기라서 벌레가 꼬이거나 발생하지 않는다. 요약하면 음식물쓰레기를 위생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니즈를 만족시킨다.


가격은 고객의 문제해결을 하는데 필요한 비용 규모다. 고객 니즈를 거의 완벽하게 만족시킨다면 제품 가격의 정당성 역시 인정된다. 그런데 고객은 가격으로 구매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가치로 내린다. 니즈의 충족으로 가격에 대한 평가가 중립이 되었다면 구매가 이뤄질 수도 있고,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원츠(wants)가 등장한다.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질 수 있다면, 무언가가 가능하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원츠다. 니즈 위의 욕망, 원츠는 보통 심미적이고 자기만족적 욕구에 기인한다. 음식물쓰레기냉장고의 경우, 개인적으로 그 물건을 주방 어딘가에 두어야 하므로 시각적으로 예쁘면 좋겠고, 다른 주방기기들 사이에서 혼자 튀거나 죽지 않고 잘 어울리면 좋겠다는 원츠가 있다. 이 원츠가 만족이 되면 중립이 된 가격에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 감쇄가 일어난다. 즉 가치가 커지고, 실질 지불 가격의 저항이 낮아진다. 살만 해 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절대금액이 크냐 작느냐와는 무관한 것이다. 1억원짜리 핸드폰이 있다고 하자. 물론 어마어마하게 비싸다고 말할 수 있지만, 수퍼컴의 능력을 갖고 있으며, 스위스 장인과 이탈리아 장인이 합심해 디자인하고 설계했고, 돌아가신 스티브 잡스가 보증서에 싸인 한 유일한 제품이라면? 1억원이라는 돈의 규모가 크고 비싼 것은 맞지만 비쌀만 하다고 할 것이다. 비싸지 않아진다는 것이 아니라, 비싸도 수용하겠다, 비싼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교정된다는 것이다.


 좀더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당근마켓에 나온 명품브랜드 미개봉 핸드백이 20만원이라 하자.  똑 같은 제품이 백화점 명품매장에서는 30배 이상 비싸게 팔리고 있다. 당근에 나온 핸드백은 고민하다 20만원이라는 돈이 비싸서 못사는데, 백화점 명품매장에서는 구매금액 얼마당 만원 상품권을 준다고 하면 너무 고마워하며 덜컥 산다. 왜 그럴까? 구매 채널과 방식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 아닐까?


명품을 살 때는 어디서 어떻게 구매했는지 까지가 가치다. 말쑥하게 차려 입고 매끄럽고 유려하게 응대해 주는 직원, 쾌적하고 기분 좋은 매장, 제품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과 구매시 제공되는 과대포장이라 해도 좋을 겹겹의 포장과 브랜드가 박힌 쇼핑백, 귀하신 고객님으로 매장을 떠나는 순간, 아니 떠난 이후에도 깍듯이 받는 대접이 그 가격이 의미하는 바이다. 가방이 필요하면 저렴하게 몇 만원 짜리를 살 수도 있고, 집에 굴러다니는 에코백을 사용할 수도 있다. 즉, 니즈의 해결에 드는 비용은 제로이거나 몇 만원인데 반해, 원츠로 발생하는 가치가 수 백만원이다. 당근마켓에서는 설령 보증서는 있다해도 가치를 형성하던 모든 요소들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물건을 넣어다닐 가방이 필요하다는 니즈의 충족으로 20만원을 지불해야 하므로 비용이 제로 혹은 몇 만원에 비하면 엄청나게 비싸다라고 판단하게 된다.



항상 문제는 어디까지가 니즈고 원츠인지 구별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제품서비스는 끊임없이 개선되고 고도화 된다. 사람들이 이전에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던 부분을 문제라고 여기기 시작하면 원츠였던 것들이 니즈가 된다. 문제 해결을 하는 것만으로는 가격의 정당성은 중립 혹은 마이너스가 된다. 그러면 이전에는 문제없던 가격이 정당성을 잃게 되고, 가격경쟁력이 낮아진다.



그래서 고객을 항상 살펴야 한다. 트렌드를 본다는 것은 내 제품서비스의 가격의 정당성, 가치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판단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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