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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Sep 11. 2023

마케터의 생각법

인사이트는 질문으로 길러진다

생각에 대한 생각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올바른 질문에 대해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일의 목적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뒤집어 생각하고, 쉬운 대답 외의 것을 찾는다



마케팅 주니어 시절 제일 곤혹스러운 시간이 광고대행사의 PT였다.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첫 광고안 PT에서 멋진 그림을 고르면 되는데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어떤 그림이 더 좋다는 입씨름을 모여서 하는건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 나와 달리 선배들과 상사들은 제품 전략이나 경쟁 상황을 들먹이며 날카로운 지적을 하거나 새로운 의견을 논리적으로 제시했고, 그에 대해 대행사 AE나 임원들은 유려하게 지적 부분을 설명하거나 논리를 보완해 나갔다. 웃으며 말로 싸우는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 나는 저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그런 뜻이구나 감탄하며 열심히 관전(?)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어른들의 치열한 논의가 거의 끝나고 마지막으로 막내의 의견은 어떠냐는 질문을 받으면 시시하고 웃긴 감상을 말하거나, 제일 마음에 들었던 윗사람의 논리를 내 것인양 가져와 몇 마디 덧붙이는 것으로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논리적 생각의 힘이 없이 마케팅을 하게 된 신입사원 수준이란 고작 그 정도였다.

그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된 후 서서히 고민이 시작됐다. 왜 나는 아무 생각이 없을까? 최종결정은 부장님이, 혹은 본부장님이 하겠지만 분명 내 제품, 브랜드에 대한 논의다. 대행사가 아무리 멋지게 PT를 해도 제품에 대해서는 내가 더 많이 알고 있고, 브랜드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진다. 선배들처럼 멋진 논리 전개는 못하더라도 이치에 맞는 한 마디는 떠올라야 정상이 아닐까? 대행사가 십 억을 쓰겠다고 해서 동의해 주면 십 억에 대한 결과, 손익과 시장지표에 대한 책임은 내 고과로 지게 되는데 언제까지나 바보처럼 감탄만 하며 앉아 있을 수 없다는 초조함과 마케터로서 자격미달이라는 부끄러움도 느껴졌다.

이제부터 나도 생각을 하자! 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나와 나의 일의 본질을 정의하자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자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복잡하고 멋지게 말하는 선배들과 윗사람들의 마케팅 용어를 마케팅 1년차인 나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였으므로 멋지고 고상하고 전문적인 용어로 나를 정의하기가 불가능했다. 가장 쉬운 언어로 나 자신을 정의해 보자고 생각해 보니, 나는 브랜드를 책임지는 사람이고, 내 제품을 고객들이 더 좋아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정의가 내려졌다. 고객이 좋아하게 만드는데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일이, 방향이, 방식이 도움이 되는가? 라는 생각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준점이 생겼다는 생각에 든든했다. 더 이상 생각의 순간에 물결에 이리저리 밀려다니며 부유하는 물체처럼 이 의견, 저 의견 모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도감도 생겼다.

거기서부터 생각의 방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어떤 상황, 문제에 닥쳤을 때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부터 먼저 한다. 이 논의가 나온 이유가 무엇인가, 이 논의 끝에 나올 결론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의 주장과 자료와 감상을 보고 듣는다.


세부 목적으로 분류해서 생각하기

나는 무슨 일을 하는가라는 자신의 일에 대한 정의는 아주 좋은 잣대이기는 한데, 구체적인 업무과제에서 적용하기 너무 크고 포괄적인 잣대라는 문제도 있다. 마케터가 하는 모든 일은 고객이  브랜드를 좋아하게 만들고, 더 자주 찾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 있으므로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에서 안된다고 판단되는 논의는 쉽게 결정하지만 확신이 없거나 정보가 부족할 때는 활용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광고대행사 PT만 해도 다양하다. 광고 전략과 크리에이티브, 매체 계획 PT, 캠페인 성과 보고, 연간수주를 위한 것 등등. 매체 전략에서 이 계획이 브랜드를 좋아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라고 생각한다고 제대로 된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 매체 전략은 브랜드를 좋아하게 하거나 기억하게 하거나 하는 목적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면 어떻게 기여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그것을 기준 삼아 계획의 완성도나 영향력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고, 헛점이나 보완점 혹은 브랜드 차원에서 함께 서포트 할 일이 무엇인지 논의를 할 수 가 있다.

결국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총체적인 목적에 각각의 세부적인 일의 유형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서로 영향을 어떻게 미치는지, 그래서 각 단위 업무가 무슨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지 머리속에 넣어두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업무의 성격과 목적을 고민하게 되었고, 무엇을 따져 봐야 하는지 미리 생각하게 되었다.


뒤집어 생각하기

리버스 씽킹(Reverse thinking)이라고도 하는 이 방식은 무엇을 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게 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팝업 스토어를 열어 브랜드 런칭을 성공적으로 한다는 목표가 있다면 그 일이 안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틀렸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팝업스토어가 실패하려면 뭐가 안되어야 할까? 팝업 스토어가 성공해도 런칭이 실패하려면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하는걸까? 세상 재미없는 팝업스토어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가장 돈을 많이 들이면서도 의미 없는 경험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인데, 그에 대한 답을 피해갈 수 있게 계획을 세우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팝업스토어의 성공, 브랜드 런칭의 성공을 각각 무엇으로 정의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필수다.

리버스씽킹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 아주 효과적이지는 않다. 단지 반대 상황을 상정하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반대의 아이디어들은 제외하고 또 다른 해결책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것이다. 쉽게 떠올리는 답 외의 아이디어를 찾으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고, 해당 문제의 상황을 즉자적으로 보려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문제의 원인과 상황을 좀더 폭넓게, 다각도로 상상해서 답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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